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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20
씬1. 로열클럽 룸 안 (밤)
(성모와 찬성이 술을 마시고 있다. 경자가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다.
성모,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고...)
강모 : (E) 난 그렇게 못 살아. 내 방식대로 복수할 거야.
- 인서트 (19부 마지막 씬)
성모 : 니 방식이 뭔데?
강모 : (눈빛) 만보건설을 무너뜨리는 거...
성모 : .. (본다)
강모 : 비참하게, 처절하게 부숴버리는 거...
- 다시 현실...
성모 : .. (괴롭다. 술 한 잔 털어 넣는데)
경자 : 안 좋은 일 있으셨어요? (술 따르며) 손님들이 저하구 술 마시면 다들 기분 좋아하시던데..
찬성 : 아가씨, 가서 얼음 좀 더 가져와요.
경자 : 얼음이요? 여기 많은데.. (하다가, 눈치 보고) 알았어요. (나간다)
성모 : 강모한테 얘기 하는 게 아니었어.
찬성 : 선배님도 어쩔 수 없었잖아요.
성모 : 너도 알잖아. 누군가를 증오하며 산다는 게 얼마나 피 말리는 일인지..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찬성 : ..
성모 : 그 업보만큼은... 나 혼자 다 안고 가려고 했는데... (술 마신다)
씬2. 경찰서 복도 (낮)
(수갑을 찬 강모가 형사 1에게 이끌려 걸어 나온다. 서늘한 표정...)
씬3. 동, 취조실 (낮)
(황태섭과 머리 희끗한 노 변호사가 와 있다.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형사와 함께 들어서는 강모.. 형사, 바로 나가고...)
태섭 : (반가움에) 강모야...
강모 : ... (무표정)
태섭 : (물끄러미 본다) 고생이 많구나. 여기 이분은 널 변호해주실 변호사분이시다.
강모 : .. (보면)
노변 : 초범에다가 정황상 과실치사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충분히 사년, 아니 그 이하로도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겁니다.
강모 : 회장님께, 단 둘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노변 : (알아채고) 제가 잠시 나가 있죠. 말씀들 나누세요.
(변호사가 나가고 나면 강모와 태섭, 자리에 앉는다)
강모 : 정연이한테.. 얘기 다 들었습니다.
태섭 : 미안하다, 강모야... 입이 열 개라도.. 너한텐 할 말이 없구나..
강모 : ... (본다)
태섭 : 강모야.. 너 원하는 거, 뭐든지 말해라 봐. 그게 뭐든... 내가 다 들어 주마.
강모 : ..
태섭 : 내가 너한테 사죄할 길은.. 이것밖에는 없어...
강모 : 회사 명의로 사 놓은 개포동 개펄 땅.. 제 앞으로 해주십시오.
태섭 : ...!! (놀라서 본다)
강모 : .. (보는데) 제 요구가 너무 과했나요?
태섭 : 아니.. 아니다... 그렇게 하마. 그 땅... 니 명의로 해주마.
강모 :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일어서서 나가는데)
태섭 : 강모야..
강모 : (멈춘다, 등을 돌린 채)
태섭 : 난 니가...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모 : ... (눈물 고인다)
태섭 : 한 번도 널.. 남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강모 : (눈물을 삼키며, 돌아보지 않은 채) 정연이한테 전해주십시오. 이강모.. 정연이보다 개펄 땅을 원하는 비열한 놈이라고요.
태섭 : ...? 그게 무슨 말이냐? (놀라서) 혹시, 니들...?
(강모, 들어간다. 태섭, 당혹스러운 얼굴에서)
씬4. 교도소 전경 (다른 날, 낮)
씬5. 동, 안 통로 (낮)
(무거운 철문이 열리며 죄수복 차림의 강모가 간수들과 함께 복도에 들어선다. 양쪽으로 감방들이 있고...
다른 죄수들이 신입을 보기 위해 고개를 내밀며 보는데...
긴 복도를 차가운 표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강모... 그 위로...)
판사 : (E) 사건 번호 1327호... 피고 이강모에게 징역 사년을 선고한다.
(강모, 차가운 표정 위로 쓴 웃음을 짓는데... 감방 앞에 서는 강모와 간수들... 간수, 문을 열어주면 강모 들어서고...)
씬6. 동, 감방 안 (낮)
(강모와 간수가 들어선다)
간수 : 오늘 새로 온 신입이다. 소란 피우지 말고 잘들 지내.
(간수, 나가면 다시 문이 닫히고... 강모, 불량스런 눈빛으로 감방 안을 본다.
험상궂은 십여 명의 사내들이 곱지 않게 보는데... 왕고참 사내가 비스듬히 누워서 강모를 노려보며..)
왕고 : 운도 지지리도 없는 놈이네.. 허구 많은 방중에서 여길 오구...
강모 : ... (갖잖다는 듯이 본다)
왕고 : 물 좋아 보이는데, 기름기 좀 쫙 빼줘라.
사내 1 : 예, 형님...
사내들 : ... (강모를 에워싸는데)
강모 : (왕고참에게) 법정에 판사님이 나보고 살인범이라고 그러더라.
왕고 : 뭐? (일어선다) 너, 지금 여기서 그걸 협박이라고 하는 거냐?
강모 : (눈빛) 충고하는데.. 나 건드리지 마.. 상대가 누구든.. 앞으로는 절대 안당하고 살 거니까..
왕고 : 근데, 이 새끼가...
(왕고참이 주먹을 휘두르는데 강모, 그 주먹을 피하며 머리로 얼굴을 들이 받는다.
강모, 그 위에 올라타서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두르는데.. 사내들이 달려들며 강모를 짓밟고...
강모, 아랑곳 않고 마치 독기를 품은 듯이)
강모 : (주먹질을 해대며, 광기) 나 건드리는 놈, 가만 안둔다고 했지..!! 가만 안 둬..!!
씬7. 독방 안 (낮)
(얼굴이 엉망인 강모가 간수들에게 이끌려 독방 안에 던져진다.
어둡고 좁은 그곳... 강모, 벽에 기대앉는다. 머리맡의 작은 창문으로 빗소리가 들린다. 노래가 시작되고...)
지나 : (E, 노래)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씬8. 몽타주 (낮)
- 작곡가 사무실 안...
(지나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
열심히 걸레질을 하던 미주가 부러운 듯이 지나를 보고 있는데...)
- 청와대 안가 외경... (밤)
(경호실 직원들이 서성이고 있고... 노래 이어지며)
- 그 안, 방안
(권총소리와 함께 방문, 창호지에 피가 튄다. 노래가 그치며 여자들의 비명소리...!!)
씬9. 한옥집 거실 (낮)
(TV에서 합수부장인 전두환이 10, 26사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파와 경옥, 오병탁과 한명석 심각하게 TV를 보고 있다)
백파 : 테레비 꺼라.
경옥 : 예, 어르신.. (TV그고)
병탁 :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이야? 김재규가 각하를 쏴 죽이다니..!!
백파 : 벼락이 아니라 천둥이올시다.
병탁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백파 : 이포역포(以暴易暴)라...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 법...
곧 신군부가 득세를 할 테니.. 진짜 벼락은 지금부터 떨어질 거요.
명석 : 공무원들도 그들 눈치들을 보느라 정신없습니다.
백파 : 누가 정권을 잡던, 남서울 개발이 중단 되는 일은 없을 테니 한국장님은 안심 하셔도 됩니다.
명석 : 중정 간부들이 모조리 합수부 지하실로 끌려갔습니다. 조필연국장과 민홍기 국장.. 참 운 좋은 사람들 아닙니까?
보궐선거 때문에 막판에 사표를 내서 화를 면했으니...
병탁 : 내가 문제야... 말로는 부정축재자를 수사한다, 어쩐다 하지만, 그게 숙청이 아니고 뭐겠어?
경옥 : 위원장님께선, 신군부 측과 사이가 좋지 않으셨어요? 가끔 저희 가게도 같이 오셨잖아요.
병탁 : 뭐, 지네들끼리 회식할 때 금일봉을 건네 준적은 있지만...
백파 : 피를 뿌리며 한 시대가 갔으니, 피 맛을 본 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요. 세상이 곧 아수라장이 되고 말겁니다.
씬10. 몽타주
- 자료화면...
(5. 18 광주 항쟁의 모습들... 시위하는 시민들... 버스 위에 올라가서 눈물로 연설하는 여대생... 발포하는 군인들...
