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sports/kbaseball/article/382/0000946538
KT에서 우승은 유한준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유신고 출신인 그는 고향을 연고지로 한 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그것도 계약기간 마지막 해에 이룬 값진 결과물이었다. 올해 정규시즌을 소화하며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는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어 타석에서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했고, 가장 높은 자리에 등극했다.
유한준과 KT의 계약은 올해로 끝난다. 그러나 프리에이전트(FA)는 아니다. 연봉 재계약 대상자다. 그가 시즌 내내 은근히 은퇴 의사를 내비친 사실은 이강철 감독뿐 아니라 KT 프런트도 인지하고 있다. KS를 마친 뒤 휴가를 즐기고 있는 그는 올해 안으로 구단과 상의해 거취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은퇴할 때 가 되었죠 ㅠㅠ
지금 시점이 가장 좋은 은퇴시점 같습니다.
6년동안 KT를 위해 뛰어준 유한준 선수에게
이번시즌은 더욱 의미 있는 시즌으로 남을 거 같습니다.
(FA영입 당시 유한준 인터뷰)
https://n.news.naver.com/sports/general/article/144/0000409013
- 그라운드 밖에서의 삶이 궁금하다.
“아, 특별히 하는 것 없다. 사실 이런 질문이 제일 난감하다. 취미 같은 거 물어볼 때. 정말 할 말이 없다. 진짜로 하는 게 없으니까. 스마트폰 게임? 안 한다. 야구 다시 보기 정도 하는데, 그것도 태블릿으로 본다. 화면도 크고, 아무래도 눈이 중요하니까.”
-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야구 말고는 모른다고 한다.
“야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다 안 하려고 한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커피, 탄산음료도 안 마신다. 음, 탄산음료는 100%는 아닌 것 같다. 사람이니까. 정말 콜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 속으로 갈등 한 번 한다. 그 다음에 ‘에잇 참자’ 한다. 물론, 정말 먹고 싶어서 한 모금 먹을 때도 있기는 하다(웃음)”
- 어릴 때 좋아했던 스포츠 영웅이 있다면.
“NBA 데니스 로드먼을 좋아했다.”
- 안 어울린다.
“그래서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나와는 정 반대인 선수니까. 친구들은 다 마이클 조던 좋아했다. 시카고 불스가 인기 있었으니까 피펜, 쿠코치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난 로드먼이 좋았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선수다.”
- 주변에서 유한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나.
“재미없는 형? 내가 생각해도 재미없으니까. 그렇게 해서 언제까지 야구하나 보자, 벽에 똥칠할 때까지 야구해라, 이런 얘기 농담으로 많이 듣는다(웃음).”
- 천성인건가.
“아버지를 닮은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프로생활 처음 시작하면서 김동수 코치님, 송지만 선배님한테 많이 배웠다. 김동수 선배님과 처음에 2년 정도 룸메이트를 했는데 ‘아, 저렇게 어떻게 사냐’하고 생각했다. 선배님은 야구 하이라이트 끝나면 1시에 딱 잠들고 아침 9시30분에 항상 아침밥을 드시더라. 낮 12시30분이면 꼭 낮잠을 주무셨다. 여름에 차가운 음식 절대 안 먹고. 처음에는 나도 이해 못했는데, 지금은 내가 똑같이 하고 있다. 송지만 선배님한테서는 매일매일 꾸준하게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 걸 배웠다. 그러다 보니 야구에 지장되는 것은 아무 것도 안하게 된다. 운전할 때도 제한속도 딱 지킨다. 같이 타는 동료들이 ‘뭐하냐, 할아버지냐’며 답답해 한다. 진짜 더워도 에어콘 안 켠다. 그래서 예전에 나와 룸메이트 하는 후배들이 다른 방에 있다가 와서 잠만 자고 그랬다. 나도 내가 되게 답답한데, 어쨌든 야구에 조금이라도 지장되는 일이면 안한다.”
-그래서 그 지독한 체중 불리기도 할 수 있었던 건가.(유한준은 2014시즌을 앞두고 10㎏을 불렸다)
“지금도 고구마 먹는다. 2년 전에는 정말 미친 듯이 먹었다. 하루 종일 위가 쉬지 않았다. 눈에 보이면 먹었다. 닭가슴살은 그냥 먹기 정말 힘들다. 귤을 까서 하나 먹고 닭가슴살을 먹어야 넘길 수 있었다.”
- KT가 유한준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지금도 재미없게 사는데, 더 재미없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이제 콜라 아무리 먹고 싶어도 더 참아야 되고, 더 못먹게 될 것 같다.(웃음) 내가 선배님들한테 배운 게 있으니까, 잘 보여주고, 잘 알려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콜라도 안 먹고.. 그럼, 좋아하는 음식은 있나.
“매운 걸 잘 못먹는다. 그래서 예전에는 회, 초밥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 바뀌었다. 야구 잘하려면 고단백질 음식 먹어야 하니까. 지금은 스테이크 많이 먹는다. 가족과 밖에서 밥 먹을 때도 스테이크 먹는다.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원정갔을 때 다른 것 먹으라고 하면 되고. 아무래도 모든 게 야구에 맞춰진다.”
