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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 인간의 본질은 다양하게 규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21c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보다 인간의 본질을 잘 표현한 문장도 없을 것 같은데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잠들 때까지 끊임없이 소비합니다. 우리는 산다(Buy)는 것이 바로 사는(Live) 것이 되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는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고, 인간의 생존 욕구처럼 우리의 소비 욕구에도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사고, 필요없는 것을 산 뒤 후회하는 걸까요. 그런데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소리 없는 전쟁에서 당신은 언제나 타깃이 되고, 무방비 상태라면 이미 승패는 정해진 것과 다름 없으니까요. 무슨 얘기하는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지금부터 저를 따라오세요~
인간탐구 욕망 호모 컨슈머리쿠스 : 소비중추를 자극하라
- EBS <다큐프라임>
성인은 부지불식간에 하루 동안에만 250개 이상의 광고를 보고 듣습니다.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그들의 눈과 마음을 멀게 할 마케팅 포탄이 쏟아집니다.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소리 없는 마케팅 전쟁터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요.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라.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일본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은 여기서만큼은 통용되지 않습니다.
지갑은 활짝 열리고 물건들은 날개돋친 듯 팔려 순식간에 동나고 마네요.
손이 2개뿐인 것이 아쉽다는 듯, 여러 쇼핑백을 낑낑대며 옮기는 고객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쇼핑 주머니를 개봉하고 난 뒤, 사람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립니다.
그러나 대부분 물건은 가치를 떠나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백화점 주변에서 물물교환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랜덤(Random) 박스에 열광하는 걸까요? 단 한 가지 때문입니다.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
보스턴대학 과학 저널리즘학과, 엘런 러펠 셸 교수는 '손실회피이론'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합니다.
손실회피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손해 보는 상황에 불안해하며, 그것을 회피하려는 심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판매자들은 우리의 마음에다 이렇게 속삭입니다.
'고객님, 이 좋은 기회 놓치시면, 정말 큰 손해보시는 거에요.'
흥미로운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사람들에게 2가지 기회를 주고, 한 가지를 선택하게 합니다.
첫 번째 기회를 선택하면 1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상황을 선택하면 33% 승률의 도박을 통해 2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두 번째 상황을 선택하면 66% 확률로 무일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100만원을 받는 선택을 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손해받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했기 때문이죠.
이와 관련해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키이스 첸 교수 연구팀은
원숭이를 데리고 영장류의 손실 회피 본능에 관한 실험을 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A사육사는 사과를 계속 한 개씩(1,1,1,1 · · · · ) 원숭이에게 줍니다.
B사육사는 한 개, 두 개를 번갈아(1,2,1,2 · · · · ) 주도록 합니다.
87%의 원숭이들은 자연스럽게 사과를 더 많이 주는 B사육사에게 갔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 A사육사는 이전과 같게 사과 한 개씩(1,1,1,1 · · · · ) 주었습니다.
그리고 B사육사는 이전과 달리 사과를 한 개씩(1,1, 1,1 · · · · ) 주었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여전히 두 개씩 들고 서있었습니다.
A사육사, B사육사 모두 같은 숫자의 사과를 준 셈이지만, 결과는 역전되었습니다.
B사육사에게 사과를 받으면 1개를 손해 받는다는 느낌에 불쾌했는지,
원숭이의 71%가 B사육사를 외면하고 A사육사에게 간 것이지요.
미국의 한 마트에서는 침대 매트리스 4개의 중 1개는 반드시 세일을 합니다.
1개를 판매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상품 3개는 미끼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세일되지 않는 3개의 미끼상품 가격은 준거 가격이 되고 세일가와 비교됩니다.
3개의 정상가격 물품 옆에서 할인가로 제공되는 상품은 매우 저렴하게 느껴집니다.
마트에 들른 한 부부를 만났는데요. 그들은 마트만 오면 과소비하게 된다고 합니다.
1993년 대형마트가 생기고, 한 곳에서 여러 물건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우리의 소비량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늘어났습니다.
오늘도 이 부부는 계획보다 5만원을 더 썼습니다.
게다가 쇼핑 삼매경에 빠져, 구매 목록 중에 일부는 구입을 못했습니다.
우리 또한 흔하게 겪는 난처한 경험 뒤에도 마케팅 전략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동선을 그리며 장을 보기 때문에,
물건도 그 동선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진열됩니다.
고객의 눈길을 끄는 폭탄세일, 한정판매 같은 푯말도 동선에 맞춰 배치되죠.
고객들이 마트에 들러 가장 먼저 만나는 상품은 채소와 과일입니다.
손님들이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철 과일을 전면에 배치하고,
동일 상품과 같은 색깔의 상품은 함께 진열하지 않습니다.
쇼핑몰에 들어서면서 나갈 때까지 우리는 무언의 메시지를 받습니다.
'고객님,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이거 꼭 사셔야 해요.'
판매대 양 끝에 돌출된 판매대를 종종 보셨을 텐데요. 이것을 '엔드캡'이라 부릅니다.
