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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양(無恙)
근심이나 병이 없다는 뜻으로, 모든 일이 평온 무사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無 : 없을 무
恙 : 근심 양
이 성어는 병이 없다. 탈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원래 이 말이 쓰였을 때는 걱정이 없다는 정도로 쓰이고 있었던 것 같다. 현재는 무양(無恙)이란 말을 단독으로는 별로 쓰지 않는 것 같다.
무고(無故)하느냐는 말은 많이 쓰지만, 무양(無恙)하느냐는 말은 별로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모처럼 만난 친구거나 오래 보지 못했던 그럭저럭한 사이끼리 만났을 때, 흔히 '별래 무양한가?' '별래 무양하시오?'하는 말을 쓰곤 하는데, 여기에는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그런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이 말이 생겨난 고사의 그 장면이 그런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초사(楚辭)에 실려 있는, 굴원(屈原)의 제자이며 초(楚)나라 때의 대시인인 송옥(宋玉)의 글 구변(九辯)에 보면 '황왕(皇王)의 후덕에 힘입어 돌아가신 아군의 무양(無恙)함을 뵈오리라' 하는 구절이 있다.
또 사기(史記)의 흉노열전(匈奴列傳)에도 흉노(匈奴)의 선우(單于)가 한(漢)나라 황제(皇帝)에게 서간(書簡)을 보내면서 첫머리에 '하늘이 세운 흉노의 대선우는 삼가 묻노니 황제는 무양하신가?'하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양(恙)자는 사람의 뱃속에 들어가 마음을 파먹는 벌레를 가리킨다고도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전국책(戰國策) 제책편(齊策篇)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제(齊)나라 왕이 조(趙)나라의 위태후(威太后)에게 사신을 보내 문안 인사를 전하도록 했다. 사신을 맞이한 위태후(威太后)는 왕의 서신을 보기도 전에 제(齊)나라 사신에게 물었다. "해도 무양한가(歲亦無恙耶), 백성들도 무양한가(民亦無恙耶), 왕도 무양하신가(王亦無恙耶)."
'해(歲)가 무양(無恙)하냐'는 말은 기후가 농사짓기에 알맞게 좋으냐고 물은 것인데, 이를 깨닫지 못한 제(齊)나라의 사신은 "나라에는 왕이 첫째이므로 왕의 안부를 먼저 묻고 그 다음에 백성의 안부를 묻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위태후(威太后)는 "풍년이 들어야 백성들의 생활이 편안할 수 있고, 백성들이 편안해야 왕이 그들을 잘 다스릴 수 있으므로 그 근본부터 묻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하며 사신을 타일렀다.
그 후로 세상 사람들이 국가간의 외교적인 문안 인사에는 해(歲)와 백성, 임금의 3무양(無恙)으로 인사말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이 대신 무고(無故)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참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근대 이전의 자료중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기록한 것이 드물다는 점이 일차 요인이다.
역관(譯官)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에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고려 말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노걸대(老乞大)나, 16세기 무렵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 같은 책을 찾아보면 정해진 인사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에서는 '어디 가시오'라는 인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발견된다.
조선 후기에는 한자어로 만들어진 인사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자료를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자료는 국문소설(國文小說)이나 가사작품(歌辭作品)이다. 옥단춘전(玉丹春傳)에 보면 '그간 안녕하옵시냐'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이것은 아주 드문 용례 중의 하나이다. 오히려 '평안하냐'는 표현이 더 일반적이었던 듯하다.
홍대용(洪大容)이 을병연행록(乙丙燕行錄)에서, 중국의 인사말인 '하오아'라는 말은 조선말로 '평안하냐'라는 뜻이라고 소개한 것이 그 예이다. 이 외에도 '문안 드리오', '별래무양(別來無恙)하오' 하는 말이 자주 보인다.
근대 이전의 자료뿐만 아니라 해방 이전의 자료에서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의 용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안녕'이라는 인사가 소개되고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많은 사람들의 언어생활에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 싶다.
원래 '안녕'이란 '일이 없이 편안하다'는 뜻이다. 그 용례는 시경(詩經), 사기(史記) 등에 일찍이 보인다. 그러나 그 의미는 사회나 국가의 어지러운 상태에서 벗어나 평안하고 안전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물론 이후에도 주로 이러한 용례로 사용되었다.
