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 딸 나무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
0. 소설 <다산>과 소설 목민심서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약용의 일대기를 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났단다.
한승원이 쓴 <다산(전 2권)>이라는 소설이었단다.
한승원의 소설들이 그렇듯,
<다산>이라는 소설도 묵향기가 나고, 차향기가 나고
명상에 잠기게 하는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때 읽고 쓴 독서일기를 다시 한번 읽어봤어.
그랬더니 머릿속에서 지워졌던 그 책의 줄거리와 느낌이 떠오르더구나.
이번에 읽은 <소설 목민심서>와는 따로 비교하지 않겠다.
비교는 모든 걱정과 스트레스의 원인이거든.
나무도 나중에 커서도 비교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에 읽은 <다산>이라는 소설은 그 소설 나름대로,
이번에 읽은 <소설 목민심서>는 이 소설 나름대로,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지은이들이 정약용의 보는 시각을 즐기면 될 것 같구나.
1. 정조의 죽음
이 소설에 정약용을 시기하고 질시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온단다.
원칙과 소신을 갖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리는 정약용.
그런 그를 절대신임하는 정조.
그렇다보니 자신들의 신세와 비교하였을 때,
정약용에 열등감을 느낀 나머지 정약용을 내쫓으려는 무리들이 많은 거야.
이 또한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란다.
정약용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았어.
단지 자신의 뜻에 비춰어 행동을 했단다.
어떻게 보면 권모술수로 야합과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는 조선시대의 정치인과는 먼 사람이었어.
그래서 죽란시사 모임의 회원들도 정약용에게 충고를 하기도 했어.
또는 정조가 벼슬을 내려도 거절하라고 했지.
정약용도 반대파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정조의 계속된 요청을 사양했고,
그런 정조도 정약용을 이해했지만,
조정 내에 자신의 측근이 적었던 정조는 정약용에게 계속 벼슬을 내렸단다.
결국 조정안으로 조정이 아닌 곡산이라는 지방의 부사로 가기로 했어.
당시 지방관리들은 백성들의 재산을 빨아먹는 등 횡포가 심각했어.
여기저기 난도 발생하였어...
곡산도 마찬가지였단다.
정약용의 전임부사의 횡포로 많은 백성들이 떠나고,
이계심이라는 사람이 난을 일으키기도 했었딴다.
하지만, 정약용은 달랐어.
지난 장부를 확인하여 잘못 걷힌 세금을 바로잡고,
공정하게 일을 하니 금방 민심을 얻게 되었단다.
도망갔던 이계심도 자수를 해왔는데,
정약용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용서를 해주니 더 많은 백성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단다.
그리고 어려운 판결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어 명사또라는 불리기도 했단다.
그렇게 2년의 곡산부사생활을 하고 나니,
곡산 백성들은 정약용을 존경하면서 자신들의 생활에 만족했단다.
지방관의 재산빼앗기 횡포가 없어졌으니 말이야.
이런 정약용의 활약은 조정에도 소문이 났어.
정조는 정약용을 불러들여 형조참의를 시켰단다.
형조참의를 하면서도 일을 명확하게 잘 해냈지만,
계속된 반대파의 상소에 이기지 못하고, 한양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단다.
그리고 얼마 뒤 슬픈 소식이 찾아왔어.
정약용을 알아주었던 왕 정조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이었지.
갑작스럽고 의문스러운 죽음...
정조의 죽음 이후 어린 순조가 왕위에 등극을 했고,
왕이 너무 어려서 궁 안의 큰 어른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단다.
정순왕후는 노론벽파의 핵심인물로,
정조가 죽고 나서 남인들의 바람막이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있었어.
2. 신유년의 비극
1801년. 60갑자로 따지면 신유년이었단다.
이 해, 천주교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사형을 당하게 되었단다.
정조는 천주교에 대해 크게 탄압하지 않았단다.
하지만, 정조가 죽고나서는 상황이 달라졌어.
천주학과 남인을 연결하여 남인을 처단하려는 노론벽파들의 정치적 이해와 맞불려,
천주학을 믿는 사람들은 곧 죽음을 뜻하는 시절이 왔단다.
그 발단은 정약종의 책롱사건이야.
이 사건은 정약종이 다른 사람을 시켜 천주교 서적과 성물, 북경 주교의 서한 및 주문모 신부의 서한 등을
황사영의 집으로 옮기려가 관리에게 발각된 사건이란다.
그런데, 거기에 이가환, 정약용, 이승훈의 편지도 포함되어 있었어.
