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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연내에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 근로자 약 100명이 시범적으로 서울 가정에서 가사·육아 일을 하기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 인증을 받은 기관이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고용해 가정으로 출퇴근시키는 방식이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들도 국내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다. 현재 일본이 이 방식으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월 200만원이 넘는 임금이다. 웬만한 봉급 생활자 부부가 이 정도의 부담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비용이라면 수요가 많이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 지적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월 100만원 수준이어야 중간 소득층도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 1970년대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 맞벌이 가정이 월 70만~80만원 정도로 가사·육아를 해결할 수 있게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도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해 월 100만원 정도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근로기준법과 ILO(국제노동기구) 국제 협약 위반이라는 논란 소지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합계 출산율 0.78명으로 국가 소멸 우려까지 눈앞의 현실로 닥쳐 있는 나라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다면 모든 노력을 다 해봐야 한다. 더구나 월 77만원 정도 받는 홍콩 가사 도우미들은 매우 만족하면서 절대 다수가 계속 일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도움을 받고 그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다. 너무 명분에 집착해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가사 도우미 수요가 있는지,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등 검증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따라서 시범사업도 일본형 최저임금 적용 방식만 아니라 입주형 홍콩·싱가포르 방식, 네덜란드·독일·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문화교류와 가사 서비스를 연계한 오페어(Au Pair) 방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아 젊은 맞벌이 가정의 육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