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원섭이 초대로 서초동에서 한잔할 때의 일이었다. 원섭이와 선약이 되어 있다는 한 신문기자가 합석하여 여러 가지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기자는 자신이 집필한 「차이나 골든타임」을 내게 증정하면서,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취재할 때의 이런저런 에피소드까지 들려주었다. 저자로부터 책을 기증받는 일은 늘 기분 좋은 일이다. 게다가 집필 동기와 취재 과정까지 들을 수 있었으니 그 책은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고마웠다. 이야기 도중 기자는 홍산문화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원섭이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300페이지짜리 책과 관련한 몇 가지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다면 뭔가 중요한 내막이 있을 터, 집에 돌아오는 길로 역사사전을 뒤졌다. 그것은 거대한 뿌리의 출발점이었다.
홍산문화는 중국 내몽고자치구의 홍산(紅山)에서 발견된 고조선 유물을 시발점으로 주변을 계속
발굴하여 밝혀낸 고대문화다. 1908년 일본의 한 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된 홍산문화 유적은
BC 8천년부터 BC 1500년까지 발전해온 신석기-구석기-청동기문화의 흔적으로서, 중국인들이
이룩한 황하문명보다 수천 년 앞서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500여 곳의 유적에서 출토된
옥장신구, 빛살무늬토기 등은 모두 고조선 유물을 대표한다. 왜놈들이 물러간 뒤에도 중국학자들은 독자적으로 연구를 거듭하여 홍산문화를 황하문명에 앞서는 요하문명으로 정립했다. 중국정부는
이를 중국역사로 선포하여 중국의 기년(紀年)을 수천 년 앞당겼다. 세계4대문명발상지인 황하유역, 인더스강유역,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유역, 나일강유역 가운데 황하유역이 요하유역으로 대체된
세계사적 중대 사건이었다.
<홍산문화유적에서 출토된 옥장신구. 중국 옥문화의 비조(鼻祖)로 공인되었다>
그런데 계속 고조선 유물이 발굴되다보니 중국학계에 혼란이 일었다. 공산정권이 수립된 뒤 중국학계는 고조선을 한반도에서 발생한 고대국가라고 주장해왔다. 왜놈들이 한반도 식민지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한 임나일본부설과 상통하는 주장이었다. 중국의 각종 사서(史書)는 위만조선과 한사군의 위치를 요동을 비롯한 중국 내로 기록하고 있는데, 19세기부터 한반도 역사를 조작해온 왜놈들은 이를 무리하게 평안도‧황해도‧함경도 일대로 우겨넣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주장대로라면 한반도에서만 발견되어야 할 고조선 유물이 몽골 및 러시아 접경에서까지 계속 발굴되고 있으니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동북공정 이론이다. 고조선이 중국 북부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史實)은 인정하되, 어느 민족에 의해 성립된 국가든 중국영토 안에서 일어난 역사는 모두 중국역사로 본다는 정책적 결정이 바로 동북공정의 목적이요 핵심이다.
<고조선 문화를 대표하는 빛살무늬 토기>
뭔가 미진했다. 이참에 염치를 모르는 왜놈들이 끈질기게 억지주장을 하고 있는 임나일본부설과 동북공정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었다. 동북공정은 단순한 역사 얘기가 아니다. 나는 처음 중국정부가 사학자들을 총동원하여 동북공정에 돌입했다는 보도를 읽는 순간, 의식의 깊숙한 내부에서 긴박하게 울리는 경고음을 들었다. 북한이다! 공산주의자들의 속성상 단지 역사적 목적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대대적으로 사업을 벌일 턱이 없다. 공산주의자들에게 역사는 한갓 부르주아들의 사치일 뿐이다. 그러니 동북공정 작업은 북한이 무너졌을 때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사전공작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우리 정치인‧공직자‧학자 가운데 중국의 동북공정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책을 논하는 자는 본 적이 없다. 일단 우리 사학계는 왜놈들의 임나일본부설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부터 공부해보자. 마침 안성맞춤인 교과서가 손에 들어왔다. 무슨 조화인가 싶게 고마운 것이, 어떤 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 오래지 않아
그 해답이 나타나 궁금증을 풀어주곤 한다. 이번에는 이덕일이 지은 「매국역사」가 나타났다.
이덕일(1961~현재)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역사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여러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역사학자다.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를 필두로 30여 권의 역사비평서를 출간하여 바른 역사를 갈구하는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매국사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사실(史實)을 바로잡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저서 가운데 「살아있는 한국사」「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조선 왕 독살사건」「조선 최대 갑부 역관」등은 몇 년에 걸쳐 우리 문중13. 카페에도 축약하여 소개한 적이 있다. ‘역사바로세우기’의 투사 이덕일과 함께 매국사학의 실체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단, 이덕일의 「매국역사」를 읽는 내내 나는 지독한 혐오감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기 역사를 부정하는 인간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땅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싫어서였다. 그래서 그 내용을 추려서 소개하되 되도록 간단하게 일별하고 넘어가려 한다. 세세히 언급하면 다른 사람도 필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첫댓글 즐거운 수요일 행복한아침 시작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미소속에
항상건강하시고 좋은일만 가득한
행복한하루 열어가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