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격 ‘내 탓이오’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은 가톨릭을 넘어 전 세계인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핵심은 무엇일까? ‘언행이 일치하는 진정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랑과 정의, 평화의 복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두려워도 변두리로 향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양보하고 성공 가능성이 없어도 도전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한다. 공동선에 반하는 정치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와 이념을 가리지 않고 질타한다. 경제 정의를 세우기 위해 규제 없는 자본주의에 대해 소득 불평등 해소 정책을 강하게 촉구한다. 평화의 사도로서 전쟁을 반대하고 분쟁과 갈등 지역의 평화를 적극적으로 중재한다.
변화와 쇄신에는 반대가 있고 저항이 따른다. 교황은 이를 겸손과 대화, 설득의 리더십으로 포용한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반감을 불러오는 일방적인 ‘카리스마 리더십’이 아니다. 교황은 최근 불편한 몸을 이끌고 캐나다로 ‘참회의 순례’를 다녀왔다. 교황은 과거 가톨릭교회가 원주민에게 저지른 고통스러운 잘못을 참회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교회가 캐나다 정부의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할 것을 권고하는 조처를 내렸다.
교황의 리더십에는 ‘남 탓’이 없다. 과거 가톨릭의 잘못도 외면하지 않고 ‘내 탓이오(Mea culpa)’ ‘우리 탓이오’라며 대담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 사과의 화법은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상대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에둘러 모호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아울러 새로운 행동 강령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치유와 화해를 실현한다.
취임 100일을 넘긴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해 20%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의 언행과 행보, 국정운영에 대한 사고방식과 태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한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더욱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평생 검사생활을 한 윤 대통령은 법치를 강조하며 공정과 정의를 강하게 내세우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무엇이 공정이고 상식이냐고 강하게 되묻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 조국 스캔들이 있었다면 윤 대통령에게는 지인 찬스가 있다. 대통령은 오랜 친구의 아들을 대통령실에 채용했다. 김건희 여사는 영부인으로서 행동 규약과 지침을 준수해야 함에도 자신의 측근을 국내외 순방에 데려가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대통령의 부실한 인사와 국민과의 공감 능력 부족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국민과 언론의 비판에 대응하는 윤 대통령의 화법은 책임 전가에 방점이 찍힌다. 일부 장관 인선에 대한 책임을 묻자 대통령은 “전 정권에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말했다. 솔직한 소신 화법으로 속내를 가감 없이 내보인 것이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잘못된 독선과 아집으로 받아들인다. 대통령의 행동과 말투는 정제되고 포용적이어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비효과적인 담화와 부적절한 언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난국을 타개하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내 탓이오’ 고백이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복귀 첫 일성으로 국민에게 일단 자세를 낮췄다. 또 집중 호우로 피해를 본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국민의 숨소리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검찰 사무와는 다르다. 내 편, 네 편, 편 가름 없이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민심의 요구를 겸허히 받들어 차별과 치우침 없이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책으로 실현돼야 할 것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 때마다 가슴을 치며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고 고백기도를 바친다. 대통령과 참모, 국무위원 그리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민 앞에 ‘내 탓이오’라며 가슴을 치는 순간, 외면한 민심은 다시 한 번 눈길을 건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