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친정식구끼리 아빠 산소를 간다고 한다..
돌아가시고 여섯해가 넘었건만 그래도 추석이라고..
묘 앞에 밥 한그릇 차려놓는다며..
방금 전화를 하니 시장에 가야겠다고
엄마는 마음이 급하신 모양이다..
아빠는 30년을 넘게 앓아 오셨고..
본격적으로 문제가 나타난 것은 돌아가시기 10년 전부터였다..
그동안 정신병원에 3년을 계셨고..
쓰러지셔서 입원한 것만 해도 헤아리지를 못한다..
오랜 병에 가족들은 지쳤고..
특히나 엄마는 매일 아빠와 전쟁을 치러야했다..
당뇨 때문에 아빠는 식사를 거의 하지 않으려 했고..
엄마는 안먹는다고 죽네.. 사네.. 하셨다..
뇌에 혈액이 공급이 안돼 정신장애가 오고 난 뒤로
엄마는 항상 아빠 곁에 붙어 있어야 했다..
아빠의 정신병은 이런 거였다..
동네 쓰레기를 돌아다니면서 주워오신다든지..
낯선 차더래도 지저분하면 세차를 하셨다..
동네 사람들은 그런 아빠를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동네 사람이 이상하다고 했다..
동네를 깨끗하게 해주고.. 세차를 해주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쓰레기 버리는 봉투값이 아깝다며 마당에서 쓰레기 태우다가
엄마가 페인트 칠해놓은 집을 까맣게 얼룩지게도 해놓고..
그걸 야단 맞으신 뒤로는 모든 쓰레기를 잘게 가위로 잘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셨다..
새벽같이 성당에 가셔서는 날마다 화장실 청소를 하셨다..
수녀님이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조금 걸으시면 머리가 어지러워 다리에 중심도 잘 못잡으면서
날마다 거르지 않고 성당에 가셔서
그 많은 화장실을 혼자 청소하신 후 새벽미사를 보셨다..
어느 날은 내게 비아그라의 효능에 대해 물어 보셨다..
오랜 당뇨로 엄마와 부부관계를 못하신 아빠는
엄마에게 항상 미안하다며..
머뭇거리는 나의 시원찮은 대답에 못미더워..
의사에게 그걸 써도 되겠다고 물어보실 정도였다..
내 보기엔.. 의사도 별 신통찮은 답을 했는데도 아빠는 그저 고맙다며
그리고는 의사에게 90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신다..
어느 날은 막내 작은아빠한테 전화를 걸어 울면서..
사이좋게 지내자고 전화도 하셨다..
작은아빠랑 사이가 좋지 않아..
큰아들로서 집안이 화목하지 않음을
늘 마음에 걸려하셨던 것이었다..
그 전화를 하는데도 수첩에 밤새내내 메모를 해서
정작 전화에 대고는.. 작은 아빠가 듣던 말던
어눌한 발음으로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뚝 끊으셨다..
수첩에 삐뚤삐뚤 글씨를 볼적마다 나는 눈물이 났다..
전에는 글씨체가 어찌나 좋던지..
동네 사람들이 축의금 안에 한자로 글씨쓸 적에도
아빠한테 와서 부탁하고는 했던 명필중의 명필이셨다..
한동안 아빠는 조상들 묘가 있는 선산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셨다..
엄마가 아무리 모셔오려 해도 나날이 야위시면서도
거기 산에서 닭을 키우고 염소를 키우며 선산을 돌보셨다..
그런 뼈밖에 남지 않은 아빠에게 엄마는 늘 울음이셨다..
어느날은 맘대로 하라고.. 악을 쓰고 울었고..
제발 약이라도 먹으라고 달래며 울었고..
잠든 아빠를 보고는 짠해서 눈물을 삼키며 울었다..
집은 엄마아빠의 다툼소리로 늘 시끄러웠다..
그런 아빠를 보내신 뒤로 엄마는 또 눈물바람이다..
나는 엄마아빠를 보면서 부부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했다..
젊은 날에 억척스럽게 사는 엄마와..
가정에는 무관심하고 우리에게 늘 엄한 아빠..
나이드셔서는 병으로 하루도 편치 않았을 삶인데..
엄마는 그런 아빠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좋은 일만 기억한다..
밥을 복스럽게 드시던 일..
신혼때 군대 휴가나와서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며
새벽에 방문을 열고 안아주시던 기억..
자식들 다섯을 대학보내려고 직장생활 끝까지 잘 해주신 것..
엄마는 그런 것을 기억한다..
한평생 지지고 볶으면서도 그래도 인생의 동반자였던 엄마와 아빠..
이제 생각해보니 엄마 아빠처럼 의 좋았던 분도 없으셨던 것 같다..
부부란.. 무엇일까?..
내가 도저히 알수 없는 그 두 분만의 애정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 그 애정을 감히 헤아려본다..
그리고.. 나도 영철이와 그렇게 살다가 갈 것이라고..
소중한 내 인생의 친구로 그렇게 살아갈 거라고 짚어본다..
첫댓글 아..눈물나~~
쨍한 마음으로 가슴 아리게 읽었습니다. 시 같은 이야기. 이야기 같은 시... 참 멋지고 아름답네요. 시창작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읽혀 주어야 겠습니다.
사랑이 있어 그리움두 있다자나여 ~ 안사람한테 왜그리 이기적이고 나만생각했던지~ 지금두 구러지만 ㅡ.ㅡ 여보... 힘들지? 맘이 담긴 말한마디 못하구 아픈소리만 해대구 ㅠ,ㅠ 아 ~~ 지금부터라두 표현하며 사라야겟어여... ...
다사연없는 집이 없다지만 단비집도 그런 사연있었군요 진짜 눈물 나네요 부부란 참 ~~~
글 이렇게 올려 주어서 고마워요.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좋은것만 기억하시는 엄마의 마음이 저에겐 희망을 줍니다. 미사때 아버님 기억할께요.
난 맘이 많이 아펐는데. 괜시리 옛 일이 생각나서...
부부사이 사랑으로 맺어지는 지점에 대해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아셨기 때문에 어머니는 마음 끓이셨던 것이려니, 하며 두분의 사랑이 가진 위대함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