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주福州 안국원安國院 종귀從貴 선사
스님이 물었다.
“참선할 궁전을 크게 창설하고 법을 배우는 무리가 구름같이 모였으니,
위로 향하는 외길[向上一路]을 스님께서 결단코 가려 주십시오.”
“본래 시기에 맞는 무리가 아니구나.”
언젠가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선禪과 도道를 들어서 한쪽에다 던져두어라.
부처와 조사는 무슨 헌신짝 같은 것이냐?
이렇게 고해도 여러분을 너무 깔보는 것이 아닐까?
깔본다고 여기거든 행각을 떠나고,
깔보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거든 입을 다물어야 한다. 안녕.”
또 언젠가 상당하여 이렇게 말했다.
“사실 양조梁朝를 만나지 못했으니,
안국安國도 속인 것에 불과하다. 안녕.”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종승宗乘을 들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오늘은 벼를 털고, 내일은 장작을 나른다.”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향로가 승상繩床을 대하고 있다.”
“본 뒤에는 어떠합니까?”
“사립문이 맨 기둥을 대하고 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가풍을 묻는다면 곧 가풍을 대답하리라.”
“학인이 가풍을 묻지 않을 때에는 어찌하시렵니까?”
“오랑캐가 오고, 한족漢族이 간다.”
“다른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 힘이 덜리는 자리[省要處]를
스님께서 한마디 해주십시오.”
“힘이 덜렸는가?”
대사가 법당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순타純陀가 공양을 올리는구나. 안녕.”
복주福州 이산怡山 장경長慶 장용藏用 선사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니,
대사가 부채를 땅에 던지면서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금을 흙이라 하는데,
지혜로운 이라면 어찌하겠는가?
후생後生이 무서우니 모두가 어리석음을 지키지 말라.
그런 이가 있는가?
나와서 말해 보아라.”
이때에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고 뒤로 물러섰다.
대사가 말했다.
“딴 짓을 해서 무엇 하리오?”
“화상께서 밝게 살피십시오.”
“천년 묵은 복숭아씨이니라.”
“어떤 것이 가람伽藍입니까?”
“장계長溪의 창포 밭[莆田]이니라.”
“어떤 것이 가람 속의 사람입니까?”
“신라新羅의 맑은 물이니라.”
“어떤 것이 영천靈泉의 올바른 주인입니까?”
“남산과 북산이니라.”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식전에는 부엌에서 남국南國의 밥을 짓고,
오후에는 냄비에다 북원北苑의 차를 달인다.”
“법신法身도 고통을 받습니까?”
“지옥이 어찌 천당이겠는가?”
“그러면 고통을 받겠습니다.”
“무슨 죄가 있는가?”
복주福州 영륭원永隆院 언단彦端 선사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니,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면서 대중에게 외쳤다.
“알겠는가?”
대중이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내가 도법을 버리지 않고도 범부의 일을 나타냈거늘,
어째서 모르는가?”
“본래 스스로 원만히 이루어졌거늘,
어째서 밝고 어두움이 나누어집니까?”
“그대 스스로가 점검해 봐라.”
복주福州 임양산林陽山 서봉원瑞峰院 지단志端 선사
그는 복주 사람으로서 고향의 남간사南澗寺에서
공부를 하다가 24세에 명진明眞 대사를 찾아갔다.
어느 날 어떤 스님이 “어떤 것이 만상 가운데
홀로 드러난 몸입니까?”라고 물으니,
명진이 한 손가락을 세웠으나 그 스님이 알지 못했다.
이에 대사가 현묘한 종지에 은밀히 계합해서
명진에게 입실하여 아뢰었다.
“아까 그 스님이 묻던 말에 대해서
지금 지단志端은 살피는 곳이 있습니다.”
명진이 물었다.
“그대는 어떤 도리를 보았는가?”
대사도 한 손가락을 들고서 말했다.
“이게 무엇입니까?”
명진이 매우 흡족히 여겼다.
대사가 상당하여 불자拂子를 들고 말했다.
“조계曹溪도 다 쓰지 못한 것을 사람들은
머리에 뿔난 이라고 부른다. 내가 불자를 들어서
모기를 치니, 건곤이 무너지는 소식을 얻게 되리라.”
“어떤 것이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나무말이 연기가 자욱하게 달리는데, 돌사람이 미처 따르지 못한다.”
“어떤 것이 선禪입니까?”
“금년은 작년보다 가물었다.”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겨울 밭이 반이나 망가졌다.”
“어떤 것이 학인의 자기自己입니까?”