아비규환의 모습들이 이어진다)
- 자료화면
(대통령 취임식 장면.. 선서하는 대통령.. 축포와 환호.. 평화의 상징, 비둘기)
-교도소 운동장
(강모가 웃통을 벗고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고 있다. 다부져 있는 모습..
어떤 목적이 있는 사람처럼 이를 악물며 땀에 흠뻑 젖은 채...
이때, 왕고참 사내가 신문을 들고 다가온다. 공손히 건네고는 수건으로 강모의 땀을 닦아주며...
강모, 신문을 보는데...‘만보건설 지하철 구간공사 완공’ 이라는 타이틀이 보이고.. 그 위로)
- 자막 : 1981년 -
씬11. 태섭 집 전경 (밤)
씬12. 동, 정연 방 (밤)
(침대에 누워 있는 정연, 식은땀이 맺혀서 꿈을 꾸고 있다)
정연 : 가, 강모야...
씬13. 면회실 (정연의 꿈속 회상)
(강모와 정연이 면회창구를 통해 마주보고 있고... 강모의 표정이 차갑다)
강모 : 내가 먼저 회장님한테 땅을 달라고 했어. 너하고 결혼 안하는 조건으로... 너 버리고 대신 받은 거야.
정연 : (눈물이 고인다) 그게 사실이라고 해두... 난 너 기다려. 기다렸다가.. 너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거야.
강모 : 너하고 나, 처음부터 안 어울렸어.
정연 : 강모야...
강모 : 너 볼 때마다, 내가 점점 더 비참해지는 거 알아? 너란 애, 몰랐다면... 나, 그냥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았을 거야.
정연 : 이런다고 내가 포기 할 줄 아니?
강모 : (차갑게) 기다리지 마. 다신 면회도 오지 말구. 이 말 하려구 나온 거야. (간수에게) 그만 들어가죠. (일어서는데)
정연 : (따라서 일어나며) 잠깐만... 잠깐만, 얘기 더해. 강모야...
강모 : ... (뒤돌아보지 않고 들어가는데)
정연 : (애타게) 강모야.. 강모야...!
씬14. 다시, 정연 방 안 (현실)
정연 : 강모야.. (잠에서 깬다, 벌떡 일어나며) 강모야..!
(꿈이다. 정연, 식은땀을 흘린 채... 서서히 눈물이 차오르고.. 강모야.. 소리죽여 우는데...)
씬15. 감방 안 (다른 날, 낮)
(강모의 관물 대에 책들이 빼곡하다. 경영과 건설에 관한 책들..
강모, 책을 보고 있고, 사내 한명이 강모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있다. 왕고참과 사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이때, 간수가 들여다보며)
간수 : 야, 이강모.. 면회 왔다.
강모 : ... (본다)
간수 : 그 아가씬데.. 오늘도 그냥 돌려보낼 거냐?
강모 : ...
간수 : 웬만하면 한번 만나줘라. 벌써 몇 번째냐?
강모 : ... (차갑게)
씬16. 면회실 안 (낮)
(정연이가 기대에 부풀어서 기다리고 있다. 간수가 나오고..)
간수 : 어떡하죠? 이강모가 오늘도 면회를 거절했는데..
정연 : ... (시무룩)
간수 : ... (가려는데)
정연 : 저기요... (핸드백에서 편지 한통을 꺼낸다) 이것 좀 전해주세요.
간수 : 그러죠. (받아들고 간다)
정연 : (혼잣말) 강모야.. 너, 정말 나 안 보려고 작정한 거니?
씬17. 동, 감방 안 (낮)
(간수에게 편지를 건네받는 왕고... 벽에 기대 앉아 있는 강모에게...)
왕고 : 형님.. 편진데요? (건넨다)
(강모, 잠시 겉봉만 보다가 한쪽에 놓인 통 안에 툭 던져 놓는다. 뜯지 않은 편지들이 수북하고...
강모, 마음이 무겁다. 슬퍼 보이는 눈빛으로..)
씬18. 호텔 행사장 안 (낮)
(행사장 입구 쪽에 양복 차림의 박소태와 용역반원들이 지키고 있다.
홀 정 중앙에 ‘무소속, 조필연 후보 후원회 발대식’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조필연이 고재춘의 호위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서자 박수치는 사람들...
앞쪽 테이블에 천, 백, 조, 박회장이 앉아 있고... 다른 테이블에 황태섭과 주영국, 남숙, 정식이 있다.
맞은편에 민우와 명자가 있고.... 뒤쪽에 복자와 재수가 있다.
민우, 태섭쪽을 보는데 정연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
필연 : 오늘, 이 조필연을 후원해주시기 위해서 모이신 많은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이 끝나고 나면, 여러분들의 이 박수소리가 승리의 환호로 바뀌게 될 겁니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친다. 조필연, 흡족한 듯이 손을 들어 보이며 답례하는데...
일각에서 이를 노려보던 성모... 조용히 자리를 뜨는데...)
- 시간경과
(조필연이 고재춘과 함께 온화한 미소를 띠며 후견인들과 악수를 하며 돌고 있다. 천, 백, 조, 박회장들과 악수를 하며...
구석 테이블에 복자와 재수가 식사중이다. 복지, 입이 미어져라 먹고 있고...)
재수 : 그만 좀 먹어대, 이 여편네야.
복자 : 언제 고기 한번 사줘 봤어? 이럴 때 실컷 먹어보지 언제 먹어?
(일각의 테이블... 명자, 남숙과 정식이 모여서 이야기 중이다)
명자 : 어째, 정연양이 안보이네요?
남숙 : (찔끔해서) 어휴, 걔가 요즘 일에만 미쳐서 사는 통에..
명자 :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어떻게 이런 자리에 안 나올 수가 있어요?
남숙 : 그러게요. 꼭 나오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명자 : (못마땅해서) 아무튼 요란해... 일방적으로 결혼식도 미루질 않나...
남숙 : .. (정식을 보며 눈짓한다. 뭔가 숨기는 눈치로...)
(다른 일각, 태섭과 민우가 이야기 중이다. 주영국이 곁에 있고...)
태섭 : 지금이라도 니들 파혼한 사실, 아버님께 알려야 되는 거 아닌가?
민우 : 선거 끝나면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태섭 : .. (본다) 자네, 아직도 정연이한테 미련이 있는 건가?
민우 : 솔직하게 말씀 들겠습니다. (본다) 제가 원하는 거, 지금까지 한 번도 포기해 본적 없습니다.
태섭 : ... (본다)
필연 : 여기 계셨군요. (다가온다)
재춘 : .. (따라오고)
필연 : 준비해 오신 건...
태섭 : (영국을 본다) 가져 오시게.
영국 : 알겠습니다, 회장님. (간다)
태섭 : (필연에게) 자리 좀 옮기시죠.
씬19. 동, 객실 안 (낮)
(황태섭과 조필연과 민우가 앉아 있다. 재춘이 문을 열어주면 검은 가방을 들고 들어서는 주영국... 탁자위에 가방을 놓는다. 재춘이 열어보면 가방 가득한 지폐다발들... 필연, 흡족하게 보는데... 재춘, 가방을 닫고 내려놓는데..)
필연 : 고맙소, 황회장.
태섭 : 건투를 빌겠습니다. 전 이만... (일어나려는데)
필연 : 내가 놀랄만한 정보 하나만 드리겠소.
태섭 : ..? (보면)
필연 : 곧 서울시에서, 남서울 개발, 확대 지역 발표가 있을 거요.
태섭 : 그곳이 어딥니까?
필연 : 개포지구요.
태섭 : ..!! (놀란다) 개포지구요?
영국 : ..! (놀라며 태섭을 보는데)
필연 : 황회장께서, 만보건설에서 개포지구에 막대한 개펄 땅을 구입해 놓은 걸로 아는데...
태섭 : ....
민우 : 곧 공식 발표가 날 겁니다. 지금부터, 지반 공사를 시작하는 게...
태섭 : (OL) 그 땅, 나한테 없네... (본다) 이강모한테 줬어.
민우 : ..!! (놀란다) 회장님?
필연 : (놀라서)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영국 : .. (이미 알고 있고)
태섭 :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필연 : 그래서? 그 땅을 그렇게 포기하려는 겁니까?
태섭 : 전 선거를 지원하겠다고 했지 자산관리를 부탁드린 적은 없습니다.
필연 : 뭐요?
태섭 : 그만 가보겠습니다. (일어서서 나간다)
영국 : .. (따라 나가고)
필연 : 저 사람이,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민우 : ..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는데)
씬20. 동 밖, 복도 (낮)
(태섭과 영국이 나오는데 민우가 급히 따라 나오며...)
