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잡는다'는 의미는 그냥 무엇을 붙잡는다는 뜻이 아니고 '잔칫날에 돼지를 잡는다','복날에 개잡는다'와 같이 '잡아서 죽인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과학이 발달하지 않아 미신에 많이 의존했고 굿도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영매를 관장하는 무당에 의해 행해졌다. 말하자면 저승에서 이승의 일들을 다스린다고 믿어 그쪽 신들의 노여운 심기를 풀어드리기 위하여 굿판을 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무당은 아직 실력이 완성된 수준이 아닌 인턴 초기 수준이라 잘못하면 병을 고치려다 죽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속담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제 오랫만에 친구들과 금정산에 등산을 갔다.
호포역에서 10시반에 만나기로 약속했는 데 집에서 한시간 님짓하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해운대에서 2호선을 바로 타고 가면 한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수영에서 환승해서 가면 15분정도 단축된다고 하지만 내렸다 다시 바꿔타는 것이 귀찮아 그대로 앉아 있었더니 16분정도 더 늦었다.
역에서 만나 굴다리를 지나 호포새마을 옆 도랑을 따라 산길을 접어 들었다. 새벽에 비가 그쳐 공기도 산뜻하고 무엇보다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가 더운 산행길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초여름의 강한 햇볕을 여린 초록빛 잎들이 가려 주어 별로 더운 줄을 몰랐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각자 주식과 선물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 하느라 등산 길이 지겨운 줄을 몰랐다.
한 친구는 친구들 모임장소인 사랑방에 나가 자칭 고수라는 친구한테서 한 달 정도 수업을 받고 모의투자를 한 뒤에 선물에 입문했다고 한다. 선물을 시작한지는 약 한달 남짓한데 밸런스는 -7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선물을 하려면 증거금이 약 2천만원 필요하단다. 하루 5만원 정도 벌기는 쉬우나 욕심에 조금 더 먹으려다 물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먹기는 조금 먹고 잃을 때는 왕창 잃게돼 있어 결국은 잃게 돼 있다고 한다. 낮은 값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야 하므로 자기가 산 가격보다 주가가 떨어지면 언젠가는 올라가겠지 하고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인 성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손절을 잘 하는 사람이 딴다는 말이 있다.
지난 월요일부터 공매도가 다시 시작되었다. 언론에서는 거품이 많은 바이오주가 서리를 맞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하루가 지나고 보니 코스피와 코스닥이 조금 내리긴 했어도 그리 큰 영향은 받지 않았다고 자위를 했다. 내가 갖고 있던 바이오주도 하락세를 보여 다음날인 화요일 예전에 82천원에 샀던 것을 전량 7만3500원에 매도를 하였다. 멀티차트를 보니 공매도가 계속되는 한 주가가 7만원대까지는 계속 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주가가 더 빠진 다음에 다시 살 생각도 하였다. 걸ㄴ데 막상 매도를 하고 나니 곧바로 주가가 치솟기 시작하더니 7만5900원까지 올라가 종가로 끝냈다. 가만이 앉아서 40만원정도를 떡 사먹은 꼴이었다.
그리고 오늘 장이 열리자 마자 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 동안 계속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드디어 반등 하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되어 치솟는 주가를 뒤쫓아가 7만6800원에 다시 매입을 했다. 그랬더니 주가가 귀신같이 알고 주춤거리더니 이내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닌가? 어디서 잡신이 CCTV로 남의 심중을 꿰뚫어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선무당이 사랍잡는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모양이다. 주식주자도 제대로 모르면서 섣부른 판단으로 글적거리다가 오지게 당해도 싸다 싸!
그러다가 3시에 바같에서 약속이 있어 1시50분에 외출하려다 보니 주가가 조금 오르는 기미가 보였다. 장 마감시까지 보지 못하므로 밖에 나가면서 손해는 면하려고 금일 최고가가 78000원이었으므로 77000원에 전랭 매도 주문을 내고 나갔다. 밖에 나갔다가 4시반쯤 집에 돌아오니 모니터 불빛이 플리커링하고 있었다. 매도계약이 체결됐다는 표시였다. 화면을 열어보니 주가는 78600원에 마감돼 있었다. 오늘은 손대는 것마다 손실이 발생하는 날이었다. 나무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