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막싸움과 같은 시합에도 룰은 존재한다. 이종격투기에서 이종(異種)이란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술끼리 맞붙는다’는 것이다. 그 어떤 장르건 간에 각 무술은 저마다의 룰을 지키며 경기를 진행하므로 서로 장르가 다른 무술을 가지고 승부를 내기 위해서는 양자간의, 혹은 대부분의 무술들이 허용하는 룰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내가 이종격투기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게 한 5년쯤 되었나 보다. 고등학교 시절 낯선 지방으로 전학을 오는 바람에 친구도 잘 사귀고 못하는 숫기 없는 남동생의 성격을 고쳐보려 보냈던 체육관. 우리 어머니는 그곳이 단순한 일반 태권도장인줄 아셨단다. 하긴 으레 그렇듯 학교 앞에 조그마하게 자리 잡고 있던 체육관의 여닫이 셔터 문에는 ‘합기도’라는 간판이 크게 붙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얍~얍~ 기합소리가 터져 나오는 체육관의 문을 꼭 닫고 나면 보이는 세 글자. 킥. 복.싱. 물론 처음부터 동생이 이종격투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아마추어 신인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동생을 ‘짝뿡(어)알’(?)로 만들어버린 그 첫 경기를 보기 전 까지…
일반 합기도 대련 정도로만 알고 갔던 시합에서 쌍코피 터지고 그라운드에 엎어져 나뒹구는 동생이 무자비하게 밟히는 것을 보고 난 후 어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만 두라고 뜯어말리셨다. 요즘은 시합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가 무섭게 바로 내게 전화를 주시지만 말이다.
“몇 월 몇 일 날 시합 있댄다. 보러 가그라. 내 자식 맞는 거 보는 게 가슴아파서 그렇지. 글치 않으면 재밌자나~~ ” (참고로 어머니는 지방에 계셔서 실제 경기를 보러 갈 기회가 별로 없으시다. 대신 위성채널에서 경기를 챙겨보신다.)
아무튼 이렇게 알게 된 이종격투기라는 것을 찾아 다닌 건 작년부터다. 물론 처음엔 동생이 제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합이 있었기에 나름대로 누나 노릇 한답시고 응원차 쫓아 갔던 것이었지만, 거의 실전에 가까운 남정네들의 격투에 빠져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전이야 어린 마음에 동생이 피보는 게 너무 맘이 아파서 생각치 못했던 거지만 지금이야 나이도 나이이니 만큼….하..하..하…) 여자인 나조차 이러하니 피 끓는 남정네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이종격투기는 기존의 격투 스포츠와는 다르게 물기, 꼬집기, 눈찌르기, 박치기, 고환 공격, 뒤통수와 척추 직접 타격 등 몇몇 동작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OK이다. 그래서 “저게 스포츠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되는 이종격투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솔직히 ‘막싸움’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구경이 싸움구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실전과 가장 가까운 격투에 많은 사람들은 일반 스포츠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그 피튀기는 짜릿함이란…^^;; 하..하..하…(이럴 때 가끔 본인이 여자라는 사실이 의심스러워진다…ㅡ,.ㅡ;;)
하지만 이 막싸움과 같은 시합에도 룰은 존재한다. 이종격투기에서 이종(異種)이란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술끼리 맞붙는다’는 것이다. 그 어떤 장르건 간에 각 무술은 저마다의 룰을 지키며 경기를 진행하므로 서로 장르가 다른 무술을 가지고 승부를 내기 위해서는 양자간의, 혹은 대부분의 무술들이 허용하는 룰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정해진 규칙은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고, 결국 이것이 어설픈 우리 눈에는 이종격투기가 ‘막싸움’처럼 보이는 이유다.
