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가족 23-33, 목소리가 왜 그렇노
“아, 아빠.”
“어디 아프나.”
“아니야.”
“목소리가 왜 그렇노.”
“아니야.”
과자를 먹고 음료를 마시며 전화해서 그런지 김민정 씨 목소리가 평소보다 우물우물하고 잠긴 채였다. 아버지께서는 그 작은 차이를 금세 느끼곤 딸의 건강을 여쭤보신다.
‘어디 아프나. 목소리가 왜 그렇노.’ 역시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이다. 내 자식이 아프지 않고 건강히 지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사소한 변화도 금세 알아차리고 안부를 물어보는 것일 테다. 그러니 잘 지내고 있다고 별일 없어도 수시로 연락을 돕는 것이 가족 관계를 돕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화를 건네받아 김민정 씨의 상황을 전한다. 풍경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간식과 음료를 즐기는 중이라고.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있노라니 아버지가 생각난 것 같다고, 그래서 연락드렸다고 말이다.
추석을 앞두고 밀양에 찾아뵙겠다고 했다. 명절이니 이번에도 예외 없이 얼굴 뵙고 싶다고 말이다. 아버지께서 흔쾌히 오라고 하셨다. 명절이니 빈손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따님은 그런 마음이니 사양 말고 받아주시라고 선포하고, 지난번처럼 밑반찬을 사서 가며 좋을지 물으니 “뭐 그런 걸 사 오노, 아무것도 사 오지 말래이.” 하셨다. 지난번에 선물한 양배추즙이나 홍삼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어떤지 어쭈었더니 “어, 그래. 그건 좀 괜찮더만.” 하셨다.
때마다 아버지 댁을 찾고 때마다 선물을 챙겨 가니 김민정 씨도 아버지 댁에 갈 땐 어떤 선물이 좋을지, 어떤 게 아버지의 취향을 저격할지 점점 더 알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충분히 묻고 제대로 헤아리며 알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내게 기회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2023년 9월 21일 목요일, 서지연
전화로 안부 묻고 명절 전에 찾아뵙고 이렇게 지내도록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아버지의 마음. 월평
첫댓글 김민정 씨는 풍경 좋은 곳에서 자주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리죠. 그 소식이 아버지에게 얼마나 기쁠까요? 전화기 너머 들리는 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 그래. 그건 좀 괜찮더만.” 다시 사서 가야겠어요.
풍경좋은 곳에서… 서지연 선생님이 한결같이 지키려 애쓰는 원칙이죠. 그 마음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