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남긴다는 건 무척이나 의미있는 일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순간을 추억 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어 내가 만난 순간들을 기억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 둘이 참 묘하게 대비 될 때가 있습니다. 글에는 내가 느낀 것들만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반면, 사진 안에는 미처 찾아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담겨 있을 때가 있고, 글로 다 표현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사진을 통해 자연스레 전달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론, 담고 싶은 것이 있어 셔터를 눌렀는데 막상 사진 속엔 그 감동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글과 그림 둘 다 내 맘대로 안되는 건 마찬가지네요. 그래서 글을 쓰다보면 사진에 관심이 가고 사진을 찍다보면 글이 필요해지나 봅니다.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았습니다. 윤광준이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이었는데, 한 장의 사진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전해 주고 있기에 그가 쓴 책을 찾아 읽게 되었지요. 사진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의 글은 친절하고도 따스했습니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경험한 것들과 강의를 하는 틈틈이 느낀 것들을 토대로 써내려간 '잘 찍은 사진 한 장' 이란 책은 사진학 입문서로 인기를 얻으며 1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는데, 2002년 12월 초판을 펴낸 지 10년 만인 2012년 10월에 사진도 바꾸고 글 내용도 수정하여 개정판을 다시 내기도 했습니다.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는 사진작가 윤광준이 전하는 사진 잘 찍는 비결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일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고 평범한 대상이 비범하게 바뀐다. 이것은 촬영 대상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관찰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원래 있던 것에서 나만의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 냥 서 있는 나무에서 시인은 삶의 의미를 발견해서 시를 쓰고, 음악가는 계절을 느껴 작곡을 한다. 사진가는 자기를 투영한 영상을 찍는다.’
그는 카메라를 통해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조립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라고 일러 줍니다. 그리고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진심으로 상대와 교류하여 그 사람의 감정과 내면을 잘 찾아서 표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을 찍을 때는 상대방을 존경해야 하고, 그 사람이 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좋은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고 말이지요. 또, 몇 초 동안의 짧은 인연이거나 몇 년을 공들여 만든 인연이거나 간에 인간관계를 맺는 일이므로, 카메라를 대기 전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누군가를 카메라에 담는다는 건, 정말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좋은 사진을찍기 위해서는 또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눈은 보려고 하는 것만 보고 카메라는 보이는 것은 다 보기’ 때문에 대상을 지극히 단순화 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군요.
‘사진을 찍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다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뒤 배경을 더 넣고 싶어지고, 눈에 띄는 색채 또한 버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욕심내다 보면 정작 내가 찍어야 할 대상은 여기에 묻혀 힘을 잃게 마련이다. 표현해야 할 대상(주제)이 복잡할수록 사진은 약화되고 단순할수록 강렬해진다. 사진은 한 장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없다. 자기가 본 것, 느낀 것을 압축해 하나로 정리하는 방법이야말로 가장 좋은 사진 표현법이다.’
빛을 잘 활용하는 것, 그것 또한 좋은 사진 찍기에 꼭 필요한 노하우입니다. 작가는 사진을 찍는 일이 ‘빛과 그림자를 좇는 일’ 이라며 미묘하게 변하는 빛의 작용을 잘 찾아내라고 일러 줍니다.
‘좀 더 표정이 풍부한 사진을 찍기 위해선 빛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사진이란 말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란 의미가 아니던가. 빛을 파악하지 않고 좋은 사진을 찍을 방법은 없다. 훌륭한 사진가는 오랜 경험으로 찾아낸 촬영의 노하우를 그대로 실천할 뿐이다. ’
‘아침이나 늦은 오후의 햇살은 사진의 색감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그림자가 드리워져 물체의 입체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준다. 단조롭게 보이던 하늘은 저녁노을이 지면서 강렬한 색채로 바뀌고 주변의 평범한 산들은 조형적 아름다움을 갖춘다. 바위에 비치던 햇살은 어느 순간 바위에 새겨진 굴곡을 사람처럼 보이게 하고, 당장에라도 일어나 움직일 것 같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 같은 자연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시시각각 변신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표정을 짓는다. 즉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시간대가 따로 있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말은 열심히 찍는 것입니다. ‘백문이 불여직찍’이라며 한가지 일화를 소개합니다.
‘당대 최고의 사진가로 명성을 떨치는 노(老)사진가가 있었다. 그를 존경한 사진가 지망생은 제자로 받아달라고 조르고 졸라 결국 문하생이 되었다.
사진가 지망생은 사진 실력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고 무척 기뻐했다. 그런데 선생은 사진가 지망생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하얀 달걀 1개를 내밀었다. ‘이 달걀을 찍어보시오’ 사진가 지망생은 당황했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내심 어쩌자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스승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사진가 지망생은 평소 하던 대로 달걀을 찍어 스승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을 본 스승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찍어오라고 했다. 사진가 지망생은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다시 찍어오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사진가 지망생은 위치와 조명을 바꿔 달걀을 찍고 스승에게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스승은 다시 찍어오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 사진가 지망생은 ‘계속 달걀만 찍으라니, 노인네가 망령이 든 게 아닐까?’ 생각했다. 당장 그만두고 싶었다. 사진가 지망생은 달걀 촬영을 3년이나 계속했다.
그러자, 달걀이 단순한 모양과 색상을 지닌 물건이 아니라 생명체가 담긴 알로 보이기 시작했다. 달걀의 표면에 뚫린 숨구멍이 보였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각도와 방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년 넘게 똑같은 것을 촬영하면서 카메라도 아주 능숙하게 다루게 되었다. 사진가 지망생은 이제야 스승을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새로 찍은 사진을 스승에게 보여주었더니, 비로소 스승은 입을 열었다. ‘내가 가르쳐주고 싶은 것을 당신이 스스로 다 알게 됐으니, 이제 떠나시오.’
얼마 후, 스승은 세상을 떠났고, 사진가 지망생은 스승보다 더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었다.’
책을 읽다 보면 책장을 넘기는 내내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훌쩍 떠날 수 있는 날, 그때 마음 담은 사진 한 장과 그것에 어울리는 글 한 두 줄. 찾아 낼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