매출구성비가 높은 상품을 이곳에 진열하여 상품의 노출을 높입니다.
관련 상품을 함께 진열하는 '연관 진열'도 자주 사용되는 전략인데요.
육류와 소스를 함께, 자동차용품과 졸음방지껌을 함께 진열하여 소비 욕구를 자극합니다.
소비자를 마트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생필품 종류는 매장 안쪽에 진열하여 동선을 늘립니다.
엘리베이터는 매장 구석에, 에스컬레이터를 매장 중앙에 위치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죠.
시계와 창문은 없애고, 고객들이 쇼핑에만 집중하며 매장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합니다.
초창기 60리터였던 카트가 150리터, 300리터 크기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빈 곳을 채우고 싶은 심리가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카트가 크면 클수록 구입량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까지 우리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었네요.
홈쇼핑 삼매경에 푹 빠진 한 주부를 만났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직접 배달까지 해주니, 전업주부들에게 홈쇼핑은 언제나 인기입니다.
오늘도 파격세일, 타임세일이라는 말에 그녀는 구매 버튼을 클릭하고 맙니다.
소비자가 구매를 고민하고 있을 시기에, 방송이 진행 중인 홈쇼핑 촬영장을 찾았습니다.
방송 PD는 실시간으로 주문량을 체크하며, 쇼호스트에게 실시간으로 판매전략을 전달합니다.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자극하고, 시간과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초조하게 하죠.
소비 욕구를 늘리기 위해 제품도 진화합니다.
1965년 냉장고가 처음 선보이고, 5년 뒤에 냉동실이 있는 냉장고가 등장합니다.
이후에 더 많은 식품을 보관할 양문형 냉장고까지 개발되고,
소비자의 미적 감각까지 충족시켜줄 인테리어 냉장고도 출시됩니다.
한 회사의 디자인팀이 소비자 욕구를 파악할 목적으로 가정집에 방문을 했는데요.
설문조사로는 잠재적인 욕구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제품 사용 행동을 직접 관찰한다고 해요.
이렇게 소비자의 불편을 파악하여, 냉동실을 하단에 배치해 불편을 줄인 상품도 나왔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신제품 개발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뉴로 마케팅 연구소에서 아이트래커를 이용해 동공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어떤 것에 눈길을 주고, 관심을 기울이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뉴로 마케팅을 활용하여 광고의 문제점을 파악한 사례입니다.
상단 두 번째 사진은 한 회사의 맥주 광고 사진을 아이트래커로 관찰한 것인데요.
이 모델은 남성들에게 호감도가 높아 맥주 역시 시선을 끌 것이라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델에게 시선이 너무 집중되는 바람에, 정작 맥주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각인되지 못합니다.
설문조사를 하면서, 대상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아이트래커를 활용하지요.
피실험자가 뇌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fMRI 기기도 활용합니다.
후보 이름을 보여주며, 보상과 쾌감을 담당하는 측좌핵과 혐오감을 관장하는 뇌섬엽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종합적인 결과에 따라 최종 이름을 선정하였고,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위치추적 장치를 이용하여 쇼핑몰 내에서의 소비자 동선을 측정하고,
소비자 시선이 판매대에 머문 시각을 색상으로 표현하여 판매에 활용합니다.
뉴로 마케팅을 활용하여 판매를 늘리는 기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뇌파나 시선까지 측정해 물건을 팔려는 움직임에 두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러한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합니다.
소비자의 방어전략 또한 진화될 것이기에, 창과 방패의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밀고 당기는 관계는 동등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점점 대등한 게임이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연, 이 게임에서 소비자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최고의 방어 전략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봅니다.
답변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구매하기 전에 여러 번 생각하라' 입니다.
앞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구뇌의 이야기에 너무 귀 기울이지 말고,
신뇌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판단하라'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자본주의가 선물한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소비입니다.
우리 사회는 소비를 미덕이라 말하며, 소비가 우리의 가치를 드높인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로는 과소비를 하고, 과시적 소비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과 소비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소비중추가 끊임없이 자극되는 환경 속에 살아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조금 더 착하고 바람직한 소비를 위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량 소비를 가능케 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쓰일 자원이 낭비되고,
소비 후 남겨진 대량 쓰레기는 지구와 환경, 결국 인간까지 병들게 합니다.
경쟁적 소비는 끊임없이 상대적 박탈감과 공허함을 갖게 만들고,
결국 우리를 공멸의 제로섬 게임, 치킨런 게임으로 치닫게 합니다.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제 이 말을 조금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나와 너, 우리와 자연이 공존하며 윈윈(Win-Win)할 수 있는 소비를 고민하고,
나의 정신적 삶을 풍요롭게 할 아름다운 소비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쾌락과 욕망의 호모 컨슈머리쿠스가 아닌, 공생과 나눔의 호모 컨슈머리쿠스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소비합니다.'
첫댓글 <피에르 라비의 자발적 소박함>이라는 책을 검색하고 왔더니...^^
소박함은 과소비사회에 대항하고자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삶의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