그래서 당사자인 정약종 뿐만 아니라, 정약용, 이가환, 이승훈도 모두 잡혀 왔단다.
그리고 그들을 옹호한 자들도 잡아들였어. 정약용의 형 약전도 포함되었어.
조선판 마녀사냥이라고 할 수 있지.
이가환, 이승훈, 정약종 등은 모진 고문이 이어졌어.
이가환은 옥사하고, 이승훈과 정약종은 참수당했단다.
신유년에 수천명의 천주교도들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천주교도였다가 배교한 사람들도 포함되었고,
노론벽파에 미움을 받은 이들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아무리 죄를 엮으려 해도 정약용과 정약전은 무혐의였어.
다들 그들은 무죄방면할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서용보가 강력히 반대를 하면서 유죄를 주장했어.
서용보는 (상)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약용이 암행어사일때 고발한 이력이 있어,
이것에 대한 복수를 한 것이야.
그릇이 참 작은 사람이지..
자신이 잘못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렇게 처벌을 하다니 말이야.
그런데, 그 행태를 보니 요즘의 여당과 최고권력자도 마찬가지인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런 죄도 없는 정봉주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감옥에 갔으니 말이다.
아직 우리는 조선시대에 살고 있나 싶기도 한단다.
그리고 예전부터 정약용을 내칠려고 상소를 올린 이기경, 목만중, 홍낙안들도 약용을 계속 공격했지.
징징 빡빡 우기면 없던 죄도 생기는 것인가.
결국 정약용은 경상도 장기로, 정약전은 전라도 신지로 유배를 가게 되었단다.
3. 유배
정약용이 유배 중에 또다른 사건이 일어났단다.
황사영이라는 사람의 백서가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어.
그 백서에는 천주교가 전래된 이력과 순교자들의 목록,
그리고 서양에 큰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어.
이 서양에 큰배를 요청한다는 내용은 역모의 증거가 될 수 있었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황사영이라는 사람이 정약현의 사위였던거야.
정약용의 조카사위가 되는거지.
다시 정약용을 공격하려는 이기경, 목만중, 홍낙안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지.
백서에 적힌 문장이 뛰어났나봐.
이기경 무리는 그 글이 황사영이 썼을리가 없다고 했어.
배후에 정약용이 있다고 공격한 거야.
노론이지만, 정약용과 사돈관계에 있던 심환지 등도 정약용이 혐의가 없음을 주장했어.
그리고 정약용의 지인들도 그와 무관하다고 구명운동을 했지만 헛수고였단다.
약용과 약전은 다시 한양으로 끌려왔다가 다시 유배를 가게 되었단다.
약용은 강진으로, 약전은 흑산도로...
그들은 나주까지 같이 왔다가 헤어졌는데,
그것이 생전 마지막이었단다.
강진에 도착한 정약용.
예부터 유배를 온 사람들을 꺼려해서, 정약용은 거처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단다.
어렵사리 주막을 얻어 기거하기 시작했지.
가끔 고향 마현집에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어.
막내의 죽음 소식 같은 경우에는 약용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였단다.
약용은 조용히 공부에만 열중하였단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여 도와줄 뿐이었지.
마마를 앓고 있는 아이를 치료하기도 했는데,
정약용은 에전에 마마에 대한 치료법을 정리한 마과회통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단다.
정약용은 그저 성리학만 공부한 것이 아니야.
실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저술을 많이 하였지.
....
유배생활 2년째,
수렴청정을 하고 있는 정순왕후는 양심에 찔렸는지, 약용 약전 형제에게 해배해주려고 했단다.
그런데, 정약용의 앙수 서용보가 강력하게 반대하여 무산되었지.
...
한편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정약전은 술로 세월을 달랬어.
책도 멀리하면서 살았지.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지방을 써달라는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해주었어.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냈지.
그러면서, 물고기의 이동 등 자연현상에 대한 관찰도 유심히 했단다.
이것이 나중에 자산어보라는 대단한 저술로 결과가 나타나게 된단다.
....
이렇게 (중)권이 끝이 났단다.
...
오늘은 눈이 엄청나게 오는구나.
퇴근길이 조금 걱정되기도 하지만,
내리는 눈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좋아할 나무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
나무야, 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비교는 금물이다.
책제목 : 소설 목민심서 - 중
지은이 : 황인경
펴낸곳 : 랜덤하우스코리아
페이지 : 423 page
펴낸날 : 2007년 04월 30일
책정가 : 10,000원
읽은날 : 2012.01.21~2012.01.27
글쓴날 : 2012.01.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