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게 결론이자 우리의 영원한 화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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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고단한 여정을 마치고 홀로 평택에서 영등포행 열차를 탔다
내려 갈때와 마찬가지로 올라올때도 역시 입석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마주 서서 가는 열차안에서의 시선두기는 내겐 늘 서있는 자체보다도 더 힘든 곤혹스런 과제꺼리다. 븅신새끼마냥
피곤한 육신이 나도 모르게 자리를 탐할적마다 (몇몇 분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난 내가 늙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짧지만 긴 여행이었다. 8.13~8.15 동안 내가 잔 잠은 고작 4시간 내외이다. 그래서 집에 와서 하룻밤은 늘어지게 자보려했다. 물론 꿈인줄 알면서도 이것은 평소 내가 자주 다짐하는 버릇이기도 하다
8.16은 사우나와 곁들여 하루종일 뒹굴었다. 안성가서 뽕이라도 달여먹고 온 놈 마양 난 만사가 귀찮고 늘어지기만 했다(아내의 눈엔 분명 그랬을 것이다)
8.17은 오전에 둘째놈 구황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하루가 엉망진창이었다
놀이터에서 자전거 타고 놀다가 코란도와 부딪혔는데 그 부딪히는 큰 소리를 아내가 어떻게 듣고 베란다를 내다보더니 “여보,우리 구황이야!” 소리지르는 바람에 벌떡일어나 내다보니 애는 널부러져 죽자고 우는데 아내는 맨발로 달려 내려가고 난 허둥거리며 온 몸이 휘청거리고………그야말로 조상이 돌봐서 아이가 살았다. 아이는 얼굴과 다리에 가벼운 외상이 있지만 크지 않고 멀쩡하다. 병원을 두번씩이나 전전하며 엑스레이와 CT촬영을 했는데 이상이 없었다. 운전사는 자기가 엑세레다를 쫌만 더 밟았으면 아이가 아마 갔을꺼라고 또한 어른이었으면 죽었을꺼라는 나름대로의 기상천외한 논리로 나를 위로하고 자위했다
난 요즘 새삼스레 세상이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대문밖이 저승인줄은 알지만 큰 자극이 없는 한 알고도 우린 자주 잊고 살잖아! 나보다도 새끼들이 헤쳐나갈 세파 때문에 잠이 잘 안온다. 아내는 요새 운전을 일시 중단했다. 그 날 사고생각이 나서 운전하기가 겁난다고 한다.
더구나 이번 주 8.18 부터 을지훈련이 시작되고 어제는 또 숙직까지 완존히 외박의 퍼레이드다. 오즐은? 당연히 한 잔 때려줘야지. 집사람말로다가 주요일이니까!
8월 14일
여의도에서 영등포 가는 길은 연휴를 맞은 인파 때문에 평소의 세배가 더뎠다
19시 43분 개찰구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는 두 분을 만났다 서넛으로 예상했다가 혹시 몰라 예매를 포기한 내 직감이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열차멤버는 그래서 나까지 모두 셋. 광도 팔 수 없는 숫자였다
8시14분 서울발 장항선 무궁화호 열차 영등포역~평택 물론 입석이었다. 내 예감이 적중한 데 대한 보상이니 누구한테 항의할 수도 없었다
차가 오려면 좀 기다려야 했다. 우린 영등포역 뒷쪽으로 내려가보았다
포장마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구 한 노친이 구미가 당기는지 가자했다. 둘이 반대했다 저녁은 안성가서 먹자고 합의했다. 한 노친이 가방을 풀었다. 언제 준비했는지 캔맥주와 음료수가 겔포스와 사이좋게 누워 있었다. 노친은 감탄하는 내게 바르는 모기약까지 있다고 자랑했다. 싸이즈만 깜찍하게 바뀌었지 화장지 챙기는 것 또한 여전했다. 그 분은 그 이후로도 내내 아직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도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난 그래서 모든 것은 변한다는 잭웰치의 말을 수정하기로 했다
베낭을 확인하고나니 마치 구월산유격대라도 된 듯했다. 이 노친네 안성에 뼈를 묻으러 온 건 아닌지 또 한 번 물음표가 뇌하수체를 흔들었다 놓았다
노친이 캔 두개를 꺼냈다. 난 당일(8/14) 새벽까지 술마신 상태로써 그제서야 막 술이 깨는데 노친의 성의를 잘라낼 재간이 없어 독이 있나없나 한모금만 마시고 나머진 다 그 노친이 마셨다. 노친은 평소답지않게 인근 포장마차에서 안주로 오징어 튀김을 사왔다. 짭쪼름했지만 맛은 있었다. 아니면 전작으로 인하여 오늘 점심을 오십프로나 할인해 쳐먹은 내 배가 고팠는지도 모른다
십년만에 열차를 타고 내려온 평택, 잘나가는 도시 안창현의 평택
평택역을 빠져 나오자 안면은 있는데 잘 모르겠는 분이 저만치 서 계셨다
우리의 영원한 호적계장이자 엽기맨 안회장님, 일명 안바람이라고도 한다
안바람이 연애를 하고 있다고 밝힌건 맞는 것 갔다. 여자는 연애중에 이뻐진다지만 남자는 연애중에 몸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프로인 난 그 첫만남에서 한 눈에 알아봤지만...그러고보면 나도 입꽤나 무거운 편!