민우 : 회장님...!
태섭 : .. (돌아보고)
민우 : 그 땅, 다시 찾으셔야 합니다.
태섭 : ... (본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땅이네.
민우 : 회사 명의로 사신 겁니다. 당연히 회사를 위해 투자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태섭 : ...
민우 : 그 개펄 땅.. 택지만 조성되면 곧 황금벌판으로 변할 겁니다. 이강모가 차지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태섭 : 이미 끝났어. 강모가 그 땅의 주인이야.
민우 : 제가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찾아와야 합니다..!
태섭 : 그럴 필요 없네. 어차피, 강모가 출소하면 다시 회사로 돌아올 거야.
민우 : ..!! 이강모를... 다시 받아주실 생각이십니까?
태섭 : 난 강모를 내친 적이 없어.
민우 : ... (굳어진 채)
태섭 : 강모가 돌아오면, 그 땅도 같이 돌아와. 더 이상, 그 문제로 왈가왈부하지 말게. (나간다)
영국 : .. (따라 나가면)
민우 : ... (독이 오른 표정으로)
씬21. 다시, 객실 안 (낮)
(민우가 들어서고...)
필연 : 난 단 한 번도.. 만보건설이 황태섭, 혼자의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민우 : ...
필연 : 그 땅 다시 찾아 내. 사업은 그따위로 하는 게 아냐.
민우 : .. (눈빛, 심각하게)
씬22. 교도소 운동장 안 (낮)
(운동시간이다. 일각에서 문신이 있는 사내들이 웃통을 벗고 씨름을 하고 있다.
이때, 범상치 않은 포스의 야수파 두목이 사내 두어 명을 대동하고 나타나자
씨름을 하던 덩치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구십 도로 인사를 한다.
두목, 인사를 받으며 무심코 일각을 보는데... 강모가 한쪽 그늘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 강모를 보는 두목의 눈빛에서..)
씬23. 동, 일각 (낮)
(강모가 책을 보고 있는데 왕고참이 다가온다.)
왕고 : 형님... 저쪽에서 찾는데요?
(야수파 두목이 앉아 있고, 그 주변으로 사내들이 모여 있다.
두목, 강모와 시선 마주치자 손가락질로 오라는 시늉...)
왕고 : 야수파라고, 영등포에서 활동하는 놈들인데, 성질 아주 드러워요. 그냥, 무조건 예, 예, 하고 손바닥만 비비세요.
(강모, 손에 책을 들고 왕고와 함께 야수파 쪽으로 간다. 앉아 있는 두목 앞에 서는 강모, 빤히 보는데..)
문신 1 : 이 새끼... 너 목에 세멘 처발랐냐?
왕고 : (졸아서) 얼른.. 인사드리세요.
강모 : .. (보기만)
문신 1 : 이 자식, 봐라?
(문신 1이 강모의 머리를 잡더니 앞으로 푹 누른다. 깊숙이 머리를 숙이는 강모, 인상 쓰는데...
두목, 강모 손에 들려있는 책을 빼앗아 들더니...)
두목 : (건성으로 펼쳐본다) 어려운 책 본다? 너 이강모 맞지?
강모 : ... (기분 나쁘다) 근데요?
두목 : 깡다구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강모 : ...
두목 : (일어서서) 내 밑에 들어와라. 고기 덩어리들만 있고 당최 머리 쓸 줄 아는 놈이 없어서 말야..
강모 : 나보고, 깡패가 되라고요?
두목 : (굳어진다) 뭐? 깡패?
강모 : 차라리 그 책, 줄 테니까 공부나 해보시던가요.
문신 1 : 이 새끼가... (때릴 듯이)
두목 : (저지하고) 너, 간수들 믿고 그러냐? (좌중에게) 잡아 봐.
(사내들이 강모의 양 팔을 잡는다. 두목, 연거푸 강모의 얼굴에 주먹을 먹인다. 강모, 꼼짝 못하고 맞는데...
두목, 씩씩대며 멈추면 문신 1이 얼른 수건을 건넨다. 강모, 얼굴이 터져 있고..
두목, 주먹에 묻은 강모의 피를 닦으며)
두목 : (숨 몰아쉬며) 내가 요즘.. 운동부족이거든? 너, 앞으로... 내 눈에 뜨일 때마다 무조건 얼굴 들이 대. 알았어?
(이때, 간수와 경비들이 호각을 불며 다가온다. 사내들이 강모를 놓아주면 강모, 털썩 주저앉는데...)
간수 : 무슨 일이야?
문신 1 : (대신 나선다) 이놈이 하두 까불어서 제가 손 좀 봤습니다.
간수 : 이것들이..! 이 놈 데려가.
경비들 : ... (문신 1을 끌고 간다)
간수 : 니들, 소란피우면 독방이야? 알았어? (간다)
두목 : (앉아서 강모와 시선 맞추며) 봤냐? 내가 맘먹어서.. 이 안에서 못하는 거 없어. (강모의 뺨을 툭툭 때리더니 간다)
사내들 : .. (따라가고)
왕고 : 어떡해요? 하필 저런 악질한테 눈 밖에 났으니...
강모 : ... (차갑게 노려본다)
씬24. 동, 세면장 (낮)
(두목과 사내 몇몇이 손을 씻고 있다. 강모가 들어서고... 강모, 터진 얼굴을 닦아내며 날카롭게 그들 눈치를 살피는데...)
두목 : 야, 너 이리 와 봐.
강모 : ... (다가가면)
두목 : 머리 좀 감겨봐라. 먼 놈으 날씨가 이렇게 덥냐?
(두목,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머리를 들이민다. 강모, 잠시 보다가 빨래 비누로 머리를 감기기 시작하고...
사내들, 잘 모셔라.. 키득대며 다 나가고 나면.. 강모와 두목만 남고...
강모, 머리를 감기며 살기 띤 눈빛으로 보는데..)
두목 : 마, 시원하게 박박 좀 못해?
(눈앞에, 누군가가 놓고 간 긴 때 타올...
강모, 차가운 표정으로 때 타올을 집어 들더니 그대로 두목의 목에 감더니 뒤에서 있는 힘껏 목을 조인다.
숨이 막힌 듯이 버둥대는 두목.. 강모, 마치 죽일 듯이 있는 힘을 다해서..)
두목 : (더, 참지 못하고, 버둥대다가) 사.. 살려...줘...
강모 : (귀에다가 대고, 낮게) 왜? 죽는 거 무섭냐, 이 양아치 새끼야?
두목 : ... (얼굴 벌겋고, 숨이 막혀서)
강모 : (더욱 힘껏 조이며) 나도 맘만 먹으면... 이 안에서 못할 짓 없거든?
두목 : 제.. 제발... 사.. 사...
강모 : (조이며) 나, 건드리려면.. 아예 죽여 놔야 될 거다.
안 그러면.. 출소해서도 고개 못 쳐들고 다닐 정도로... 개망신 당할 테니까..
(강모, 힘껏 밀친다. 두목, 세면대에 처박힌 채 켁켁 대는데... 이때, 다시 들어서는 사내들...)
사내 2 : 형님, 아직 안 끝나셨습니까?
강모 : (두목에게) 전 그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형님. (인사 꾸뻑하고 나간다)
사내 2 : (이상해서) 형님? 괜찮습니까요?
두목 : ... (거칠게 숨 몰아쉬며 강모쪽 보는데)
씬25. 교도소, 면회소 안 (낮)
(민우가 와 있다.
간수와 함께 들어서는 강모... 차가운 표정으로...)
민우 : 고생 많다. 어때, 지낼 만 해?
강모 : ... (본다) 그럭저럭.
민우 : (미소 보인다) 출소하려면, 이년 쯤 남았나?
강모 : 세월 잊고 산지 오래야.
민우 : .. (끄덕이고) 너, 회장님한테 땅 받은 거 있지?
강모 : 근데?
민우 : 팔아라... 시세보다 높게 쳐 줄 테니.
강모 : .. (본다) 얼마 줄 건데?
민우 : 너 용역반에서 월급 얼마였지? 대충만 계산해도.. 니가 평생 만져보지 못할 액수가 될 거다.
강모 : ...
민우 : 그 동안 고생 많았는데, 출소하면 남들처럼은 살아야 할 거 아니냐.
강모 : 나, 그 땅... 정연이와 헤어지는 조건으로 받은 거야.
민우 : ..! (놀란다)
강모 : 내가 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펄 땅을 찍었는지 아냐?
각목 들고 머리 터져가며 땅따먹기 하다 보니까, 보는 눈이 좀 생겼거든.
