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특히 경영인들에 있어 골프와 인맥(人脈)은 ‘약방의 감초’와도 같다. 내 주위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골프장에서 라운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즈니스상 든든한 ‘보험’을 든 것과 같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와 인맥관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완관계다. 골프를 통해 자신의 인맥을 관리할 수 있지만 골프를 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만의 인맥이 형성되기도 한다. 문제는 두 가지 다 능수능란하게 해낸다는 게 비즈니스맨으로서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 그런 점에서 최근 《알까기 골프》를 펴낸 윤선달 삼성와이즈 사장은 골프와 인맥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론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인물로 손꼽을 만하다.
유쾌한 골프…매너와 유머 겸비하라
비즈니스맨들의 최고 스포츠는 골프. 남자들이 흔히 목욕탕을 같이 갔다오면 더 친해지듯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같이 ‘라운드’를 하고 나서는 상대방과 서로 가까워지는 게 일반적이다. 18홀 라운딩에 사우나와 회식까지 하면 거의 10여시간을 함께하는데 처음 만나 서먹했던 사람들도 십년지기처럼 흉금을 털어놓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골프구력 9년에 80대 후반의 핸디캡을 보이는 윤 사장은 골프를 할 때 신변잡담에서부터 음담패설까지 온갖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것에 주목한다. 나아가 적절한 ‘골프조크’가 오히려 ‘골프기술’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한다.
“아무리 실력이 ‘싱글’이어도 내기에나 신경 쓰고 동반자와 교감을 나눌 줄 모르면 매너는 ‘보기플레이어’죠.”
그의 저서 《알까기 골프》에서 그려지는 라운드 과정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우선 라운드에 임하기 전 골프와 인생에 대한 얘기를 상대방과 자연스럽게 나눈다.
“드라이버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고 우드, 아이언, 퍼팅은 ‘노력’이죠. 따라서 드라이버를 잘 날렸다고 해서 반드시 점수가 잘 나오는 것이 아니고 드라이버가 짧았다고 하더라도 우드, 아이언, 웨지, 퍼팅으로 점수를 올리면 됩니다. 또 골프장의 러프, 벙커, 해저드는 삶에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장애물과도 같지요.”
상대방과 이런 맥락으로 얘기를 주고받으면 분위기가 의외로 녹녹해질 수 있다.
그러면서 “나는 5년 전에 이미 PGA에 가입했어요”라며 은근슬쩍 자신을 자랑해보라.
상대방은 당연히 “아니, 언제 프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골프실력을 닦으셨나요?”라고 물을 게 뻔하고 답변은 “프로골프협회(PGA)가 아닌 ‘평일골프협회(Pyung-yil Golf Association)’에 가입한 겁니다”는 식으로 답하면 그만.
홀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다소 서먹서먹해지기 쉬울 때는 분위기를 띄우는 말 한 마디가 딱이다.
“아내에게 듣는 가장 심한 욕은 ‘바람도 못 피울 남자’이고, 남에게 듣는 가장 심한 욕은 ‘부모에 대한 욕’이죠. 그런데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의 가장 심한 욕은 ‘골프 점수 속일 놈아!’라고 한다지요?”
윤 사장은 골프에 있어 이 같은 유머만큼 매너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호쾌한 드라이버와 정교한 어프로치, 자신감 있는 퍼트도 중요하지만 멋진 유머와 상식을 주고받으며 동반자와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골프장 유머는 이래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화려한 인맥관리…다단계식 지인 관리가 요령
화려한 인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도 윤 사장이 내세우는 프라이드다. 지난 7월 삼성네트웍스의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와이즈(주)의 오픈식 겸 《알까기 골프》 출간기념회가 열렸을 때 거물급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그를 축하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바둑황제 조훈현을 비롯해 국민 만화가 이현세, 스포츠 평론가 허구연, 시니어 프로골퍼 최윤수, 그리고 개그맨 최양락과 이경규, 이종희 대한항공 총괄 사장 등이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현재 그가 알고 지내는 사람은 2만여명. 이 중 꾸준히 연락하는 사람만 자그마치 3000여명에 달한다. 때문에 ‘소문난 마당발’이 그의 별명이다. ‘윤선달(본명은 윤복현)’이라는 이름도 개그맨 전유성으로부터 받은 필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윤 사장의 인맥관리 노하우는 무엇일까. 복잡할 것 같지만 사실 의외로 간단하다. 여러 가지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 모임의 주도자가 되면 되기 때문.
