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노고단에 개불알란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탐방 예약을 하였다
개불알란이란 이름이 듣기에 거북하다고 해서 최근에 복주머니란으로 개명되었다
그런데 꽃이름을 듣기 좋은 이름으로 바꾸는 걸 나는 절대 반대한다
우리 선조들의 해학과 토속적인 정서가 담긴 이름을 굳이 그렇게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5.26(토) 아침 9시 반, 성삼재에 도착했지만 주차장이 꽉 차서 고갯마루 아래에 주차하고 올라갔다.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상쾌하고 청량한 바람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연이틀 내린 비로 인하여 하늘은 푸르고 푸르렀다
탐방안내소 직원에게 개불알란이 피어있는 위치를 물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개불알란은 데크길 바로 옆에서 요렇게 딱~ 한 무더기만 피어 있었다
이름이 듣기 민망하다고 하여 요즘은 '복주머니란'으로 불리운다
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하여 요즘에는 야생에서 보기가 아주 힘들어졌다.
2012년 산림청에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핏줄 같은 맥이 그물 형태를 이루고 있는 입술꽃잎 모양이 개의 불알처럼 생겼기 때문에 개불알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753년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는 복주머니란의 속명을 시프리페디움(Cypripedium)이라고 명명했다
입술꽃잎의 모양이 '비너스의 샌들'과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시프리스(cypr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 비너스를 뜻한다.
1997년 최진실과 박신양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편지>에 이 꽃이 등장한다.
임업연구소 연구원인 박신양이 최진실에게 이 꽃 이름을 개불알꽃이라 소개하면서 얼굴을 붉히던 장면이 나온다. ㅋㅋ
그럼에고 불구하고...조상들의 해학과 정서가 담긴 꽃이름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생지 근처에 가면 소변 냄새와 같은 악취가 진동하기 때문에 까마귀오줌통이라고도 한다.
둥글고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어 요강꽃이라고도 한다.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숲속의 반그늘이나 양지쪽의 낙엽수 아래에서 자란다
꽃이 아름다워 키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지만 재배는 쉽지 않다.
특히, 야생에서 캐온 개체를 옮겨 심으면 몇 년 만에 죽고 마는데, 옮겨 심을 때에 미생물과의 공생관계가 깨지기 때문이다.
노고단은 지리산지의 동서 방향으로 연장되는 주능선의 서부를 이루는 봉우리이다.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과 더불어 3대 주봉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노고단 일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야생화를 기대하고 올라갔지만 아직은 때가 일러서 아쉬웠다
지리산은 산세가 유순하지만 산역의 둘레가 800여 리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다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가 기운이 높디높은 지리산을 형성하였다.
지리산은 부드러우면서 장엄하고, 마음속 깊은 곳을 강렬한 울림으로 뒤흔드는 산이다.
노고단 고개에 서서 반야봉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반야봉을 거쳐 천왕봉까지 내달리던 옛 추억이 떠올랐다
원수놈의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이 지리산 종주다
돌아오는 길에 와운마을 천년송을 알현하기 위해 뱀사골로 접어들었다
계곡에는 '뱀사골 신선길'이란 나무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아주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데크 아래로는 기암괴석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가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뱀사골은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길이 14km의 골짜기를 말한다
10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폭와 소가 줄을 잇고 있어 가히 신선길이라 할만 하다.
골짜기가 마치 뱀처럼 심하게 곡류하는 데서 뱀사골이란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환다
반선에서 3km를 힘들게 걸어서 와운마을에 도착하였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구름도 누워간다는 뜻으로 와운(臥雲)이라 한다
6.25 전쟁 때는 이곳이 빨치산들의 소굴이 되어서 주민들이 피난하였다가 1954년 수복 이후 다시 입주하였다고 한다
드디어 천연기념물 제424호인 와운마을 천년송을 만났다
이건 할머니 소나무인데...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모습에서 장엄한 기품이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수형이 아름다우면서 신령스런 기운까지 머금고 있는 노송을 여태까지 본적이 없다
주위에 있는 모든 초목들은 납작 엎드려있었고, 천년송 아래에 있는 마을은 평화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와운마을 사람들은 이 소나무를 수호신으로 믿고서 매년 정월 초사흗날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할머니 소나무보다 20여m 윗쪽에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다
아래에 있는 할머니와 함께 지낼 수 없는 연모의 정 때문에 할아버지는 비쩍 마른 모습이다
아니면...자신은 돌보지 않은채 할머니에게 모든 사랑과 정을 아낌없이 내주어서 그럴까??
부부소나무 아래에서 사랑의 맹세를 하였다
이들처럼 천년만년 변치않는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게 해달라고...
그러나 이것은 과욕임을 안다 ㅎㅎ
첫댓글 보기 넘 좋으시네요~^^
과욕은 절대아닙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