맛과 볼거리를 찾아서
송 하 전 명 수
금년 여름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기도 하였거니와 유난히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한낮의 기온이 35~36°c는 보통이고 울산에서는 수은주가 40.3°c까지 올라 연일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가히 살인적인 삼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야영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딸아이가 휴가를 받아 미리 예약해 둔 부산 해운대 숙박지를 찾아 나선 시간이 오후 나절이었다. 대구역에서 부산행 새마을 열차에 올라 남향으로 달리는 차창 밖으로 바라보이는 풍광은 수십 번도 넘게 익혀온 모습이지만 짙푸른 녹음과 낙동강의 물길이 여유롭고 유유히 흐르고 있어 잠시나마 더위를 식혀 주는 기분이었다.
부산역에서 해운대, 기장 방면으로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이용하여 약 50여분 달려 미포 항 입구에 도착하였다. 오른 쪽으로 푸른 숲 아래에 펼쳐진 해안의 절경을 바라보면서 비교적 조용한 언덕길이 이어지는데 널리 알려진 해운대 달맞이 고갯길이다. 고개 중간쯤에 이르니 언덕위에 기와지붕의 일루아(Ilua) 호텔이 길손을 반겨주었다. 바닷가 쪽으로 창이 나 있는 5층 객실에 짐을 풀어놓고 젖은 땀을 식힌 후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 건너편에 자리 잡은 해운대 기와집대구탕 식당으로 향하였다.
땅거미가 내려깔리는 시간에 맑고 푸른 바닷가의 운치는 나그네의 마음을 한없이 푸근하게 해 주었다. 바닷가의 밤바람은 이를 데 없이 시원하게 불어와 삼복더위가 지나간 기분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많은 미식가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대구탕을 즐겨 먹고 있었다. 창밖으로 가까이 바라보이는 미포항의 작은 등대에 불이 밝혀지고 시원한 대구탕 한 그릇을 받아든 여행객의 마음은 참으로 행복하게 해주었다. 이 집은 오로지 대구탕만 끓여 내므로 메뉴표도 없고 별도로 주문도 받지 아니하며 들어오는 사람숫자만큼 대구탕을 내어놓는다. 큼직하고 하얀 오지그릇에 시원하게 끓인 대구탕의 맛은 이곳이 아니면 도저히 느껴볼 수 없을 만치 담백하고 시원하며 깔끔하다. 억센 생선뼈에서 추려낸 하얀 대구 살은 그 맛이 너무나 싱싱하고 감칠맛이 나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값이 비싼 것도 아니다. 한 그릇에 구천 원이니 말이다. 이 맛이 바로 여행의 맛이라고 해 두고 싶다.
일찌감치 호텔방으로 들어가 쉬고 싶었으나 아내와 딸아이는 또 다른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은지 2층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잔다. 셋이서 바텐더의 안내에 따라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래드 와인 한 잔씩 주문해 놓고 안주를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것이 없어 추천해 달라고 하였더니 친절한 바텐더는 완인 안주는 견과류를 따로 챙겨드릴 터이니 별도로 주문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곳은 태국 식 정통식당이라 격식에 맞는 안주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호두와 땅콩 등 견과류를 안주로 마시는 와인은 여행객의 마음은 더 한층 여유롭고 행복의 마음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아내와 딸아이가 남긴 와인까지 다 거두어 마셨으니 두 잔은 넘게 마신 셈이다. 제법 불콰해지면서 밤바다의 정취와 함께 여행자의 감흥을 더욱 북돋우어 주는 기분이었다.
객실에 들어 와 커튼을 열어젖혔더니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조명이 훤하게 밝혀져 있으며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 파라솔의 모습이 장관이었고 비치호텔에서 밝혀둔 밝은 불빛은 밤바다와 해변에는 더욱 아름다운 야경이 전개되고 있었다. 한 밤중에 가끔 달맞이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차량의 불빛은 적막의 순간순간을 깨트리는 모습이었다. 바다 저 멀리서 깜빡거리는 밤배의 불빛은 고기잡이 어부의 손놀림을 가볍게 해주는가하면 여행객의 볼거리를 더욱 멋지게 바라보이게 해 주는 듯하였다. 말만 들어오던 해운대 달맞이 언덕길의 풍광이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수많은 여행객과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는 모양이다.
주변이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풍광이 깔려있는 호텔방은 안락하고 아늑하여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한 듯 기분은 상쾌하였다. 느긋하게 움직여 호텔식 조식으로 조반을 해결하고 달맞이 고개 넘어 도로변에 위치한 카페거리를 찾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카페거리가 조성되어 있었다. 커피점, 레스토랑, 맛집 등이 즐비해 있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엔제리어스, 투썸플레이스, 카페 베어, 알랙산더, 엑시트라 푸드 등의 외래어 간판이 걸려 있는데 이곳의 카페 거리는 동양속의 서양풍을 물씬 풍기고 있으며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분위기였다.