민우 : ...
강모 : 시세보다 높게 쳐준다고? (픽 웃고, 낮게) 야, 조민우... 내가 아직도 니들한테 멸시나 받던 머슴 놈처럼 보이냐?
민우 : ... (굳어진 채)
강모 : 회장님 뒤치다꺼리하면서 배운 게 딱 하나 있어.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결국은 돈에서 나온다는 거...
돈으로 남의 것을 빼앗고.. 빼앗은 걸로 또 돈을 벌고... 세상 참 더럽지 않냐?
민우 : 그래서? 너도 돈 벌어서 세상을 지배해 보겠다고? 너, 갇혀 살더니 머릿속에 쓸데없는 공상만 키웠구나?
강모 : 아니.... 난 남의 꺼 빼앗을 생각 없어. 그냥.. 돈이든 인생이든, 더 이상 내꺼 안 빼앗기려고...
민우 : .. (본다)
강모 : 세상이 아무리 더러워졌어도, 힘없는 게 죄가 되는 건 너무 불공평하니까..
민우 : 똑똑히 들어... 너, 그 땅 못 가져. 넌 아직 그럴 힘이 없거든.
강모 : 그래? 그럼 한번, 힘 있는 니가 빼앗아 보든가.
민우 : 후회하지 마라.
강모 : ... (간수에게) 면회 끝났습니다. (돌아서서 간다) 참, 정식이한테 안부 좀 전해줘라. (눈빛)
덕분에, 인생 공부 많이 하고 있으니까... 톡톡히 보상하겠다고... (간다)
민우 : .. (노려보는데)
씬26. 교도소 정문 앞 (낮)
(민우가 나온다. 심각해진 표정... 일각에서 오빠를 면회하러 온 미주가 걸어오고 있고...
이때, 한쪽 벽에 기대 있던 검은 모자의 사내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민우 쪽으로 다가온다.
부닥치는 민우와 사내.. 사내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민우 안주머니의 지갑을 빼내는데... 미주, 이를 목격한다)
사내 : 미안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민우 : (불쾌한 듯 보고)
미주 : (급히 다가오며) 도, 도둑이야...! 도둑이야..!!
민우 : ...? (미주 보는데)
사내 : ... (후다닥 뛰어간다)
미주 : 뭐해요? 저 사람이 지갑 훔쳐 갔잖아요..!
민우 : ...!! (안쪽 주머니 만져 보는데, 없다)
미주 : 야, 이 도둑놈..! 거 서..!! (뛰어가는데)
민우 : ...! (뛰어간다)
씬27. 동, 일각 (낮)
(민우, 잡으러 뛰어가는데 오토바이 한 대가 급히 달려오더니 사내를 태우고는 빠르게 사라진다. 눈앞에서 놓치고...
뒤쫓아 오는 미주...)
미주 : (헐떡이고) 어떡해요? 지갑에 돈 많이 들었어요?
민우 : (숨 찬다. 인상 쓰다가) 아가씬, 신경 쓰지 말고 갈 길 가요. (돌아서는데)
미주 : 집이 요 근천가 보죠?
민우 : ..? (본다)
미주 : 돈이 없을 텐데... 걸어가두 되나 싶어서....
(민우, 아차, 싶다, 바지에 손을 넣어보지만.. 낭패스러운데..
미주,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지갑을 열어서 얼른 토큰 하나를 꺼내며)
미주 : 이걸루 버스 타고 가세요. 저도 예전에 소매치기한테 당해서 집까지 걸어 간 적 있었는데... 엄청 힘들더라구요.
민우 : ... (물끄러미 본다)
미주 : ... (민우 손에 쥐어 주며) 안 갚아도 되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민우 : 혹시.. 나, 어디서 본 적 없어?
미주 : (반갑다) 그쵸?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죠? 어디더라..? (생각)
민우 : ... (생각해보는데)
미주 : (밝게) 아, 맞다..!!
민우 : ..! (생각났니? 보면)
미주 : (금새 시무룩) 아닌데.. 그 아저씬 사우디에 돈 벌러 갔는데..
민우 : (인상 쓴다, 이게 정말..)
미주 : 근데요, 분명히 어디서 봤어요. 그건 확실해요. 어휴, 답답해... 어디서 봤지?
민우 : 아가씨, 혹시..
미주 : (환해지고) 생각났어요?
민우 : 소매치기하고 한패 아냐?
미주 : 네에?
민우 : 이상하잖아. 첨보는 사람한테 지나치게 친절한 거.
미주 : ... (기가 막히고) 이봐요?
민우 :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는 것도 그렇고...
미주 : 내 놔요, 이거..!
(민우의 손에 든 토큰을 억지로 빼앗으려는데)
민우 : (안 빼앗기려고 손에 힘 꽉 준다)
미주 : 내 노라구요, 내 토큰..!
(미주, 억지로 빼앗는데 손에서 떨어지며 또르르 굴러가는 토큰...
미주, 토큰을 주우려고 따라가는데... 작고 더러운 물웅덩이 속에 토큰이 툭 빠진다. 민우, 비웃듯 보고 있는데...
미주, 망설이지 않고 손을 집어넣어서 토큰을 찾는다. 민우, 신기한 듯 보는데...
미주, 토큰을 건져 올리고는...)
미주 : (활짝 웃으며) 찾았다.
민우 : ...! (본다)
미주 : (당당하게 민우 앞에 걸어와서) 이거 하나 벌려면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
민우 : ...
미주 : 댁은 이 토큰 받을 자격 없어요. 사람 고마운 줄을 알아야지... (돌아선다)
민우 : 저기.. 그 토큰... (좀 줄래)
미주 : (다시, 획 돌아보며) 그리고..! 언제 봤다고 반말이에요, 기분 나쁘게?
(미주, 돌아서서 교도소 쪽으로 간다.
민우, 돈이 없어서 난감하다. 에이, 씨... 발로 돌맹이 하나 툭 차며 반대쪽으로 걸어가는데... 미주, 힐끔 돌아보는데서..)
씬28. 교도소 안, 면회소 (낮)
(미주가 간수와 얘기 중이다.)
간수 : 오늘은 면회 끝났다니까 그러네... 하루에 한명 밖에 안 돼요.
미주 : 일주일 만에 온 건대요. 정말 안돼요?
간수 : 내일 다시 와요.
미주 : 오늘 큰 오빠도 안 왔을 텐데..? 누가 면회를 왔다 간 거야?
씬29. 기획실 안 (낮)
(성중과 정연이 기획서를 놓고 얘기 중이다)
성중 : 이번, 삼차분양 광고 전략도 이전과 동일한 컨셉입니다.
정연 : 천혜 건설에서도 티브이 광고를 준비 중이란 정보예요. 좀 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요.
(이때, 민우가 들어선다. 정연을 보고는...)
민우 : 황정연씨, 잠깐 나 좀 봅시다. (실장실로 들어간다)
정연 : ... (본다)
씬30. 동, 실장실 (낮)
(들어서는 정연, 기획서 내놓으며)
정연 : 아파트 광고, 전략 기획서예요.
민우 : 강모가 개포동 개펄 땅 가지고 있는 거 알았어?
정연 : 검토해 보시고 결정해주세요.
민우 : 그 땅이 어떻게 이강모한테 간 건지, 알았냐고..!
정연 : ... (본다) 그딴 게 지금 왜 중요한데?
민우 : 너 포기하는 조건으로 받은 거야... 그 땅하고 널 맞바꾼 거라고..!
정연 : 알아.
민우 : ..!! (놀란다) 알아?
정연 : 그게 뭐 어때서? 난 강모 다 이해해.
민우 : 너.. 강모한테 면회까지 거절당하면서.. 자존심 상하지도 않냐?
정연 : 강몬, 그게 날 위한 거라고 생각 하니까...
민우 : 뭐?
정연 : 내가 왜 미친 듯이 일에 빠져 사는 줄 알아? 강모 나올 동안, 내 자리 확실하게 만들어 놓으려고..
그게 강모를 위한 일이니까.
민우 : ... (본다)
정연 : 직장 상사로서, 너 인정하고 존경해. 내가 원하는 대로, 파혼해 준 것도 고맙고... 그 외엔, 나에 대한 신경 꺼줘.
민우 : 이번엔 니가 틀렸어, 황정연...
정연 : ...
민우 : 강모... 니가 생각하는 그런 놈 아냐. 변했어. (밖으로 나간다)
정연 : (왠지 불안하다, 표정이 어두워지며)
씬31. 동, 밖 복도 (낮)
(민우와 정식이 은밀하게...)
