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 속에 푸른 용의 해가 밝가왔다.
청룡은 십이지 가운데 유일하게 상상 속 동물이다.
십이지지의 다섯번째 동물로 동쪽을 수호하며 비옥한 토지와 물창고 등을 다스린다.
물은 만물의 근원으로 그 성정은 역동적이며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가 큰 해이기도 하다.
이처럼 올 한해 지난해 보다 더욱 뱐화무쌍한 한 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기자의 잠재됐던 고정관념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콘텐츠 시장을 바라보는 애재적인 '텃세'가 무너진 것.
그간 기자는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의 성장세에 대해 기사를 쓰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해 편견을 가져왔다.
'아무리 유튜브가 콘텐츠 신흥강자라지만, 그래도 지상파는 지상파지'라며 마치 '선비 놀이'를 해왔던 것.
하지만 연말 가족과 함께 유튜브에 업로드된 '핑계고' 시상식을 시청하면서 고정관념이 완전히 무너졌다.
'핑계고'는 유재석이 지난해 11월 17일 유튜브에서 시작한 웹 예능이다.
지난해 12월 1주년 기념으로 열린 '핑계고 시상식'은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230만을 돌파해
SNS와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우고 있다.
시상식을 개최한다는 소식과 더불어 투표가 진행되자 무려 11만 명 이상의 구독자들이 투표할 만큼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특히 시상식은 일요일 오전 9시에 생중계됐음에도 무려 10만 명 이상이 동시접속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렇듯 핑계고 시상식은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을 현실화했다.
실제 채널 구독자들은 '지상파 3사 시상식보다 훨씬 재밌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반면, 지상파 시상식은 공동 수상 남발과 긴장감까지 사라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KBS 2023 연예대상'에서는 19개 부문 중 10개 부문에서 공동 수상이 쏟아진 것은 물론, 'KBS 연기대상'에서는 인기상 부문에서
무려 7명의 수상자가 탄생했다.
수상자가 늘어나면서 수상소감이 대폭 호가대되고 방송 시간만 4시간을 넘어섰다.
최근 콘텐츠 이용자들이 '숏폼'(짧은 동영상)으로 쏠리고 있는 상호아에 되려 약주행 행보를 보여준 셈.
실제 TV 예능에서 종횡무진하던 스타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유튜브로 모대를 이동해 기회를 잡고 있다.
실제 지난달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유튜브 채널 '캐스트유'에 출연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띄어쓰기로 달라지는 분위기' 챌린지도 했다.
'윤서, 결혼했어?'는 윤석열, 혼냈어?'로 , '문제 있나 봐'는 '문재인, 나 봐'라고 말장난을 펼쳤다.
이처럼 TV 예능의 화제성이 이전만 못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TV가 OTT에 완전히 뒤쳐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플랫폼에 따라 장르가 변하고 있기 때문.
다만, 새로운 도전의 해 '청룡의 해'인 만큼 모두가 중장기 미래를 역동적으로 모색하고 기회를 잡기를 기대해 본다. 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