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수십만 명,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로 전국 강타
커피 생산 농민 시위에 화물, 의료와 교육 노동자 공동투쟁
잇따른 자유무역협정 체결 후 농산물 가격과 함께 몰락해온 콜롬비아 커피 생산 농민들의 항의 시위가 신자유주의 정책 폐지를 요구하는 전 부문 시위로 확산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4일 일본 <아카하타> 현지 통신원 보도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농민들은 지난 19일부터 일주일 간 최소 12개 주 30개 도시에서 19개의 간선 도로를 봉쇄하고 전국적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각 부문의 연대 파업과 시위로 확산돼 전국 수십만 명의 저항으로 이어졌으며, 시위대의 도로 봉쇄로 수도 보고타로의 물자 수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가장 격렬한 시위가 전개되고 있는 콜롬비아 중부 보야카주의 16개 주요 도로는 완전히 봉쇄돼 20일부터 고립됐으며, 학교와 상점 대부분도 문을 닫았다.
콜롬비아 정부는 전국에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무장한 2만 명의 경찰을 투입해 시위를 진압했다. 이에 따라 파업 시작 후 3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으며 175명이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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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colectivoagrarioabyayala.blogspot.de/] |
커피 생산 농민 시위에에서 화물, 의료, 교육 노동자 연대투쟁으로
이번 시위가 커피 생산 농민들의 투쟁으로부터 시작한 이유는, 콜롬비아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피해를 줄인다며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커피 값만 폭락했을 뿐 농민들은 보조금를 받지 못하면서다. 커피 생산 농민들은 커피 생산비가 수익을 초과하는 지경에 이르자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어 쌀이나 감자 등을 생산하는 비슷한 문제의 다른 농민들도 커피 생산 농민의 시위에 합류했다. 이들은 주요 작물 생산 안정을 위한 가격 보장, 비료 등 자재비 인하, 농가에 대한 소규모 대출 증액 등의 요구가 받아들일 때까지 무기한 시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농지 분배에 관한 국가적인 대화도 요구하고 있다.
화물노동자들도 농민 시위 시작부터 연대에 나서 물류를 멈추고 공동으로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지난 2월 인상된 연료비 인하를 요구하며 일주일 째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20일부터는 노동자, 학생, 시민들도 약 30곳에서 농민에 연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시장주의적 의료와 교육제도 개혁에 반대하고 나섰다. 또 시위에 함께하고 있는 광산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과 비공식 채광 제한 조치를 완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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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telesurtv.net/] |
콜롬비아 농민들, 농지개혁과 자유무역협정 탈퇴 요구
시위를 조직한 농민단체 중 하나인 에베르토 디아스 ‘농업전국회의’ 대표는 “자유무역협정은 콜롬비아 농가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며 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요구했다. 디아스 대표는 보고타 집회에서 “우리는 대규모 농업생산자, 다국적 기업에 이 나라를 맡길 생각이 없다”며 “근본적인 토지 개혁이 필요하고 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아스 대표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농산품 수입은 최근 20년 간 10배 증가했다. 심지어 콜롬비아에서 가장 중요한 농산품인 커피도 수입된다.
콜롬비아는 최근, 미국, 캐나다 등과 연이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8월 초에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발효시켰다. 농산물 수입 자유화 영향으로 쌀, 우유, 감자 등의 생산 농가가 타격을 받았다.
이번 시위는 콜롬비아 정부와 수 십 년 만의 평화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반군 단체 무장혁명군(FARC)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농민들도 이들을 지지한다. 이 때문에 협상에서 무장혁명군의 입지가 우세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내년 대선을 앞둔 산토스 정부는 이번 시위 물결에 긴장해 처음부터 대대적인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23일 산토스 대통령은 “시위대와는 협상할 의사가 없다”며 “시위 중 연행된 이들 사이에는 20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테러 범죄에 기소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