정식 : (놀라서) 그래서? 강모 그 놈이 땅을 안 팔겠데?
민우 : 강모 걔.... 출소하면 누구 하나 잡을 눈빛이더라.
정식 : 잡다니? 누구? 나?
민우 : 자길 그렇게 만든 게 너란 걸 알고 있어. 그 놈 성격에 가만있겠냐?
정식 : ... (두렵다, 잠시 생각)
민우 : 회장님이 그 놈을 다시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계셔. 그 땅 정도면... 이강모, 졸지에 이사급으로 부상할 거다.
정식 : 어떡하냐? 그놈, 분명 정연이 돕겠다고 설쳐댈 텐데... 그럼, 이 회사, 정연한테 갈 수도 있는 거잖아?
민우 : 땅이 문제야, 땅이..! 그 놈한테 땅만 빼앗으면 돼... 그럼, 날개도 꺾이게 돼 있어.
정식 : ... (생각)
민우 : (괴로운 듯) 급소는 보이는데, 도무지 찌를 방법이 없으니...
정식 : (눈빛) 만약에... 이건 만약인데... 강모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야?
민우 : ...? 무슨 말이야?
정식 : 강모 그 놈, 피붙이 하나 없는 고아잖아. 그럼 당연히 그 땅도 주인 없는 땅이 될 거고...
민우 : ... (눈빛) 그래서?
정식 : (본다, 눈빛) 너도 속으로 원하는 거 아니냐? 강모만 없으면... 정연이, 니 차지가 될 테니까..
민우 : ... !!
정식 : 너나 나.. 이 회사를 위해서도 그 놈이 없어져 주는 게...
(이때 정연이 다가온다. 두 사람, 황급히 하던 말을 멈추고.. 정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정연 : 무슨 얘길 했길래 내 눈치를 봐?
정식 : 어? 아냐.. (민우에게) 저녁 때 보자? (가려는데)
정연 : 너, 경찰서에서 찾더라?
정식 : (찔끔해서) 어? 경찰서에서 왜?
정연 : 용역반 사람들 사고 쳤나봐.
정식 : 난 또 뭐라고... 별거 아냐...
(정식이 간다. 민우, 잠시 뭔가 생각하다가 황급히 정식을 따라가고...
정연, 뭔가 이상한 듯 보는데...)
씬32. 경찰서 유치장 안 (낮)
(박소태와 시덕, 용역반 사내들이 붙잡혀 있다. 여기저기 상처들이 나 있고...
시덕과 사내들은 풀이 죽어 있는데 소태 혼자서 의기양양하게...)
소태 : 마, 우리가 죄졌냐? 금방 나갈 거니까 고개들 들어.
(이때, 정식과 형사가 들어선다. 소태, 정식을 보자 반가워서...)
형사 : 만보건설.. 나와.
(시덕과 사내들이 유치장에서 나온다.
소태, 기분 좋게 기다렸다가 막 나오려는데 형사가 유치장 문을 닫는다)
소태 : 뭐야? 나.. 나, 몰라요? 나, 만보건설 용역 반장이에요.
형사 : 다들 나가.
(사내들, 밖으로 나간다. 시덕, 갇혀있는 소태를 의아한 듯 보고는 나가고...)
소태 : 도련님? 형사님이 뭘 모르나본데...
정식 : (본다, 씩 웃어보이고는 밖으로 나가는데)
소태 : 도, 도련님? 도련님..! (놀라서) 뭐야, 이게..? 내가 뭘 잘못했다고? (버럭) 야, 황정식..!
씬33. 동, 밖 승용차 안 (낮)
(민우가 조수석에 앉아 있다. 정식이 운전석에 올라타고...)
정식 : 니 말대로, 소태 그놈만 남겨두고 왔어.
민우 : ... (차가운 표정으로, 생각)
정식 : 근데, 박소태가 우리말을 들을까?
민우 : 너 개싸움 알지? 시합 전에 배불리 먹여주는 주인 없어. 잔뜩 굶겨놔야 독이 바짝 올라서 상대 개를 물어뜯지.
정식 : 아무튼, 너 머리 하난 진짜 좋아. (시동 거는데)
민우 : ... (서늘해진 눈빛으로)
씬34. 안기부 건물 전경 (옛 중정 건물 그대로)
씬35. 동, 성모 방 (낮)
(전두환 사진이 걸려 있다. 성모가 TV를 보고 있고... 칼라 TV다. 국회의원 총선을 알리는 화면...)
아나운서 : (E)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이번 총선에, 각 지역구 후보들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비리척결과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고 활기 넘치는 선거가 되리라는 관측입니다. 이에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이때, 찬성이 서류들을 들고 들어선다. 성모, TV를 끄고...)
찬성 : 찾아냈어요. (서류 건네면)
성모 : (받아들고)
찬성 : 조필연의 부친이 일제 때 총독부에서 근무한 사실이 있습니다.
성모 : ..!! (살핀다)
찬성 : 대동아 전쟁 때는 조선에서 수탈한 물자들을, 직접 일본에까지 조달했던 기록도 있구요.
성모 : 경성보고 수학선생님이란 기록은 뭐야?
찬성 : 동명이인입니다. 철저하게 조작된 기록이에요.
성모 : 계속 조사 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조필연을 낙선 시켜야만 한다.
찬성 : 예, 선배님.. (나간다)
성모 : ... (생각하는데)
씬36. 경로당 안 (낮)
(잔치 음식들이 차려져 있고, 노인들이 모여서 음식들을 먹고 있다.
‘기호 4번 무소속’ 띠를 두른 필연과 재춘, 명자와 몇몇 수행원들이 있고..)
필연 : 많이들 드십시오, 어르신들... 저, 조필연이 이 지역구에서 당선만 되면, 이런 잔치를 매일 벌이겠습니다.
어른들을 공경해야, 나라의 기강이 바로잡히지 않겠습니까?
재춘 : 옳소..!! (열나게 박수친다)
(명자와 수행원들도 열심히 박수치지만 노인들, 먹기만 하고 별 반응이 없다.
필연, 슬쩍 고재춘들에게 눈짓을 해보이면 재춘과 명자들이 노인들에게 돈 봉투를 건네기 시작한다)
명자 : 이거, 용돈에 쓰세요.
노인 : (좋아서) 뭘 이런 걸 다..? (봉투 안을 들여다보고)
명자 : 기호 사번 조필연이에요, 아셨죠?
재춘 : (돈 봉투 건네며) 맛난 거 사 드십시오. 기호 사번 조필연 후봅니다.
(계속해서 돈 봉투를 건네는 명자와 재춘들... 좋아하는 노인들... 필연, 흡족하게 보는데..)
씬37. 동, 밖 마당 (낮)
(조필연과 고재춘, 양명자와 수행원들이 나온다. 이때, 기호 1번 민정당 띠를 두른 민홍기와 엄가, 수행원들이 다가오고...
마주보는 필연과 홍기..)
홍기 : 정당도 없이 무소속으로 백의종군하는 모습이 대견하구만.
필연 : 소속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자네가 낙선하면, 당연히 여당에서 날 모셔가겠지.
홍기 : 듣자하니, 뿌리는 돈이 만만치 않다고?
필연 : 그것도 능력이야. 이렇게라도 어렵게 사는 서민들한테 도움을 줘야지.
홍기 : 선거법을 너무 우습게보지 마. 낙선하고도 감빵 간 사례 많으니까.
필연 : 자네야 말로, 나에 대한 흑색비방을 삼가는 게 좋을 거야.
홍기 : 아무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자고. (악수를 청한다)
필연 : 악수는 선거 끝나고 하지. 자네한텐, 격려보다는 위로가 더 절실하게 될 테니까.
홍기 : .. (비웃듯이)
(민홍기와 엄가, 수행원들이 경로당 안으로 들어간다. 필연, 보는데...)
씬38. 동, 경로당 안 (낮)
(노인들이 막걸리와 음식들을 먹고 있고... 들어서는 민홍기와 엄가들...)
홍기 : 자, 자... 음식들 맛있게들 드시면서 제 말씀을 들어주십시오.
좌중 : ...
홍기 : 저, 기호 일번 민홍기는, 평생을 청렴한 공직자로 살아와서, 어르신들 한테 잔칫상 봐 들이고, 돈 봉투를 건넬
돈이 없습니다. 혹시, 다른 후보들이 돈을 건네면 그 돈 다 받으세요.
돈은 돈대로 다 받고 투표할 때는 기호 일번, 민홍기만 기억해 주시면 됩니다.
