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일어보세여
새로 악기를 구입하고자 하시는 분 중에 특히 신디사이저에 대
해서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신디사이저 관련
게시판에 글을 올리시게 되는데, 물론 그렇게 되면 신디사이저
를 쓰고 계씨는 분들은 당연히 신디를 추천합니다. 그렇지만 과
연 모든 경우에 있어서 신디사이저가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는
가 하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처음 악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분들은 "신디사이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단지 음악을 연주하거나 작곡이나 편곡 공부를
하시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께 신디사이저를 권한다
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요한건 "나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거라고 생각합니
다.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체로 악기를 사게 되면, 돈
은 돈 대로 낭비하게 되고, 성능에 대한 만족도도 없게 됩니
다. 언제나 "내가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이유가 그것이지요.
그러면 과연 신디사이저가 어떤 악기인지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신디사이저의 경우는 음을 합성해 내는 장치입니다. 어떤 음원
이 있으면 이 음원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경해서 내가 원하
는 소리를 만들 수 있는 악기가 신디사이저이지요. K2500,
K2600 시리즈가 이런 시디사이저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
지요. 이러한 신디사이저는 내장 음색을 사용하기 보다는 그 음
색에 여러 가지 알고리듬을 적용하여 변형하는 데 그 가치가 있
기 때문에, 이러한 음색 합성과 변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
다. 그래서 섣불리 신디사이저를 구입하였다가는 제 성능을 발
휘하지 못한 체 어려워하고 말 것입니다. 만약 님께서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고 싶다거나 리믹스 등의 작업이 꼭 필요한 경우
에는, 그리고 새로운 것을 베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알고 그것
을 배우는데 대한 어려움을 감수하실 수 있다면 신디사이저가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커즈와일의 제품 중에 PC88이나 PC2는 주로 공연을 목적으로 만
들어진 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악기를 Performance
Controler라고 부르는데, 콘서트 같은 데서 다른 악기와 협주
를 할 때 주로 사용되지요. 새로운 음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
만, 이미 정련되어 내장된 소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디사
이저와 같이 음색에 대한 자유도는 적지만 당장 뽑아서 쓸 수
있는 소리들이 다양하고, 신디사이저보다 훨씬 단순한 조작법
을 가지고 있습니다. PC 시리즈는 더우기 미디 컨트롤을 완벽하
게 지원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하여 음악 작업도 할 수 있겠
지요. 그러나 PC88이나 PC2 자체에는 시퀸서가 없습니다. 공연
용이니깐요.
보통 '키보드'라고 말하는 악기가 있는데, 이것은 두 가지 의미
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마스터 키보드'와 다른 하나
는 '포터블 키보드'입니다.
'마스터 키보드'는 앞서 말씀드린 PC88이나 PC2X에서 음원만 제
거한 것입니다. 즉 순수하게 건반과 컨트롤 장치들만 달려있고
음원이 없습니다. 주로 이것은 미디나 곡작업을 할 때 입력장치
로만 사용됩니다. 따라서 마스터 키보드를 사용하려면 적어도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듈이 필요하겠지요?
포터블 키보드는 우리들이 흔히 '키보드'라고 부르는 것들로
써, 가지고 다니면서 여러 가지 악기 소리를 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자 악기입니다. 야마하의 PSR시리즈, '다이나톤'과 같
은 악기가 키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생산되는 키보드들
은 100 여개가 넘는 음색을 가지고 있고 여러 가지 자동 반주
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피아노와 아주 흡사한 기능
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터블 키보드의 경우는 건반 터치
가 매우 가볍고, 타건의 세기에 따라 음의 크기나 밝음 등이 결
정되는 '건반 벨로시티'를 쓸 수 없는 제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포터블 키보드'는 처음 음악을 공
부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굳이 구입하지 마시라고 권하고 싶습
니다.