지금도 한자 문화권 국가 중에서 '안녕'을 인사말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인사말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생생한 삶을 반영한다. 한동안 먹고 살기 어려웠을 때 '진지 드셨느냐'라든지 '밤새 별일 없으셨느냐'는 인사가 유행한 것을 생각해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사람살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어지럽고 험난한 세상살이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큰 과제다. 그러니 인사말도 그동안 무사히 잘 지내셨느냐든지, 잘 넘기라는 기원(祈願)을 담게 된다. 무심히 던지는 인사말에 상대방의 안전과 무사함을 생각해주고 배려하며,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백성은 무양(無恙)한가?
제(齊)나라 왕이 조(趙)나라의 위후(威后)에게 사신을 보내 문안 인사를 전하도록 했다. 위후는 왕의 서신을 개봉하지도 않고 제나라 사자에게 물었다. "해(歲)는 무양(無恙)한가? 백성도 무양한가? 왕도 무양하신가(歲亦無恙耶, 民亦無恙耶, 王亦無恙耶)?"
사신이 기분이 상해서 말했다. "신은 왕의 명을 받들어 위후께 문후를 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위후께서는 왕의 안부를 먼저 묻지 않으시고 농사 형편과 백성을 물으시니, 이것은 비천한 것을 앞세우시고, 존귀한 것을 뒤로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하였다.
위후가 대답하여 말했다. "그렇지 않소. 만약에 풍년이 들지 않으면 어찌 백성들이 있겠으며, 만약 백성들이 없으면 어떻게 왕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옛날의 안부를 묻는 법을 보면, 근본을 버리고 끝을 물었습니까?"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편에 나오는 '제왕사사자문조위후(齊王使使者問趙威后)' 내용 중 일부다. '해(歲)'는 농사짓기에 알맞은 기후를 말하는 것이고 무양(無恙)은 무고(無故), 또는 평강(平康)의 의미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무양하지 않다. 세계 200여 개 나라 중 우리에게 '국민은 무양한가?'라고 안부를 묻는 국가는 없다. 누구도 예기치 않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지구촌 인류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아무리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애써 자위해 보지만 걱정이다.
지금 나라가 어렵다. 이 와중에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러야 하는 국민들이다. 그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물을 받았다. 두툼한 봉투를 열어보니 예상은 했으나 그 많은 후보와 정당 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선관위의 홍보 문구대로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선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라지만 유감스럽게도 작금에 탄생하는 정당들을 목도하고 있으려니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정당들은 오로지 자당 의석수 늘리기에 갖은 꼼수를 동원해가며 재간을 부렸다. 때문에 생겨난 것이 듣기도 어색한 이름의 정당 이름들이다.
위성(衛星)은 행성의 주위를 돌고 있는 천체를 말한다. 여기서 차명(借名)하여 탄생한 정당이 '위성(衛星)정당'들이다. 유권자들은 정당 이름도 모르는 채 투표에 임하는 21대 총선이 됐다. 심지어 급조된 당명 때문인지 일부 당 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 직책을 맡고 있는 인사들마저도 자신이 속한 당의 이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헷갈릴 정도다. 그러니 생업에 종사하기 바쁜 유권자들이 숙지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국회는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입법(立法)기관이다. 결코 위법(違法)기관이 아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총선에서도 그래왔듯이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선관위가 공개한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법을 지키지 않아 사법처리를 당한 전과 이력들이 보인다. 게다가 병역 미필자 또한 한둘이 아니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국민들은 이들에게 형사법과 병역법의 입법권을 맡겨야 한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무양하지 않으니 나라가 편할 리 없다. TV와 거리에서 총선 후보들의 유세 장면을 본적이 있다. 하나같이 후보들은 나라가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도 모르는 표정들이다.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낯빛들이 아니다. 곳곳에서 들리는 '국해(國害)의원' 소리에는 아랑곳하지도 않는 모양새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국민들은 허탈하다.
