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결혼식 다녀왔는데,
비도 오고 연휴여서 길이 엄청 막혔네요.
오랜만에 운전했는데, 빗길운전은 너무 빡세군요.
궁금해 하실 부분부터 답변드리자면,
필자는 1차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 기쁨을 나누고자 앞으로도 수험일기는 무료연재 됩니다.
(원래 무료)
니가 어떻게 붙었느냐...?
글쎄요... 자, 함께 살펴보시죠.
레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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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반 실강 수강자
GS2기 손승주 / 문일 / 송명진
* 상남자특 : 초성따위 쓰지 않음.
# 전장으로
이번주 일기의 개연성을 위해서
필자에 대해 오픈해야하는 부분이 하나있음.
많은 분들이 필자가 뭐하던 사람인지 물어보셨는데,
오늘에야 밝힘.
필자는 군인이었음.
보병 장교 출신임.
놀라지는 마시라, 나도 가끔 황당함.
의외로 강골기질의 군인이었기에
당시 카카오톡 대화명이 "살아방패 죽어충성"이었음.
그땐 총한자루만 주면 북진으로 남북통일 할것 같은 애국심이었는데,
지금은 대학동 수험일기러임.
그래도 전역을 결정한건, 굉장히 만족하는 결정임.
여기서 주의 하실 점.
최근 유행했던 <강철부대>같은 TV프로의
몸짱 근육 빵빵 군인 생각하시면 안됨.
필자는 어디서나 흔히 보이는 그냥 그런 사람임.
무튼 시험 전날 일찍잠에든 필자는
6시즈음 기상했음. 필자는 기분이 너무 좋았음.
일단 1차 시험이 다가올수록
압박감은 둘째치고 지긋지긋한 기분이었으니까.
차라리 떨어지더라도 빨리 보고 놀고 싶다고 생각함.
https://youtu.be/SIRM4HuxAho
영화<아비정전>의 장국영처럼 춤이 절로 나왔음.
허나 시험 시간이 다가오면서
필자는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함.
그 고민은 바로...
'넥타이 어떻게 매더라??'
필자는 이번주 토,일 둘다 결혼식 참석이 예정되어있었음.
웬만해서 축의금만 보내는데, 함께 군생활 했던 전우들의 결혼이라
꼭 직접 가봐야할 것 같았음.
심지어 토요일 결혼식은 필자에게 결혼식 사회도 부탁했던 막역한 사이.
(사회요청은 거절했음.)
14시, 성남에서 열리는 결혼식이었음.
필자는 안산 상록중학교에서 시험을 봤음.
결혼식장까지 이동소요시간 1시간 30분.
즉, 시험끝나고 바로 튀어나가야하는 것.
그렇게 새벽부터 씻고 준비하고
넥타이 매는법을 유튜브를 보며 시도 중이었음.
이른 시간부터 방에서 부스럭 거리니,
어머니께서 '얘가 드디어 철이 들었구나'하는 표정으로 방문을 염.
시험날이라고 공부하고 있는 줄 아셨나봄.
문 열자마자 넥타이로 낑낑거리는 필자를 본 어머니께서는
"너는 정신이 있는거냐, 루루 반만 닮아라" 하면서 소리치심.
(다시 말하지만 루루는 필자네 고양이임)
그렇게 마음의 상처를 안고 시험장으로 향했음.
# 매직팬티와 시험의 전초전
긴장을 원체 안하는 성격인 필자도 걱정이 있었음.
그것은 바로 '화장실'
시험 도중 퇴실이 불가하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을 못 참으면 시험 포기각서 써야한다고 함.
지난 주 일기에 학우분들께서 성인용기저귀 차는 사람도 많다기에
필자도 차고 가야하나 고민함.
그러고 보니 시험전날에
시험 당일 운세를 점쳐봤음.
그 결과가...
아니 대부분 운세는 좋은 말만 써있는거 아닌가?
어떻게 운세가 "일촉즉발...?"
이건 급하게 화장실이 가고 싶을 거라는 신의 계시가 분명함.
인간의 존엄성을 잠시 접어두고 기저귀를 차야하는 것인가.