이제 디지털 피아노에 대해서 말씀 드릴 차례입니다. 디지털 피
아노는 피아노와 가장 비슷한 느낌으로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앞의 신디사이저와 공연용 연주 악기들이 자체
에 스피커가 없고 외부 음향기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소리를 낼
수 있는데 반해, 디지털 피아노는 자체적으로 우수한 스피커 시
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도의 음향 장치 없이도 풍부
하면서도 중후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동이 많지 않
으면서 좋은 소리를 얻고 싶다면 디지털피아노가 훨씬 좋은 선
택입니다. 또한 디지털 피아노에는 초보자의 연주를 도와주는
여러 가지 도우미 기능들이 있습니다. 몇 개의 손가락으로 완전
한 오케스트라 반주를 창출해 내는 자동 반주 기능과 연주자가
짚은 코드에 맞는 멜로디 화음을 만들어 낸다거나 하는 여러 가
지 기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Mark 12의 경우는 325가지
의 어쿠스틱한 내장 음색이 들어있고, 16트랙 시퀸서(녹음기)
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 음악을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Mark 12의 경우에는 16개의 미디 체널을 사
용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설정을 해 줄 수 있기 때무에 미디 곡
작업을 도와주는 마스터 키보드로도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지
요.
앞서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는데, 포터블 키보드가 아니라
면 디지털 피아노가 가장 적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K2500/2600
이나 PC2X와 같은 악기들은 자체 스피커가 업습니다. 따라서 기
본적으로 엠프와 스피커와 같은 음향 장치들을 따로 구입하셔
야 합니다. 만약 성능이 떨어지는 스피커 시스템을 구입하게 된
다면, 악기에서 제공하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업게 됩니다. 물
론 K시리즈와 PC2X의 경우 디지털 피아노보다는 이동하기가 편
리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악기 자체만을 이야기할 때에고, 필요
한 스피커 시스템이나 기타 주변 장치들을 생각한다면, 디지털
피아노쪽이 운반이 쉽습니다. 물론 악기를 연주할 곳에 미리 음
향 시설이 되어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오히
려 이러한 장비들의 이동이 더 힘이 듭니다.
가격에 대해서도 저는 디지털 피아노가 저렴하다고 생각합니
다. K시리즈를 제대로 사용하시려면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들 말
고도 셈플 렘의 추가 증설이나 사운드가 들어있는 롬(오케스트
라 롬, 컨템포러리 롬) 등을 추가로 장만하셔야 좋은 소리를 얻
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디사이저는 새로운 소리를 창출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셈플링 옵션이라는 것을 또 구입하셔야 합니
다. 그러나 디지털 피아노의 경우는 단품을 구입한 경우에도 충
분히 활용이 가능할 정도로 자체 내장된 기능이 다양합니다.
물론 이러한 악기들에 대한 평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들입니
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악기가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
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쓰느냐입니다. 분명히 K2600이나
K2600이 가장 훌륭하고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악기이기는 하
지만, 단순한 연주용으로 쓰기 위해서 이러한 신디사이저를 구
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음색의 창출보다
도 연주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계셨는데 K2600을 구입해서, 어
려운 사용법 때문에 중고로 되파는 실수를 하시는 경우도 봤습
니다. 혹은 K2500이나 K2600에 오케스트라 롬과 컨템포러리 롬
을 달아서 쓰기만 하시고 전혀 음색 변조나 합성을 하지 않으시
는 분들도 다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럴거라면 차라리 PC2X
를 구입하셔서 사용하시거나 음색수가 다양한 디지털 피아노
(Mark 12 같은)을 구입하시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역시 목적에 맞지 않는 악기를 선택했기 때문이 아닌
가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다시한 번 말씀 드립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
분들이 만약 악기를 구입하고자 하신다면, 그리고 특히 K시리즈
와 같은 신디를 구입하고자 하신다면, 과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싶은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습
니다. 그러나 요리법을 잘 모르면서, 혹은 요리에 대한 소질이
전혀 없으면서 좋은 재료를 사다가 아무리 열심히 요리를 해서
먹어본 들 무슨 맛이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디지털 피아노나
PC2X 처럼 이미 완성도가 높은 어쿠스틱한 소리를 제공하고 있
는 악기에서 그것을 충분히 불러서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음색이나 음향, 혹은 여러 가지 음색 변형 알고리듬에 대해서
전혀 모르면서, 혹은 그러한 것들을 공부할 마음의 자세가 되
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신디사이저를 집어들게 되면, 결
국 신디사이저에서 제공하는 좋은 음원을 가지고도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가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
람들이 그렇게 K 에 대해서 열광하다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서 중고로 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전자악기의 대표가 신디사이저이기는 하지만, 잘못하면 수퍼 컴
퓨터를 가지고 테트리스를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
시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제 글이 비록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악기
선택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