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둥이 새 - 너새[보(鴇)] 청(淸)나라 때 여전(厲荃)이 지은 《사물이명록(事物異名錄)》에 너새[보(鴇)]가 소개되어 있다. 그에 의하면 너새는 성향이 가장 음란하여 다른 새를 만나면 문득 더불어 교미를 한다고 한다. 그 너새의 다른 이름을 칠십조(七十鳥)라고 하는데, 그 이유인즉 너새가 수많은 새들과 서로 교접한 데서 말미암은 때문이라 한다.
사람들도 원시시대에는 난혼 관계에 있어 실상 어머니는 알아도 아버지를 모르는 때가 있었다. 아마 그래서 모계 사회가 형성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가 차츰 복잡다단해지면서 힘에 있어 우위를 누리는 남성중심의 사회로 변모하였다. 사유재산 제도가 발생하고 계급이 분화되면서 부와 권력을 장악한 남성들은 일부다처의 특권을 누렸지만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결혼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전쟁으로 인해 남성의 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다처제가 생겼다는 말도 나름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런가하면 지구촌 어디에선가 분명 일처다부제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일처제가 가장 많이 정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것은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각자가 처한 사회적 현상이나 역사적 환경에서 규정된 그들 나름대로의 풍속일 따름이다. 문제는 일정한 틀이 정해진 가운데 이를 깨려는 사람들과 그에 의해 갈등 관계를 빚는 이들 간의 처절한 암투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서의 일탈의 경우 크게 보면 인간도 동물적 속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하나, 바로 인간이기에 여타 짐승과 달라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