이종격투기를 흔히들 ‘No Holds Barred (어떤 공격기술도 허용된다. 즉 무규칙 격투기)’로 일컫기는 하나 절대 ‘무규칙’이 아니다. 이종격투기는 크게 선채로 상대를 가격하는 ‘입식타격기’(킥복싱, 태권도, 카라데, 쿵푸 등 때리고 차고 찍는 무술)와 ‘유술기’(레슬링, 유도 등 잡고 꺾고 던지는 무술)로 나뉘어 지는데, 이를 동시에 구사하는 것이 바로 ‘이종격투기’다. 엄연히 따지자면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 (MMA))라고 불리우며 세계적인 3대 이종격투기 대회는 ‘K-1’, ‘Pride FC’,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1993년 일본에서 시작된 K-1(카라데(Karate), 킥복싱(Kickboxing), 쿵후(Kung-Fu)의 첫 글자인 알파벳 K에 no.1의 1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은 대표적인 입식타격기 이종격투기다. 10체급 3분 3라운드로 진행되는데 KO와 다운의 경우에는 권투와 똑같은 규칙을 적용한단다.
Pride FC의 경우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종합계 격투기대회다. 체급은 93kg 이하 미들급, 93kg 이상 헤비급 등 두 체급으로 나뉘어 지며 선수들은 권투 글러브보다 훨씬 얇고 손가락이 밖으로 나오는 글러브(Open Finger Gloves)를 착용해야 하고 마우스피스 사용도 필수다. 경기는 1라운드 10분, 2라운드와 3라운드 각 5분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는 일명 옥타곤으로 불리우는 직경 10미터의 8각형 철조망 안에서 양 선수가 글러브도 끼지 않은 상태에서 맨 주먹으로 싸우는 경기인데 한 마디로 100% 쌈박질 대회라고 보면 맞다. 지금은 룰을 약간 개정해서 선수들이 검정색 오픈 핑거 글러브를 착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1 회 대회 당시 팜플렛에 보면 두 명의 남자가 철조망에 들어가 한 명만 나오는 경기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대강 어떤 경기인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이후 미국 현지에서는 UFC 대회가 너무 잔인하다는 평가가 나와 TV중계가 금지되었고, 지금은 체급도 체급으로 나누어서 경기를 하고 있단다. 경기시간은 5분 3라운드 혹은 5라운드이고 금지공격도 초기에는 허용했던 급소 가격과 '깨물기', '눈 찌르기' 등만 제외하면 모든 게 OK.
아무튼 세계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격투기에 대한 관심과 커다란 호응에 힘입어 올해 중에는 뤽 베송 제작의 이종격투기를 다룬 [옹박]이라는 영화가 DVD로 출시될 예정이며, 국내에선 3월 중순에 작년 [다모]에서 장성백이라는 인물로 스타덤에 오른 김민준이 이종격투기 선수로 등장하는 [폭풍 속으로]라는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한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표현될지는 잘 모르나,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가까이 이종격투기에 대해 알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격투기에 대해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게임이나 만화도 추천할 만하다. 이미 작년부터 UFC: 탭 아웃, UFC: 쓰로우다운, WWE 스맥다운 4 등의 게임이 발매되었고(격투기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보니 실상 게임으로서의 재미만을 놓고 볼 때는 대전격투 게임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다른 대전 격투 게임들에 비하면 재미가 조금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평소에 격투기의 열렬한 팬이었거나, 대전 격투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았고 최근에 격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라면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들이라고...)
이조우 하시모토 / 아키오 타나카의 [군계]는 만화로도 격투기의 매력을 맛보기에 손색이 없는 종류다.(개인적으로 몇몇 다른 만화들과 함께 상당히 재미있게 본 작품 중 하나이다. 물론 일본만화의 특성과 함께 격투기까지 엮다 보니 눈을 찔끔 거릴 정도로 잔인한 면이 없지않아 있다. )
격투기가 실제 경기는 물론 여러 대중 문화 영역에서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더 강한가를 비교하려는 인간의 본능, 모든 남성의 몸 속에 숨어 있다는 전투에 대한 본능과 강한 자를 동경하는 본능을 격투기가 요동 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가장 강한가’ 에 대한 완전한 해답은 나올 수 없는 것 아닌가. 영원한 강자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수많은 격투가들은 자신이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결사적으로 도전하는 비극적 글래디에이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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