좌중 : .. (본다)
홍기 : 이 나라는 무조건 안정이 우선입니다. 북괴가 호시탐탐 남침을 노리고 있어요. 어르신들, 육이오 전쟁 때 고생 많으셨죠?
안정을 위해서는 여당 후보, 저 민홍기를 뽑아주셔야만 합니다. 어르신들.. 안정된 이 나라에서, 부디 만수무강 하십시오.
(민홍기, 노인들을 향해 큰절을 올린다. 성심껏 박수를 치는 노인들...)
씬39. 동, 밖 마당 (낮)
(경로당 안에서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이를 노려보는 조필연...)
씬40. 선거 사무실 전경 (낮)
(낮은 층수의 건물.. 정문에 걸려있는 플래카드..
- 이젠 정당보다 인물이다. 서민들의 후보, 무소속 조필연 -)
씬41. 동 선거사무실 안, 조필연 방 (낮)
(여기저기 붙어 있는 선거 포스터들... 황태섭과 주영국이 와 있다. 조필연과 고재춘이 있고..)
태섭 : 아니? 선거자금 건넨 지가 얼마나 됐다고 또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필연 : 지금까지 내 얘기를 뭘로 들으신 거요? 상황이 아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태섭 : 선거,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벌써부터 이러시면...
필연 : 이것 봐요, 황회장..!! 내가 꼭 당신하고 돈 문제로 이래야겠소?
태섭 : 아무리 그래도..
필연 : 안기부장이 나와 둘도 없는 선후배지간이오. 선거 때려 치고, 안기부로 들어오라는 제의도 받았소.
태섭 : ..
필연 : 청와대 경호실엔 내 인맥 없는 것 같소?
태섭 : 제 말씀은...
필연 : 난 지금 이빨이 빠진 게 아니라, 새 이빨이 돋고 있는 거요. 세상을 물어뜯을 새로운 이빨... 아시겠소, 황회장?
태섭 : ....
(이때, 성모가 들어선다. 태섭쪽에 시선 한 번 주고...)
필연 : 어서 와라... 안기부 쪽에서 파악한 여론 동향은 어때?
성모 :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민홍기 쪽과 박빙입니다.
필연 : (태섭에게) 들으셨소? 지금 민홍기는 여당을 등에 업고 국가안보니 뭐니 떠들면서 활개를 치고 있어요.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소?
태섭 : ... 이번엔 또 얼마면 되겠습니까?
필연 : 무조건 많이 내 놓으시오.
태섭 : ... (괴롭다)
필연 : 성모, 넌 민홍기의 약점을 찾아 봐.
성모 : 약점이라면..?
재춘 : 민홍기 부친이 왜정 때 독립군들을 잡아들인 악질 순사였다는 정보가 있어.
필연 : 분명, 어딘가에 그 피해자들이 있을 거야. 증인들을 찾아내.
성모 : 알겠습니다.
필연 :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략은 딱 두 가지야. 돈으로 환심을 사고, 민홍기를 흠집 내는 거.. 그거 외엔 다른 방법이 없어.
태섭 : ... (한숨 내쉬는데)
성모 : ... (본다)
씬42. 경찰서, 유치장 안 (낮)
(혼자 갇혀 있는 소태, 얼굴 가득 분노가 쌓여 있고... 소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철창을 부여잡고..!!)
소태 : 야..! 꺼내 줘..! 황정식이한테 연락 해 달라구..! 나 여기서 확 혀 깨물고 죽는 꼴 보고 싶어?
나, 진짜 혀 깨문다? 깨물어? 에이 씨..!
(소태, 혀를 깨무는 시늉을 하는데 정식과 형사가 들어서고...)
소태 : 뭐야..? 나한테 이래도 되는 거예요? 예? 이봐요, 황정식씨..!
(이때, 철문을 철컹 열어주는 형사... 소태, 놀라서 보면...)
씬43. 요정집 전경 (밤)
(홍등이 걸려 있고...)
씬44. 동, 방 안 (밤)
(민우와 정식이 와 있다. 박소태가 어리둥절해서 앉아 있고..)
민우 : 자, 한잔 받아라. (술 따라 주면)
소태 : ... (황송해서, 얼른 받고)
민우 : 니 얘기 많이 들었다. 너, 정식이랑 공범이라고?
소태 : ..!! (놀라고) 고, 공범이라니요?
민우 : 니 덕분에 정식이 대신, 이강모가 감빵 갔어. 그게 공범이지 뭐야?
소태 : 저기요.. 저한테 왜들 그러시는진 모르겠지만...
정식 : 이강모가 땅 가진 거 알아?
소태 : 따, 땅이라뇨?
정식 : 곧 엄청난 주택단지가 들어설 개포지구... 그거 이강모 땅이야.
소태 : 예? 아니, 그 놈이 언제 돈을 벌어서...
민우 : 그 땅을 우리가 빼앗아야겠다. 니가 도와줘.
소태 : 제가요?
민우 : 그 땅만 빼앗으면... 절반 떼서, 너한테 줄게.
소태 : ..!! (놀란다)
민우 : 그 정도면... 평생 사장님 소리 들어가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거다. 어때?
소태 : 제가.. 뭘 어떡하면 되는 건데요?
정식 : 이강모, 죽여.
소태 : ..!!
정식 : 없애버리라고..
소태 : ... (멍하다)
정식 : 교도소엔 우리가 너 줄 거야. 물론, 일 끝나면 빼 주는 것도 당연한 거고...
소태 : ...
민우 : 정말 재수 없어서, 일이 잘못돼도... 오년만 있다 나오면 돼. 그럼.. 넌 앞으로 오십 년은 편하게 살 수 있어.
소태 : ... (놀라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는데)
씬45. 동, 마당 (밤)
(민우와 정식이 걸어 나온다)
민우 : 괜찮겠지?
정식 : 박소태, 저놈... 돈 앞에서 못할 짓 없는 놈이야. 근데, 절반은 너무 과한 거 아니냐?
민우 : 너, 설마 그 말을 믿는 거냐?
정식 : (안도) 아닌 거 알지.. 그 땅이 어떤 땅인데..
민우 : 강모, 없애고 나면... 적당히 입 막을 만큼만 주면 돼. 까다롭게 굴면,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할 수도 있고...
정식 : ... (씩 웃어 보이고)
씬46. 다시, 방안 (밤)
(소태가 혼자 남은 술을 마시고 있다. 생각하는 그 표정위로..)
민우 : (E) 이강모.. 감빵에 대신 가는 조건으로 그 땅 얻어냈어. 너라고 못할 거 없잖아?
소태 : (무서운 눈빛) 그래, 쇠파이프 들고 유치장이나 들락거리는 쓰레기 같은 인생인데... 내가 뭘 못해?
(술 마시고) 어차피 인생, 한방이야... 딱 한방이면... 저 새끼들만큼 떵떵거리고 살 수 있어. (광기어린)
씬47. 오로라 레코드사 전경 (낮)
씬48. 동, 복도 (낮)
(정식이 성중과 걸어온다. 맞은편에 미주가 대걸레와 양동이를 가지고 걸어오고...)
정식 : 아가씨.. 여기 박석춘 선생 방이 어디야?
미주 : 저쪽 끝으로 가보세요. (간다)
정식 : (보며) 옷만 잘 입혀놓으면 꽤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성중 : (조마조마하다) 얼른 가시죠.
씬49. 작곡가실 (낮)
(석춘이 피아노 앞에 작곡에 열중하고 있다. 한 소절씩 치고는 부지런히 악보에 적어 놓고..
뭔가 맘에 안 든다. 신경질적으로 피아노를 꽝광 내리치더니 악보를 쫙쫙 찢어버리고..
괴로운 듯이 고함치며 머리를 쥐어 뜯는데... 고개를 내밀고 지켜보던 직원 남이 조용히 문 닫고 사라지고..)
씬50. 동, 응접실 안 (낮)
(화려한 차림의 경옥이 있다. 지나가 옆에 있고.. 정식과 성중이 마주 앉아 있다. 직원남이 들어서며..)
직원남 : 선생님은 지금 작업 중이시라 안 되겠는데요?
정식 : (짜증나서) 계약하는데, 꼭 작곡가가 있어야 돼?
경옥 : (지나에게) 도장 찍어.
지나 : 예...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정식 : (들여다보며) 요기도 하나 더...
지나 : (도장 찍으면)
정식 : (흡족하게 보고) 앞으로 우리 만보 건설 시엠송 잘 부탁해요.
경옥 : 돈은 지나 통장으로 입금 시켜주세요. 내일까지 되죠?