다행히 필자 주위엔 기저귀 잘 차게 생긴 지인들이 있어서
집단지성의 힘을 빌리고자 단톡방에 물어봄.
역시 사내놈들이 많이 모이면 쓸모있는 의견이 안나옴.
고민 끝에 필자는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하고
수줍은 마음으로 시험장에 감.
같은 시험장에 '철의여인'학우분 마주쳤는데
기저귀를 착용하니 필자 MBTI가 I형이 되어버려서 인사 못 했음.
그렇게 시험장에 들어선 필자.
막상 자리에 앉고나니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함.
포데이즈 자료들만 들고 갔는데,
왜 다 처음보는 것 같은지.
심지어 자리에 앉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인데,
기저귀를 난생 처음 차본 필자는 속옷을 입고 그 위에 찼음.
이게 도대체 무슨 뻘짓이란 말임...
마음만 심란해 지는 것 같아 눈감고 시험시작 기다렸음.
필자는 1차 시험을 별 생각없이 앞에서 부터 풀었음.
풀면서 시간순서대로 대략 이런 기분 상태였음.
노동법 : '음...'
민법 : '응...?'
사보법 : '엥...?'
경영학 : '될대로 되라지'
필자는 7개년 기출문제집을 시험 전날에서야 마쳤는데,
마지막으로 본 2022기출문제에서 꽤 점수가 잘 나왔었음.
나름 자신감 있게 시험에 임했는데,
시험 문제가 그동안의 기출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음.
특히 사보법 풀때 느낀건데,
기존 기출에 비해 건강,연금 파트에서 문제가 평년보다 더 많이나옴.
사실 필자는 공부할 때, 건강, 연금 파트는 당연히 버렸던터라
미련없이 그 문제들은 다 찍었음.
그동안 연금,건강쪽은 출제가 한정적으로 된 터라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음.
출제위원분들께서 관습법을 잘 모르시나봄.
'정권이 바뀌어서 문제도 바꾸셨나...'
생각하면서 풀었음.
(정치발언 아님)
필자는 시험시간이 좀 남았던 터라,
이때부터 떨어졌을거라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했던것 같음.
그래도 잘 안나온다고 했던 부분을 놓쳐서 떨어진다면
후회할 것 같지는 않았음.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필자는 지금까지 출제가 안되었던 부분을
'올해는 혹시...?' 하고 준비할 만한 위인은 아니었기 때문.
필자는 대부분의 문제를 감으로 푼 느낌이라 불안했음.
토익시험에서 영어 문법지문보면,
이게 답인 이유를 알아서 푸는게 아니고
'이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하면서 답을 골라내는
"데자뷰" 식 공부법을 했기 때문.
그 와중에 답안지 제출전에 답 바꾸면 틀릴것 같아 다시 들추지도 않음.
그렇게 주저앉은 마음을 안고 시험장을 나왔음.
시험 어땠는지 묻는 부모님의 물음을 애써 외면하고
바로 결혼식장으로 향함.
# 독이 든 성배
결혼식장 가는 지하철 안.
노무사 카페를 켜보니 다들 난리도 아니었음.
남의 잔치에 가는데 울상으로 갈수는 없다고 생각함.
나중에 집에가서 채점하자고 생각하고 결혼식장 도착.
군 시절 지인들에게 인사할때마다 근황을 묻기에 대답하기 부담스러웠음.
필자는 전역할 당시, 친했던 간부들이 왜 군을 떠냐느냐는 질문에
"달리는 말이 마굿간 돌아보겠느냐" 라는 말을 남기며
호기롭게 울타리를 벗어난 것임.
(김훈작가의 문장으로 기억함.)
결혼식 이후 피로연 식사가 끝나고
노무사 준비하는데 오늘 시험 떨어졌다는 필자말에
친했던 장교선배들이 자꾸 놀리는 거임.
그 중 한 선배가
"필자가 시험 붙었으면 100만원 쏘겠다" 라고발언함.
오기가 생긴 필자는 그 자리에서 채점 강행함.
진짜 길바닥에서 이러고 채점했음.