헌법은 제8조에 정당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다.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라고 명문화 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우후죽순 (雨後竹筍)격으로 생겨난 수십 개에 달하는 정당들에 대해 진정한 민주국가의 정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코로나19 환란 속에서도 국민들은 오는 4·15총선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유권자가 72.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혜안을 지닌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 無(없을 무)는 ❶회의문자로 커다란 수풀(부수를 제외한 글자)에 불(火)이 나서 다 타 없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없다를 뜻한다. 유무(有無)의 無(무)는 없다를 나타내는 옛 글자이다. 먼 옛날엔 有(유)와 無(무)를 又(우)와 亡(망)과 같이 썼다. 음(音)이 같은 舞(무)와 결합하여 복잡한 글자 모양으로 쓰였다가 쓰기 쉽게 한 것이 지금의 無(무)가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無자는 ‘없다’나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無자는 火(불 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無자를 보면 양팔에 깃털을 들고 춤추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무당이나 제사장이 춤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춤추다’가 본래의 의미였다. 후에 無자가 ‘없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 되면서 후에 여기에 舛(어그러질 천)자를 더한 舞자가 '춤추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無(무)는 일반적으로 존재(存在)하는 것, 곧 유(有)를 부정(否定)하는 말로 (1)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공허(空虛)한 것. 내용이 없는 것 (2)단견(斷見) (3)일정한 것이 없는 것. 곧 특정한 존재의 결여(缺如). 유(有)의 부정. 여하(如何)한 유(有)도 아닌 것. 존재 일반의 결여. 곧 일체 유(有)의 부정. 유(有)와 대립하는 상대적인 뜻에서의 무(無)가 아니고 유무(有無)의 대립을 끊고, 오히려 유(有) 그 자체도 성립시키고 있는 듯한 근원적, 절대적, 창조적인 것 (4)중국 철학 용어 특히 도가(道家)의 근본적 개념. 노자(老子)에 있어서는 도(道)를 뜻하며, 존재론적 시원(始原)인 동시에 규범적 근원임.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실재이므로 무(無)라 이름. 도(道)를 체득한 자로서의 성인(聖人)은 무지(無智)이며 무위(無爲)라고 하는 것임 (5)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없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없다 ②아니다(=非) ③아니하다(=不) ④말다, 금지하다 ⑤~하지 않다 ⑥따지지 아니하다 ⑦~아니 하겠느냐? ⑧무시하다, 업신여기다 ⑨~에 관계없이 ⑩~를 막론하고 ⑪~하든 간에 ⑫비록, 비록 ~하더라도 ⑬차라리 ⑭발어사(發語辭) ⑮허무(虛無) ⑯주검을 덮는 덮개 ⑰무려(無慮), 대강(大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그 위에 더할 수 없이 높고 좋음을 무상(無上), 하는 일에 막힘이 없이 순탄함을 무애(無㝵), 아무 일도 없음을 무사(無事), 다시 없음 또는 둘도 없음을 무이(無二), 사람이 없음을 무인(無人), 임자가 없음을 무주(無主), 일정한 지위나 직위가 없음을 무위(無位), 다른 까닭이 아니거나 없음을 무타(無他), 쉬는 날이 없음을 무휴(無休),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거저임을 무상(無償), 힘이 없음을 무력(無力), 이름이 없음을 무명(無名), 한 빛깔로 무늬가 없는 물건을 무지(無地),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음을 무자(無子),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을 무형(無形),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없음을 무념(無念), 부끄러움이 없음을 무치(無恥),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하는 일 없이 바쁘기만 함을 무사분주(無事奔走), 한울님은 간섭하지 않는 일이 없다는 무사불섭(無事不涉), 무슨 일에나 함부로 다 참여함을 무사불참(無事不參), 즐거움과 편안함에 머물러서 더 뜻 있는 일을 망각한다는 무사안일(無事安逸), 아무 탈없이 편안함을 무사태평(無事泰平), 재미나 취미나 없고 메마르다는 무미건조(無味乾燥) 등에 쓰인다.
▶️ 恙(병 양/근심할 양)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㣺;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羊(양)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恙(병 양/근심할 양)은 ①병(病) ②독충(毒蟲) ③진드기의 유충 ④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⑤걱정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憂(근심 우)이다. 용례로는 옴진드기로 옴진드깃과의 기생충을 양충(恙蟲), 몸에 생긴 병을 신양(身恙), 가벼운 병 또는 말하는 이가 자기의 병을 낮추어 이르는 말을 미양(微恙), 몸에 병이나 탈이 없음을 무양(無恙), 대수롭지 아니한 작은 병을 소양(小恙), 피부에 생기는 병을 진양(疹恙), 병이나 탈이 있다고 핑계함을 칭양(稱恙), 마음의 병을 심양(心恙), 천한 몸이 앓는 병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천양(賤恙)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