그는 현재 재경칠곡향우회(사무국장)를 비롯해 중앙포럼(간사), 재경대구상고 동창회(사무간사), 국민라이온스클럽(이사), 국민대 총동창회(이사), 연세대 경제대학원(사무국장), 영락회 서울포럼(간사), 88회(골프간사) 등 11가지 동우회나 동문회의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때문에 일주일에 거의 4일 이상은 동호회 멤버들과 골프를 치거나 이곳저곳 회원들을 만나고 또 연락한다. 이렇다 보니 교육계, 연예계, 정치인, 공무원, 법조인, 언론인, 외국인 등 그의 인적 네트워크가 넓은 것은 당연지사다.
만약 한 사람을 알게 됐다면 반드시 그와 친한 다른 사람을 소개받는 것도 인맥관리 노하우의 핵심이다. 즉, 인맥도 ‘알까기’를 통해 형성하는 셈이다.
윤 사장은 인맥관리 비결에 대해 “남에게 주는 즐거움, 베푸는 즐거움이 내가 남으로부터 받는 즐거움보다 더 크다”며 “인맥관리도 남에게 항상 무언가를 주려고 노력하고 거기에 유머감각을 가미해 즐겁게 해주면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요 맛집 200선’을 지역별·메뉴별, 골프장별로 포켓용으로 간편하게 만들어 선물로 준다.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인들 중 음식점을 경영하거나 기타 개인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담은 브랜드 마케팅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는 것도 그만의 노하우다.
사무실 부근의 한 횟집 이름을 ‘쫛쫛집’에서 ‘싱싱海(해)’로 바꿔준 이후 그 집의 매출이 예전보다 3배나 오른 일이나, 보쌈집 이름을 ‘보싸메무쵸’로, 신장개업한 목재사 상호를 ‘타이거-우즈(woods)’와 ‘할리-우드(wood)’로, 죽집은 ‘주~욱 드세요. 죽(쥑)입니다’로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례는 그의 인맥관리의 절정을 보여주는 일화다.
“굳이 지인이 아니더라도 지나가다 간판을 보고 재밌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가게 주인에게 상호명을 이렇게 바꾸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편이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게 주인과도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게 됩니다.”
계간지 《행복한 하루》를 통해서도 윤 사장은 고객과 지인들을 관리한다. 분기별 500부 이상을 발행하는 《행복한 하루》는 재테크와 경제상식, 레저, 수필 등의 콘텐츠를 담고 있는데 내용의 대부분이 그의 지인들이 스스로 기고한 글로 만들어진다. 《행복한 하루》는 편집과 기사작성 등 윤 사장 혼자서 만드는 잡지다.
5쇄 인쇄에 2만부 돌파를 눈앞에 둔 《알까기 골프》처럼 그 자신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베스트셀러’로 인정받고 있는 윤 사장. 그의 경영행보는 수많은 기업인들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다가가고 있다.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Profile| 1961년생으로 국민대 경영학과와 연세대 경제대학원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79년부터 2005년까지 25년간 삼성화재에서 근무한 ‘삼성맨’ 출신이다. 경리팀과 인사팀, 감사팀에서 근무했으며 올 7월 삼성네트웍스의 인터넷전화서비스 대리점인 삼성와이즈(주)를 설립했다. 현재 삼성화재, 삼성증권, 서울보증보험의 대리점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알까기 일본어 1, 2탄》과 《알까기 골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