우리 일행은 빈스빈스(Beansbins) 커피 체인점을 찾아 들었다. 수많은 커피 전문점 가운데 유독 빈스빈스 체인점을 찾은 이유라면 다른 집에서는 맛볼 수없는 와플(Waffle)이 독특한 맛을 낸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우리 세대는 찐빵이 제격일 텐데 아무래도 와플과는 거리가 먼 메뉴임에 틀림없다 하겠다. 몇 해 전에 필리핀 바기오 시의 외곽지인 캠죤 헤이(Camp Jhonhay) 골프장 옆에 자리 잡은 아담한 와플가게에서 맛나게 먹어보기는 하였다.
와플은 밀가루와 고구마나 감자의 전분과 달걀, 우유 등을 섞어 반죽하여 말랑말랑하게 구운 케이크의 일종이라 하겠는데 그 외양이 독특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와플은 취양에 따라 케이크 위에 생크림이나 과일 등을 얹어 먹을 수 있으며 주로 벨기에 와플, 포테이토 와플, 홍콩 스타일 와플, 터키스타일 와플 등이 있다. 이곳 빈스빈스 커피점의 와플은 벨기에 와플로 그 메뉴는 12종에 이를 만큼 다양한 와플을 맛볼 수 있는 전문점이다.
쟁반처럼 둥글고 두꺼운 케이크의 겉은 바삭바삭하게 구웠으며 속은 말랑말랑하게 구워져있고 그 위에는 생크림, 아이스크림이나 각종 과일 등을 얹어 수많은 이름을 붙여놓은 것이다. 이를테면 콤비네이션 와플, 라즈베리 와플, 그린 티 와플, 플루이트 와플, 트리플 와플, 체리 와플 등이 그것이다. 케이크 한 조각을 떼어내 아이스크림을 발라 입에 넣어 보았더니 고소하고 쫀득한 맛이 지금까지 먹어본 케이크나 빵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집의 커피도 독특한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스빈스 만의 커피를 브랜드하지 아니하고 원산지 커피를 그대로 사용하여 커피고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는데 주로 브라질, 코스타리카, 멕시코, 도미니카 등 중남미산의 커피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아마도 젊은이들은 이 맛을 보기 위하여 빈스빈스 체인점을 찾는가 보다. 평일의 한 낮임에도 3개 층의 홀에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가득히 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는 광경이었다. 홀을 한 번 둘러보았더니 그 인테리어 또한 독특하였다.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고 편안하게 쉴 수 있으며 올려다 보이는 푸른 산등성이와 바다의 풍경이 그 분위기를 더욱 멋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다. 대구에도 최근에 빈스빈스 체인점을 오픈하였다고 하니 한 번 찾아 와플 맛을 보아야겠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밖으로 나와 짙게 덮인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참을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가까이에 위치한 청산포로 향하였다. 청산포는 바닷가에 인접하여 생선회 식당이 즐비해 있고 장어와 조개구이가 유명한 곳이고 해녀들이 직접 물질을 하여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4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울산 회집에 들려 생선회 한 접시와 조개구이 한 판을 주문하여 이른 점심식사를 하였다.
중간에 와플을 맛나게 간식을 한 데에다 이른 점심이지만 조개구이 맛을 외면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야외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 멀리 바라보이는 수평선과 넘실대는 푸른 바다, 갯바위와 방파제에 부딪치는 하얀 포말을 바라본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조개구이는 아무데서나 맛볼 수 없는 것이다. 대장격인 키조개를 비롯하여 가리비, 백합, 석화, 맛 조개, 소라, 새우와 이름 모를 조개류가 불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진다. 소주 한 잔 곁들이고 싶지만 대낮이기도 하거니와 혼자 마시는 소주 맛이 별로일 듯하여 그만 두었다.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조갯살의 멋은 생선맛과는 또 다르다. 배가 부르지 아니하면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겠는데 조갯살 특유의 맛과 향을 맛본 것으로 만족해야 하였다.
이곳은 부산 해운대의 한 모퉁이라 그런지 이따금 들어오는 마을버스와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고가는 버스나 택시가 없어 콜택시를 불렀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해풍의 덕일까.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동백섬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고 무더위조차 잊을 만큼 가쁜한 기분이었다. (2013. 8. 7. 수)
첫댓글 송하님, 폭염에 좋은 곳에 다녀오셨네요. 젊은 따님과 함께 하는 행복이 여기까지 전해 오네요. 대구에도 최근에 빈스빈스 체인점을 오픈하였다고 하니, 저도 그 맛을 한 번 보러 가야 될 것 같네요. 송하님, 행복하세요.
부산 해운대 풍경 구경 와풀종류 잘알고 갑니다 이무더위에 겅강에 유이하세요.
송하님 삼복더위 속에 사모님과 따님이 부산여행을 하시고 오셨네요.잠시나마 가족과 같이 오븟한시간을 가지시며 해운대의 아름다움 야경을 내려다 보시는 모습이 그림이 그려지네요.맛과 볼거리를 찾은 해운대의 씨원한 여행기 잘읽고 갑니다.날씨가 무덥습니다 건강에 유의 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송하님. 그간 안녕하셨읍니까? 이번에 사모님과 따님과 부산 해운대에 다녀오셨네요 가족과 함께 생선회등 여러가지 맛있는 음식을 드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겠네요 실은 저도 작년 제생일에 집식구와 같이 저의 신혼 여행지인 부산해운대에 가니 감회가 새로웠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