결과는 (노1/노2/민법/사보법/경영학 순)
56/84/64/64/64 이었음.
지인들도 놀랐지만 필자가 더 놀람.
100만원을 받지는 않았고 그 순간 바로 인근 스타벅스 들어가서
그 선배카드로 골든벨 울렸음. (21만원 나옴)
지금도 믿기지 않는게.
문제지에서 검은색 컴퓨터 사인펜으로 답 체크한게
몰라서 그냥 찍은 문제들인데 (경영학 계산문제 다 찍음)
필자가 푼건 다 틀리고 찍은건 다 맞음.
안 믿겨서 채점도 3번 해봤음.
사실 개인적으로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음.
1차는 독이 든 성배같아서, 이제는 2차준비를 놓지도 못하게 되어버림.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필자는 차라리 노무사보다 신내림을 받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함.
아~ 시험 10년뒤에 붙을 듯 ㅋㅋ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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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는 글
(문체 바뀜, 주의.)
필자가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밝힐 생각은 없었는데,
군대이야기 하려고 밝혔습니다.
지루할것 같다고요?
걱정마세요. 재미없는 수험생활,
재미있게 풀어내는게 필자의 역할아닙니까.
오늘만큼 수험일기 올리기 고민되는 날이 없던 것 같습니다.
어제부터 기다려주신 분들이 많았던 것도 알고,
필자 정체를 알고계시는 학우분들도 연락이 많이 오셨습니다.
제가 막상 붙고나니,
작은 안도감과 큰 죄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는데요
공부량에 비해 너무나 많은 행운이 따라주어서 합격했습니다.
문제는 그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남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래도 없던 노력을 지어내기보다는 사실대로 써야할 것 같아
있는 그대로 풀어썼습니다.
장교 후보생 시절, '독도법'이라는 훈련을 할때가 있었습니다.
독도법이 무엇인지 모르시는 여학우분들도 계실것 같아 짧게 말씀드리면,
이런식으로 나침반과 지도를 가지고 목적지를 찾아내는 훈련입니다.
문제는 산속에서의 풍경은 다 거기가 거기같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 GPS에 익숙해져 있는 필자로서는
진짜 지랄맞은 훈련으로 기억합니다.
여튼 독도법에서 가장 중요하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줄 아십니까?
"지도정치"입니다. 지도정치란 제가 보는 지형과 지도를 일치시키는 작업을 말합니다.
그래야 정확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재밌는 일입니다.
길을 잃었을 때,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은
어디로 향할지, 어떻게 이동할지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 이라는 점이요.
1차 시험이 끝나고 카페에 들어오니
비밀댓글이나 쪽지로, 탈락의 소식을 알려주신 분들도 있었고.
같은 동차를 준비하던 학원에서 알던 지인들 중
1차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차마 제가 운이 좋아 붙었다는 식으로 말하지 못 했습니다.
방황을 끝내려면 일단 잠시 멈춰서야 합니다.
그 다음 내가 어딨는지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본인이 어딨는 지 찾으셨다면,
먼저 나무라지 마시고
꼭 고생했다고 해주세요.
필자는 지하철을 타고 통학합니다.
언젠가 봤던 기관사분께서 하는 인터뷰가 인상깊게 남아 있는데요.
"전철 안에서 우리는 늘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지만,
뒤돌아보면 굽이굽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볼때마다 그게 인생같다"
라는 말입니다.
물론 2차 준비하시는 학우분들께서는
'고작 1차 가지고?' 라고 조소할 수 있겠으나
제가 겪은 분들은 나름 필사적이었고, 성실했으며, 간절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기때문에 무어라 답글을 남기기가 어려워서,
이렇게 답변 전합니다.
