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오, 나의 발이여!
한 달 전 제주도 올렛길을 걸을 때에 바닷물이 닿는 곳에
손세실리아 시인이 옛집을 리모델링한 <시인의 집>이란 카페&서점에서 책을 사왔는데
어제 교역자 회의에 오신 사모님들께 선물로 드리고
나는 윤제림 시인의 수필 <걸어서 돌아왔지요>를 읽는다.
이 책에 양평의 신원역 근처 <여운형 기념관에서>의 이야기와
<용문산 자락에서> 이야기도 나온다.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사나사 골짜기로 가는 길이 무척 아름다워서
뒷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어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병랑 끝 소나무들이 흐른 눈을 씻어주고,
엎드려서 그냥 입을 대고 마셔도 좋을 청정수가 심신을 간질입니다.
........
‘용문산 안개 두르듯 한다’는 속담이 공연히 생긴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제주도 올렛길을 걷다보니 왼발의 엄지발가락 발톱이 까맣게 멍들었지만
'내 마음이 사색할 수 있음이 좋다.
정호승 시인의 <발에 대한 묵상>이다.
“저에게도 발을 씻을 수 있는/ 기쁜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길 없는 길을 허둥지둥 걸어오는 동안/
발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뜨거운 숯불 위를 맨발로 걷기도 하고/ 절벽의 얼음 위를 허겁지겁 뛰어오기도 한/
발의 수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발에게 감사드립니다//
굵은 핏줄이 툭 불거진 고단한 발등과/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은 발바닥을 쓰다듬으며/ 깊숙이 허리 굽혀 입을 맞춥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가슴을 짓밟지 않도록 해주셔서/
결코 가서는 안 되는 길을 혼자 걸어가도/
언제나 아버지처럼 함께 걸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싸락눈 아프게 내리던 날/ 가난한 고향의 집을 나설 때/
꽁꽁 언 채로 묵묵히 나를 따라오던 당신을 오늘 기억합니다/
서울역에는 아직도 가난의 발들이 밤기차를 타고 내리고/
신발 없는 발들이 남대문 밤거리를 서성거리지만/
오늘밤 저는 당신을 껴안고 감사히 잠이 듭니다.”
정호승 시인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인생살이의 발걸음마다
주님께서 함께 동행해주심을 기억하기에 감사의 고백을 드린다.
그러면서 외로운 이에게 따스하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묵상: “두 제자가 엠마오라 하는 마을로 가면서 서로 이야기 할 때에
예수께서 그들과 동행하시니”(누가복음.24:14-15).
*적용: 스승 예수의 죽음에 실망한 두 제자가 낙향할 때에
찾아와 함께 걸으시는 그 동행자는 부활하신 예수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