- 가장 좋아하는 영화 배우가 있다면.
“김인권. 여러 작품에 출연했잖아요. 주로 조연으로. 난 그런 사람이 좋다.”
- 좋아하는 영화는.
“인도 영화 중에 세 얼간이. 걱정하지 말라는 뜻의 ‘알 이즈 웰’이라는 말에서 크게 깨달았다.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 예전에는 삼진 당하고, 병살타 치면 내가 나한테 욕했다. ‘멍청아, 니가 선수냐’하고. 그런데,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한테 용기가 부족했다.”
- 용기?
“못 했을 때 자학하는 건 용기가 없어서다. 잘 맞았는데 직선타로 아웃됐다고 치자. 그러면 아쉬워한다. 그게 용기가 없는 거다. 다음에 또 그런 타구를 날릴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홈런성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고 아쉬워한다? 다음 타석에 그런 타구를 날릴 자신이 없어서다. 사실 그게 제일 어려웠다. 타석의 결과를 받아들인 뒤 다음 타석에 난 또 할 수 있다는 용기. 잘 하자, 다음 타석에 할 수 있다, 기회 온다고 자신을 타이르는 것. 그걸 할 수 있고 난 뒤 야구가 달라졌다.”
- 워렌 버핏 식사 경매 처럼, 만약 함께 식사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김연아 선수.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멘탈이 강하다고 느껴진다. 그 강한 멘탈의 비결을 배우고 싶다. 사실, 김연아 점프의 회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스윙도 회전이지 않나. 김연아의 강한 점프 회전에서 야구 스윙의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 모든 게 야구로 보이는 것 같다.
“사실 외야 수비는 테니스에서 배웠다. 어느 날 테니스 경기를 보는데, 어떻게 저 선수들은 시속 200㎞짜리 서브를 받을까 생각이 들더라.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테니스 선수들이 서브 받을 때 일종의 준비자세로 리듬을 타더라. 거기서 외야 수비 때 첫 스타트의 감각을 배웠다. 첫 발만 잘 떼면 외야 타구는 거의 대부분 잡을 수 있다.”
- 개그와는 완벽하게 거리가 멀다.
“현대 시절 대구구장에서 내야 안타성 타구 치고 1루로 뛰다가 넘어진 적 있다. 역대 베스트 몸개그 3위 안에 들지도 모른다. 2013년 1사 1·2루에서 양의지 타구 잡았을 때다. 1루주자 스타트 한 것 보고 1루로 던지려고 하는데, 중견수 택근이형이 ‘세컨!’ 그러는 거다. 그 바람에 꼬여서 1루 더그아웃 쪽으로 던졌다. 이걸 박병호가 잡아서 3루에 던졌는데 또 빠지고, 2루주자 오재원이 홈에 들어오다가 문우람 송구에 아웃됐다. 아, 너무 창피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2014년 한국시리즈 경기 다 기억난다. 4차전에서 내가 홈런 2개 치고 이겼다. 분위기 탔다. 5차전, (손)승락이가 8회 무사 만루를 막았다. 9회 이기는 줄 알았다. 강정호 실책 나오고 최형우 타구가 선상으로 빠졌다. 그 공 잡으러 가는데 정말 뛰어가기 싫었다. 그때 그 마음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승했었어야 했다. 우리가, 넥센이 진짜 미생에서 완생할 수 있었는데. 우승을 못하고 떠나게 돼서, 넥센 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 이제 새 팀 KT로 왔다.
“후배들에게 많은 걸 알려주고 싶다. 고향 팀이고, 마지막 팀이 될 테니까. 물론, 재미없는 형이겠지만(웃음).”
첫댓글 최고의 마무리네요
되게 멋진 사람이네요 .. 존경스럽습니다.
기아팬으로 너무 무서웠던...
수고하셨습니다
레알... 유한준 진짜.... 공포의 대상이었죠
진짜 멋진 사람
정말 멋진 선수였네요. 롯데팬인 저에게도 가장 무서웠던 타자 중 한명이었습니다.
방송 인터뷰 때 말씀 잘하시던데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선수로 기억될거 같네여.
수고하셨습니다.
기사 내용보다 궁금한게 있는데 에어컨 쐬는게 몸에 안좋은가요? 더운데 시원하게 못하게 해 화병나는것보다 더 낫지않나요?
그리고 여름에 시원한거 안먹는건.. 혹시 속에는 찬게 안좋아서 그런거죠?
면역 작용이라는 게 늘 상온에 맞춰져 있답니다. 체온이 1도가 떨어지면 면역기능의 몇%인가 저하된다고... 운동 선수들은 몸을 혹사 시키다 보니 빨리 회복하는 것도 중요해서 더 이런 부분에 민감한 거 같아요.
한준이형님 넥센때 고생하셨습니다. 한국시리즈때 잠실에서 슈퍼캐치는 못잊을것 같아요.우승 축하드립니다
'장인' 이네요.
프로의식이 저정도 선수일줄은 몰랐네요
무한준..ㅠㅠ 용기부분이 맘에 와닿네요..
대기만성 그리고 우승으로 피날레... 이제 코치나 해설 등 제2의 인생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