시험이라는게 잔인한데가 있어서,
도전하는 동기도, 간절함도 묻지 않고 결과로 말할 뿐이지만,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외면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에 들어오기전,
도전해볼까 고민하던 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설사, 그 끝이 불합격이어도
20년 뒤 즈음의 제가
'그때 해볼 걸' 보다는
'그래도 해봤어' 가 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고생많으셨고,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우와 미쳤다 아잉님필력진짜 멋있네요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전 아잉님이 꼭 좋은 노무사가 되시길바라요🥹
합격해주라님 1차 잘 마무리하셨나요? 저도 합격해주라님의 합격을 응원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옷입고 기저귀라녘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ㅠㅠㅠㅋㅋㅋㅋ 일부러 님 글 안읽고있었는데 중독되어버렸아여....ㅠㅠㅠㅠ
진짜 1차 독이든성배
전날까지 차라리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셤장 가니까 함격하고싶다 하는 간절한 마음 ....ㅋㅋㅋㅋ 항상 응원 합니당 !!
(노경 선택인데 1차 경영학 하신건 진짜 굿초이스....!!!!! )
계산문제를 못 푸는 노경러라...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중꺾마!!
이거 이제봣네여 축하합니당
2차도 붙으실거같네요 ^^ (2차같이안하는거 후회중)
저도 RT장교 시험도봣엇는데 ㅎㅎ(물론 떨어짐)군인분들 고생많으십니다.
저도 가채점으루는 합격했내엉 그래도 괜히불안함 ㅎㅎ28일에 결과나올때까지는 최측근에게만 공표하려고요 고생하셨습니당
탕탕님 감사합니당~ 저도 가채점으로 합격점수나오고나니 '아 마킹 제대로했나...?' 생각드는건 국룰인가봅니다ㅋㅋㅋ
저는 스마트폰으로 지도 봐도 GPS안켜면 제가 어딨는지도 모르고 켜도 제대로 가는지도 모르는 길치of길치 ㅋㅋ
길치 특 : 화장실 급해서 첨보는 빌딩 건물 들어갔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면 어디로 나가야할지, 나오면 여기가 어딘지 헷갈림 ㅋㅋ
1차 합격 너무 축하드려요 ㅎㅎ
진짜 궁금했었는데 ㅋㅋㅋ 합격을 하셨는지 ㅎㅎ 민법도 대박 ㅋㅋ 전 48맞았었거든요 ㅋㅋㅋㅋ
기저귀는 팬티 안에...꼭.....
2차는 진짜 1차랑은 비교도 안되게 떨리고 시간도 길기 땜에 꼭.... 필수....입니다.
인간의 존엄성 챙기다 1년을 날립니다.
합격자시죠? 닉이 특이해서 기억하고있는데!
합격수기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따뜻한 분으로 기억이 남는데, 열심히해서 후배가 되어보겠습니다!!
@아잉어려웡 ㅎㅎㅎ 맞아요 ㅋㅋ
이게 진짜 거의.... 18년 전에... 만든...그걸 아직도 안 바꾼 ㅋㅋㅋ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ㅋㅋㅋ
합격 수기 봐주셨다고 하셨죠 ㅋㅋ 기억나네요! 고맙습니다.
제가 따뜻한 분이라뇨 ㅋㅋㅋ (뜨거운 분이....아.. 쓰다 보니 이상하네요 ㅋㅋㅋ)
감사합니다 ㅎㅎ
언제든 궁금한 점 물어 봐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기저귀를 또 찰일이 없기만을 바랄뿐 ㅠㅠㅠ
앗 아임.. 솔져.. 가 진실이었구나!!
그렇습니다 ㅋㅋㅋㅋ 디테일을 발견해주셨네요. 숨겨진 복선
1차 합격 축하드립니다.
매주 수험일기 잘 보고있습니다.
(소소한 즐거움)
남은 기간 잘 준비하셔서 2차도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의성실님도 건승하세요!!
댓글 잘 안다는 눈팅족이었는데... 이번 글 심하게 감동받아서 3기 때 팬미팅하러 노경 실강가야하나 고민이네요..
노경러시군요!! 온첨반은 안들어봐서 어떻게 제출하는지 궁금하긴하네영 내년엔 그렇게 해볼까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진짜 고생 하셨어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뿌엥 조회수가 6천이 넘네요 올해 1차 접수자가 1만명이였는데 고사장에서 수험일기 아시는 분??? 하면 절반은 아는거네요 ㄷㄷㄷ
외쳐볼걸 그랬어요. 수험읽기 읽고오신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2.04 12:52
언제하시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