안바람의 몸이 몰라보게 좋아졌구 평택역을 주름잡을 만한 기이한 배단꼬바지를 입고 나온 사실로 난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오늘 드디어 형님이 한 건 해주나 보다)
평택에서 안성으로 진입하는 경계에는 난생 첨 보는 아파트들이 사열을 하고 섰는데 그 뒤로다 여의도 향복집아지매 궁둥짝만한 달이 거친 숨을 헐떡이며 언덕배기를 올라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볼륨있는 달. 노친의 눈들도 나와 다를 바 없었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맞춤 포도”
안성을 상징하는 입간판이 한 눈에 들어온 곳은 공도면 아니 공도시였다
'쉬비 학교다닐때 은행을 털어서라도 이쪽 땅을 모조리 샀더라면 …' 난 예의 그 직업은 못속이는 상상을 하며 지나갔던 것 같다
퍼시스안성공장이 새로 들어선 만정리를 지나고
고찬우옹이 잠깐 살림을 차렸던 문터호텔을 거쳐
마법의성이라는 대림동산의 리베라호텔 그 빨간 타액 같은 불빛을 지나
신령리 들어가는 사거리를 기준으로 도로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고
땡칠이보양탕이 노랗게 명찰을 들이 밀었다.
맘속으로 내일오마 약조해두고 신령리 맞은편 그 긴 길로 접어든다
즈윽 내리,중리,당촌,밖들,들어가던 옛날 그 터덜 황톳길을 달린다
좃비상이 달빛 즈려밟고 걸어갈때 벌떡벌떡 일어났다던 그 무선 길 말여!
특히 14년만에 안성을 다시 찾은 노친은 술기운에 상전벽해주까지 마셔버려 완전히 방향감각을 잃고 건지린지 건질인지 하물며 동인인지 똥인인지조차 가물가물한 눈치다
동인을 찾다 찾다 끝내 못찾고 일단 내리초입까지 들이밀고 올라왔다
(류기택표 표현상)청단짝 같은 고속도로를 통해 오고있는 아해들을 기다리기엔 노친의 인내심에 한계가 따르리라. 노친이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한 것은 허기가 아니라 알콜기였으니 한 번 붓기 시작한 기름 중간에 멈추면 내용물이 타죽는 법을 파전궈먹으며 난 터득한 바 있으니 이해는 종결된 셈이다
아해들이 오기전에 뼈다구탕이 나와버렸다. 청하 류모 선생을 차마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반주나 할 겸 소주 한병을 시켰다.(요즘은 소주도 새끼를 치는가, 일어설 때는 이 놈이 열병가까이 되는 것 아닌가베? 어뗘 신기하지?)
당촌 뉘집의 개처럼 뼈를 핥고있는데 드디어 탱주랑 떼까마치랑 쑤일이가 왔다
세마리의 짐승이 내 조리개에 포착되는 순간 난‘고속도로를 타려면 배가 나오든지,반바지를 입든지,아니면 살을 까맣게 태워야 하나부다’라고 생각했다
(같이간 젊은 것들아 이후로는 차마 내 이빨로 못풀겠다. 흐미…어제도 거의 날 밤 깐데다가....팔 힘도 부치고… 옛날에 “진군나팔”은 집단창작도 하던데…
이번에 못오신 넘들을 위하여 힘좋은 너그들이 바통좀 이어줘라(비교적 상세히)…아구구 사무실 눈치도 보이고…여태 내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까지 다 하고 있었구먼…시작이나 하지 말것을.. 다언즉사라는데!)
다언즉사라...미양 뜰 아침 안개와 저녁 노을이 일품이던 동인형 당촌 자취방 벽에 적혀 있던 동인형 좌우명인데...그 때는 좌우명 때문에 형의 말이 적어졌는지, 아니면 그 상태도 말이 많아 고민이라는 건지 상황분석이 아주 어려웠었지요. 더 적어주지 않아도 불본듯 뻔한...그러나 행복한 모임. 잘 읽었습니다.
첫댓글 역시 대단한 달필이여.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고 널 보냈구나. 이후로 종종 쓰리라.
다언즉사라...미양 뜰 아침 안개와 저녁 노을이 일품이던 동인형 당촌 자취방 벽에 적혀 있던 동인형 좌우명인데...그 때는 좌우명 때문에 형의 말이 적어졌는지, 아니면 그 상태도 말이 많아 고민이라는 건지 상황분석이 아주 어려웠었지요. 더 적어주지 않아도 불본듯 뻔한...그러나 행복한 모임.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