정식 : 그런 걱정 마세요. 내가 만보건설, 관리 부장이기도 하지만... (얘기하라는 듯 눈짓) 문과장님?
성중 : (알아차리고) 만보건설 황 회장님, 외동 아드님이십니다.
경옥 : 알고 있어요.
정식 : 날 알아요? 야, 이거 영광인데? 로열클럽 사장님께서 날 다 알아보시구..
경옥 : 그만 가볼게요. (일어서서 나가고)
정식 : 아니, 같이 식사라도...
지나 : (목례하고 나간다)
정식 : 아...씨... 뭐야. (직원남에게) 괜찮은 애들 없어?
직원남 : 네?
정식 : 여기 얼굴 좀 되는 얘들 없냐구?
성중 : (만류) 저, 부장님...
씬51. 동, 화장실 칸 안 / 밖 (낮)
(화장실 칸 안... 미주가 발음 연습을 하고 있다.)
미주 :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숫 기린 그림이고 네가 그린 기린 그림은 암 기린 그림이다.
중앙청 창살 쌍창살 남대문 후문 창살 외창살...
(화장실 칸 밖... 지망생 여자들이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는데 미주의 발성연습... 아아아---)
지망생 1 : 어휴... 저 버스 안내양, 시끄러워 죽겠네. 증말... 화장실이 개인 연습실두 아니구...
지망생 2 : (지망생1에게) 야?
(눈짓으로 바가지가 든 양동이를 가리킨다. 지망생1, 2 서로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바가지로 양동이에 있던 물을 떠서 미주가 있는 칸에 쏟아 붓는데....
미주, 꺅, 비명소리... 급히 뛰어 나오는데)
지망생 1 : 어머, 너 거기 있었니?
미주 : 이것들이 증말..!!
(미주, 바가지에 물을 뜬다. 여자 1, 2 후다닥 도망치는데..)
씬52. 동, 밖 복도 (낮)
(정식과 성중이 다가오는데 화장실에서 여자들이 도망쳐 나온다.
뒤이어 나온 미주가 물을 확 끼얹는데 정식이 정통으로 뒤집어쓰고...
미주, 화들짝 놀라는데... 도망치던 여자들도 놀라서...)
성중 : 부장님? (미주에게) 뭐하는 짓이야, 이게?
미주 : (연신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식 : (열 받아서 울상) 아... 내 슈트... 이게 얼마짜린데...
씬53. 동, 사무실 안 (낮)
(성중이 수건으로 정식의 옷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고 있다.
미주와 지망생 1, 2가 고개 숙인 채 앞에 서 있고... 직원남이 옆에서..)
직원남 : 죄송합니다, 얘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미주 : 정말, 죄송합니다.
정식 : ... (미주 얼굴을 물끄러미 본다, 꽤 예쁘다)
미주 : 망가진 옷은... 어떻게 해서든 변상해 드릴게요.
정식 : 변상? 너, 이게 얼마짜린 줄 알아?
미주 : 어, 얼만데요?
정식 : 이게 자그마치... (하다가) 야, 됐다. 기분 잡쳤으니까 다들 회식하러 가. (일어서고)
남직원 : 네?
정식 : 내가 오늘 한 턱 근사하게 쏜다구...
지망생 1, 2 : .. (좋아하는데)
정식 : (미주보고) 야, 촌닭.
미주 : 예? 저, 저요?
정식 : 그래, 너 말야. 촌닭.. 넌 뭐 먹고 싶어?
미주 : ... (당혹)
정식 : 뭐든 말만 해. 스테이크? 못 먹어 봤을 테구... 회 좋아해? 회? (하다가) 아냐.. 기분도 그런데 고급술집 한 번 가자.
미주 : ... (어쩔 줄을 모르고)
씬53. 싸롱, 룸 안 (밤)
(문성중과 정식, 직원남과 지망생 1, 2, 미주가 와 있다. 근사하게 차려진 양주판... 미주는 콜라를 마시고 있고...
지망생 1, 2가 서로 물어보라고 눈짓하는데..)
정식 : (한 잔 마시고) 니들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지망생 1 : (용기내서) 정말.. 만보건설 회장님 자제분이세요?
정식 : 왜? 내가 힘 좀 써줄까? (으쓱해서) 맘만 먹으면, 이번 광고에 니들 얼굴 나가게 해 줄 수도 있는데.
지망생 1 : 정말요?
정식 : 그래, 요 귀여운 것들아... (미주에게) 야, 촌닭.. 여기까지 와서 웬 콜라야? (술 들고, 따라줄 태세) 한 잔 마셔.
미주 : 아뇨.. 전 술 못해요.
정식 : 빼긴... (가까이 보며) 근데, 너 참 이쁘다? 우리, 밴드 불러서 브루스나 한 번 출까?
미주 : (당혹) 저 춤 못 춰요.
정식 : 뭐가 그렇게 못하는 게 많아? (어깨를 감싸며) 너, 이 바닥에서 성공하려면 무조건..
저 잘해요, 할 수 있어요.. 그래야 돼, 알아?
미주 : ... 왜, 왜 이래요?
(이때, 민우가 들어온다.
미주, 민우를 보더니 금방 얼굴을 알아본다. 화들짝 놀라서 얼른 고개 돌리고.. 죽겠다는 표정...)
정식 : 야, 빨리 오라고 했더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민우 : (한심해서) 너 지금 뭐하는 거냐?
정식 : 뭐하긴, 임마.. 광고 모델 미팅하잖아. (지망생들에게) 인사해라. 만보건설 기획실장님이시다.
지망생 1, 2 : (좋아서) 안녕하세요.
미주 : .. (얼굴 알아볼까봐)
민우 : (성중에게) 계약은 어떻게 됐습니까?
성중 : 예, 부장님께서...
정식 : (OL) 도장 찍구 일 다 끝냈으니까 아무 걱정 말어. 오늘, 신나게 한번 놀아보자. 니들 뭐해? 실장님 모시지 않구?
지망생 1 : (민우, 붙잡으며) 실장님, 앉아서 저희하고 술 드세요.
(민우, 지망생 1의 손 확 뿌리치고 나가려다가 문득 미주에게 시선이 간다. 미주, 시선 마주치자 얼른 고개 돌리고...
민우, 다가간다. 미주 얼굴을 살피는데.. 미주, 계속 피하느라...)
민우 : (알아본다, 픽 웃고) 야, 토큰?
미주 : .. (죽을 맛이다. 보며 미소) 여기서.. 또 보네요?
정식 : 뭐야? 둘이 알아?
민우 : (노려본다, 뭔지 알겠다는 표정) 너, 보기보다 영악하다?
미주 : ..? (보면)
민우 : 노린 게 뭐야? 시엠송이야, 광고 모델이야?
미주 : 네?
민우 : 너 일부러 나한테 계획적으로 접근한 거잖아. 뭐 하나라도 따보려고.
미주 : 뭐예요?
민우 : 왜? 내가 안되니까 이번엔 정식이냐?
미주 : (화난다) 이것 봐요..!
민우 : 정식이 얘, 적극적인 거 좋아해. 오늘 밤, 잘해 봐라. 계약, 바뀔 수도 있으니까..
미주 : ... (얼굴 벌개진다, 수치심)
민우 : 요즘 기집애들 무섭네... 물불 안 가리고.. (나간다)
정식 : 저 자식, 뭐라고 그러는 거야? (미주한테) 야, 너 쟤하고 무슨...
미주 : ..! (못 참고 뛰쳐나간다)
정식 : 뭐야, 저것들?
씬54. 룸싸롱 밖 (밤)
(승용차가 서 있고.. 민우가 승용차 문을 막 열려는데 미주가 쫓아 나오며..)
미주 : 이봐요..!!
민우 : .. (돌아본다)
미주 : (다가오고) 사과해요.
민우 : 뭐?
미주 :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요..!
민우 : ... (어이없어 본다)
미주 : 나, 그쪽한테 그렇게 무시당할 짓 한 것도 없고, 그런 여자 아니거든?
민우 : .. (보다가, 차 문을 연다) 탈래?
미주 : ..? (보면)
민우 : 너, 내 차 타고 싶어서 이러는 거잖아. 정식이보단, 내가 낫겠다 싶으니까.
미주 : 뭐라구?
민우 : 어디로 갈까? 술집? 호텔?
미주 : .. (화나서, 눈물이 고인다)
민우 : (문 탁, 닫고) 근데, 사람 잘 못 골랐어. 난 헤픈 애들 질색이거든.