대사가 문득 한 번 발을 차니, 스님이 잡는 시늉을 했다.
이에 대사가 한 주먹 갈기니,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대사가 말했다.
“사람을 무척 속이는구나.”
“어떤 것이 인간의 종적이 멀리 끊어진 자리의 불법입니까?”
“산봉우리가 우뚝우뚝하여 푸르고 꽃다우니라.”
“그러면 하나의 참된 이치는 서울이나 시골이나 다르지 않겠습니다.”
“그런 도리는 아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대 젓가락[竹箸] 한 벌[一文]은 한 쌍이니라.”
밤중에 어느 스님이 찾아오자, 대사가 물었다.
“누군가?”
“아무개입니다.”
“천주泉州의 사탕과 배[舶] 위의 빈랑檳榔이니라.”
스님이 대답이 없으니, 대사가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만일 안다면 5온蘊이 활짝 맑아져서 시방을 온통 삼키리라.”
대사는 개보開寶 원년 8월에 이런 게송을 지어 두었다.
내년 2월 2일에 그대들을 버리고 떠나리니
태운 재를 사방의 숲에 뿌려서 시주의 땅을 차지하지 않게 하라.
年來二月二 別汝暫相棄 爇灰散四林 勿占檀那地
이 게송이 시자에 의하여 외부로 전해지자, 대중이 모두 써서 외웠다.
이듬해 정월 28일에 고을 백성들이 앞을 다투어 산으로 와서 뵈었으나,
대사는 아무런 병도 없고 참문하는 일도 평상시와 같았다.
2월 1일이 되어 군수가 관원들을 거느리고 절에 와서 안팎을 살피니 절이 저자와 같았다.
2일 아침이 되자 대사는 공양을 마치고 상당하여 대중에게 하직을 고했다.
이때에 원응圓應 장로長老라는 이가 나서서 절을 하고 물었다.
“구름도 노을도 근심에 싸이고 대중도 슬퍼하는데,
스님께서는 한마디 이별의 말씀도 없으시니 일러 주시기를 청합니다.”
대사가 발 하나를 늘어뜨렸다. 이에 원응이 다시 말했다.
“법의 거울이 이 땅에 임하지 않으면,
보배 달은 다시 어디를 비추겠습니까?”
“그대의 경계가 아니다.”
“그러면 거품으로 났다 거품으로 꺼져도 다시 물로 돌아가겠고,
스님께서 가시든 스님께서 오시든 본래 그대로이겠습니다.”
대사가 기침 소리를 냈다.
다시 어떤 스님이 몇 가지 일을 물으니,
대사는 모두 대답을 한 뒤에 자리에서 내려와
방장으로 돌아갔다. 해시亥時가 되니, 대중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열반에 드신 날이 언제인가?”
대중이 모두 대답했다.“2월 15일 자시子時입니다.”
“나는 지금 자시 이전이다.”말을 마치자 길이 떠났다.
개당開堂하는 날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서협西峽의 한 줄기 물은 마두(馬頭:나루터)와 다르지 않은데,
백록의 천 봉우리는 계족(鷄足:대가섭이 죽은 산)과 얼마나 비슷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대중이 일시一時에 증험해 보았다.”
“어떤 것이 백록白鹿의 가풍입니까?”
“그대에게 무어라 했던가?”
“그러시면 학인은 때를 알겠습니다.”
“때를 아는 사람이 무슨 경지에 합하겠는가?”
“다시는 중얼중얼하지 마십시오.”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에는 백 가지 새가 꽃을 물고 와서
공양했는데, 본 뒤에는 어째서 오지 않았습니까?”
“먼동이 트기 전에는 사람마다 기다리지만,
새벽이 밝아지면 평상시와 같다.”
복주福州 나산羅山 의총義聰 선사
상당하여 대중이 오래 섰으니, 대사가 말했다.
“만일 분부한 곳이 있다고 하면 나산은 안목이 없고,
분부한 곳이 없다면 수고해도 공이 없다.
그래서 유마維摩가 옛날에 문수를 대한 것인데, 지금 알겠는가?”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자가 굴에서 나온 것입니까?”
“어느 곳인들 진동으로 갈라지지 않겠는가?”
“어떤 소리를 지릅니까?”
“귀머거리는 듣지 못한다.”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면서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고 했는데,
어찌하여 옆 사람의 책망을 들었습니까?”
“오랑캐의 수염을 붉다고 말한 것이라 여긴다.”
“옆 사람에게는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길이 평등하지 못한 것을 보기 때문에 칼을 어루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