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를 상대로 벌이는 4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서 1, 2차전을 연달아 내줘 한 번만 더 지면 그대로 시즌이 끝날 위기다.
그런데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의 역사도 함께 끝나게 되는 상황이다.
2020-2021시즌을 마지막으로 모기업이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기 때문이다.
KBL에서는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작업을 2020-2021시즌 개막 전부터 추진해왔고, 올해 1월에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스포츠비즈니스 그룹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3월 초 마감된 인수의향서 접수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KBL은 전자랜드 구단 매각 작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시한부 인생'인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 팀 슬로건으로 '내 인생의 모든 것'(All of my Life)으로 정하고 말 그대로 인생을 걸고 뛰었다.
팀의 샐러리캡은 전체 25억원 가운데 15억원 남짓만 사용해 60%를 기록했다.
99%까지 꽉 채워 선수들의 연봉을 지급한 다른 구단에 비해 선수들 전체 연봉도 가장 낮은 팀이었지만 전자랜드는 시즌 개막 후 4연승을 거두며 단독 선두로 나서는 등 돌풍을 주도했다.
'원래 악착같은 근성이 팀컬러인데 올해 주위 환경 때문인지 근성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을 들은 전자랜드는 결국 10개 구단 중 5위(27승 27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연봉 순서대로라면 압도적인 최하위를 했어도 할 말이 없는 팀이지만 유도훈 감독의 리더십과 정영삼, 박찬희 등 고참 선수들의 열정과 김낙현, 이대헌, 차바위, 전현우, 정효근 등의 투지가 맞물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정규리그 4위 고양 오리온을 3승 1패로 꺾고 4강까지 오르며 '포기는 없다'를 외친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1위 KCC 앞에서는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전주 원정으로 열린 1, 2차전에서 모두 경기 한때 리드를 잡으며 분투했지만 결국 2패를 떠안고 25일 3차전이 열리는 인천 홈으로 돌아오게 됐다.
18년 전인 2002-2003시즌 모기업이 재정난에 시달렸던 여수 코리아텐더가 '헝그리 투혼'을 앞세워 4강까지 올랐지만 역시 당시 최강으로 꼽힌 정규리그 1위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에 3전 전패를 당했던 때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때 코리아텐더는 지금과 같은 KBL의 공식적인 구단 매각 진행 과정도 없었고, 시즌이 끝나면 해체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팀이었다.
다행히 코리아텐더는 2003년 11월 KTF라는 좋은 새 주인을 만나 지금의 부산 kt로 이어져 내려왔다.
역시 2003년 인천 SK를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든 전자랜드는 삼성, LG, SK, 현대모비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팀을 운영하는 프로농구 리그에서 20년 가까이 개성이 넘치는 팀 컬러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간혹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개그랜드'라는 조롱도 받았지만 2014-2015시즌 정규리그 6위(25승 29패)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3위 서울 SK(37승 17패)를 3-0으로 완파하고, 2위 원주 동부(37승 17패)와도 5차전까지 치르는 접전을 벌이는 등 명승부의 감동도 팬들에게 많이 선사했다.
팀 전력상 거의 매 시즌 '약자'의 위치였을 때가 많아 명승부를 벌이고도 아쉽게 분루를 삼키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의 대명사로도 불렸다.
전자랜드가 4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2018-2019시즌 이후 2년 만에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나가려면 남은 3∼5차전을 다 이겨야 한다.
그러나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 역사상 5전 3승제에서 먼저 1, 2차전을 패한 팀은 한 번의 예외도 없이 탈락했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자랜드 최고참 정영삼(37)은 최근 KBL-TV와 인터뷰에서 "내 인생에서 영원히 기억 남을 이름인 것 같고, 너무 고마워. 고생 많았고 플레이오프에서 우리 같이 더 힘을 내보자"라고 '전자랜드'에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10년 전인 2010-2011시즌부터 전자랜드 홈 경기에서 울려 퍼지는 응원가 가사는 마치 전자랜드의 이런 마무리를 예견이라도 한 것 같고, 2020-2021시즌이 끝나갈수록 더 애틋한 노래가 되는 느낌이 든다.
첫댓글농구팬으로서는 좀 아쉽죠~ 저는 전랜이 홈구장으로 쓰기전 국내 마지막(?) 국제대회인 2007년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을 삼산체육관에서 직관햇던 기억이 잇는데 당시 농구전용구장(?)이 이런거구나 하는거에 좀 충격을 받앗죠~ 국내 다른농구장과는 다르게 여기는 관중석의 높낮이가 급경사이기 때문에 몰입감이 좋앗는데 지금 상황이 이렇게되고나니 뭔가 좀 아쉽긴 하네요;;
첫댓글 농구팬으로서는 좀 아쉽죠~ 저는 전랜이 홈구장으로 쓰기전 국내 마지막(?) 국제대회인 2007년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을 삼산체육관에서 직관햇던 기억이 잇는데 당시 농구전용구장(?)이 이런거구나 하는거에 좀 충격을 받앗죠~ 국내 다른농구장과는 다르게 여기는 관중석의 높낮이가 급경사이기 때문에 몰입감이 좋앗는데 지금 상황이 이렇게되고나니 뭔가 좀 아쉽긴 하네요;;
저는 급경사라서 오히려 눈아파서 ㅎㅎ 농구보기에는 안양체육관이 제일 좋은 거 같습니다.
반대로 계양체육관은 푸른색으로 바꿨더라구요..체육관 외벽에 점보스 마크도 크게 붙어있고..
인천시에서 스포츠 운영하는데 부족하지 않도록 지원 팍팍 해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