그렇게 성공하고 싶으면, 들어가서 정식이 녹여 봐. 나보단 효과가 훨씬...
미주 : ..!! (냅다 민우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민우 : ..! (아프고)
미주 : 사람 우습게보지 마. 재수 없는 자식..! (간다)
민우 : 저 기집애가.. 야, 너 거기 안 서?
(미주,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탄다. 민우, 야..! 야..! 부르다가, 화나서..)
씬55. 달리는 택시 안 (밤)
(미주, 화나고 수치스럽고... 눈물까지 고인 채...)
기사 : 어디로 갈까요?
미주 : ..
기사 : 아가씨?
미주 : 예? 저기.. 버스 정류소 앞에서 세워주세요.
기사 : 지금 장난 쳐?
미주 : 죄송해요, 아저씨.. 돈이 없어서.. 기본요금은 드릴게요.
씬56. 버스 정류소 앞 (밤)
(택시가 다가와 선다. 미주 내리면 택시 출발하고.. 아무도 없는 빈 정류소 앞.. 미주, 눈물이 고인다)
미주 : 거지같은 자식... 사람을 뭘로 보구...
씬57. 교도소 복도 (다른 날, 낮)
(죄수복 차림의 박소태가 간수에게 이끌려 들어서고 있다. 내심 긴장해 있는 소태의 표정... 그 위로...)
민우 : (E) 이강모랑 같은 방을 쓰게 될 거다. 기회를 봐서 한 번에 끝내야 돼. 단 한번에..
소태 : .. (결연하게)
씬58. 감방 안 (낮)
(강모가 책을 보고 있다. 왕고와 사내들이 각자 딴 일 하고 있고...
이때, 문이 열리며 박소태가 들어선다)
간수 : 신입이다. 말썽들 부리지 마.
(간수, 나간다. 문 닫히고.. 왕고와 사내들이 일어서서 소태를 에워싼다. 강모, 눈길 한번 안주고 책만 보는데...)
왕고 : 그놈 참, 밥맛 떨어지게 생겼네. 너, 잡범이지? 그치? 간통이야, 절도야?
소태 : ... (겁에 질린 채, 강모쪽을 살피고)
왕고 : 이 자식이 귓구멍이 막혀나.. (때리려는데)
소태 : 가, 강모야...
강모 : ... (본다, 표정 굳어지고)
소태 : 나, 나야 소태... 야, 이런 기막힌 우연이 다 있냐?
왕고 : 형님? 아는 놈이에요?
강모 : .. (노려보다가) 모르는 놈이다.
소태 : ..! 가, 강모야?
강모 : 내가 사기 치는 놈을 제일 싫어하는 거 알지?
소태 : 너, 왜 그래? 나라니깐, 소태?
왕고 : 이 자식이, 어디서 강모 형님 이름은 알아 가지구... 여기까지 와서 사길 쳐?
소태 : 그게 아니라요.. 강모, 쟤하고..
(왕고, 냅다 후려친다. 소태, 쓰러지는데 사내들이 모포를 확 뒤집어씌우며 마구 짓밟는데...)
소태 : 어이구, 나죽네.. 강모야.. 나, 좀 살려 줘, 강모야...
(소태, 죽겠다고 난리다. 강모, 싸늘하게 책에 시선 둔 채...)
씬59. 동, 식당 안 (낮)
(재소자들이 밥을 먹고 있다. 강모가 밥을 먹고 있고, 맞은편쯤에 야수파 두목이 조직원들과 함께 식사중이다.
강모, 두목과 시선 마주치자 건성으로 고개 까딱이며 인사하고..
이때, 소태가 식판을 들고 강모 앞에 앉는다)
소태 : (눈치 보며, 씩 미소 보이고) 강모야...
강모 : .. (힐끔 보더니 밥 먹는다)
소태 : 너, 혹시.. 나한테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냐?
강모 : ... (먹기만)
소태 : 나 있잖아... 니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근데, 그런 거 절대 아니다? 내가 돈이 급해서 잠깐 외항선을 탔었거든.
나갔다 와보니까 너, 그런 일 있었다고..
왕고 : (E) 식사 많이 하십시오, 형님.
(왕고와 사내들이 다가와 소태 옆에 앉는다. 소태, 얼른 입 닫고..
강모, 숟가락 놓더니 손가락으로 왕고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
왕고, 영문을 모르고 얼굴 가까이 하면 강모가 뺨을 후려친다. 왕고, 놀라는데 다시 후려치는 강모..
왕고, 벌떡 일어서서 뒷짐 지면 다른 사내들도 일제히 기립하고.. 소태, 겁에 질려서..)
강모 : 신입 교육 어떻게 시켰길래 아직도 사기 치고 돌아다녀?
왕고 : 죄송합니다, 형님. (소태를 노려본다)
소태 : ..! (찔끔하며)
씬60. 운동장 일각 (낮)
(구석진 곳... 소태가 왕고와 사내들에게 얻어터지고 있다. 얼굴이 엉망인 소태... 바닥에 쓰러지고...)
왕고 : 너, 한번만 더 형님한테 말 나와 봐? 그땐 아주 묻어버릴 테니까.
(왕고와 사내들, 쓰러진 소태를 남겨두고 간다. 소태, 겨우 일어나며...)
소태 : (터진 입술을 닦아내며) 그래.. 이강모.. 한번 해보자 그거지?
(소태,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쪽 벽으로 간다. 벽을 타고 설치된 배수통 밑으로 손을 집어넣는 소태...
깊숙이 팔을 집어넣더니 힘들게 뭔가를 꺼낸다. 비닐에 둘둘 말려 있는 것을 풀면 그 안에서 나오는 작은 주머니 칼...
소태, 칼날을 살피며 눈빛 서늘하게...)
씬61. 감방 안 (밤)
(불이 꺼져 있고... 강모와 왕고, 사내들...
박소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강모, 돌아누운 채 잠이 든 듯...
소태, 조심스럽게 무릎으로 다가온다. 품고 있던 주머니칼을 꺼내들더니 강모를 노려보는데.. 잔뜩 긴장해 있고...)
소태 : (E, 마음의 소리) 잘 가라.. 저승가면.. 그땐, 니가 나한테 똑같이 복수 해...
난.. 이승에서 잘 먹고 잘사는 걸로 만족할 테니까...
(소태, 강모의 목을 노리는데.. 살기어린 눈빛.. 막 찌르려는 순간)
강모 : (돌아누운 채, 낮은 음성) 너, 나 죽이고 싶지?
(소태, 화들짝 놀라서 얼른 칼을 엉덩이쪽 뒤춤에 집어넣는다)
강모 : (여전히 돌아누워서) 죽이고 싶을 거다... 너란 놈.. 내가 잘 알거든.
소태 : .. (보면)
강모 : 원래 너, 겁 많잖아. 겁먹으면.. 그거 들킬까봐 비겁하게 먼저 공격하는 게 네놈 방식이잖아.
소태 : 무, 무슨... 그런 소릴...
강모 : 나도 여기만 아니면.. 너 가만두지 않았어.
소태 : 가, 강모야.. 그게...
강모 : 입 다물어. 구차하게 변명 같은 거 늘어놓으면.. 그땐, 정말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소태 : .. (기세에 눌려서)
(이때, 왕고가 잠에서 깨며 소태 쪽을 본다)
왕고 : 야? 너 또 형님한테 뭐하는 거야?
소태 : 예? 아무 짓 안했는데요?
(사내들이 배시시 일어나서 소태를 에워싼다. 소태, 뒷걸음질 치며..)
소태 : 아무짓도 안했다니까요. 강모.. 아니, 형님? 말씀 좀 해주세요.
왕고 : 근데, 이자식이 그냥, 확..! (때릴듯이)
(소태, 피하려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진다. 표정이 굳어지는 소태.. 엉덩짝에 숨겨둔 칼..! 비명도 못 지르고 사색이 되는데..)
왕고 : 이 놈 왜이래?
사내 1 : 형님..! (가리키며) 피..!!
(소태 엉덩짝 밑으로 피가 배어있다)
왕고 : 너, 치질 있냐?
(소태, 당장 숨넘어갈 듯이 아무 말도 못하고... 왕고, 소태 엉덩짝에 손을 넣더니 칼을 꺼내 든다)
왕고 : 형님..!
강모 : .. (칼을 받아든다. 죽일듯이 소태를 노려보는데) 누구야? 누가 널 보낸 거야?
소태 : 가, 강모야.. 오, 오해야...
강모 : 정식이냐? 민우야? 누가 날 죽이라고 보낸 거야..!! (그 표정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