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깨우는 안전 안내 문자에 폭염 경보가 떴습니다. 길었던 장마의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엄청난 양의 비가 작년에는 서울 한강 이남권에 쏟아졌고, 올해는 충청도와 전북에 집중됐습니다. 긴 장마는 전국 곳곳에 많은 피해를 남겼습니다. 작년에 흙탕물을 헤치며 귀가했던 생각이 나서 매일 뉴스를 확인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많은 비가 내린 곳 중 군산이 있었습니다. 7월 13일부터 사흘간 군산에 쏟아진 비는 평균 500mm에 육박했으며 군산에서 60년 만에 발생한 역대급 폭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군산에서는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군산시는 올해 기상이변에 따른 많은 폭우가 예상되어 예년 대비 하수도 정비 예산을 2배로 올렸다고 합니다. 또한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는 폭우 당시 전면 통제하고, 전 직원 비상근무를 발령해 위험 지역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면적으로 폭우를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은 9년 전 군산시가 시간당 130mm씩 쏟아지는 폭우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폭우에 대비한 펌프장과 우수 저류조 유수지 등을 대폭 구축했었던 것이 이번 비에 잘 작동했다고 합니다.
예전에 큰 피해가 있었지만 이를 반면 교사 삼아 다음번에 훌륭하게 방어해낸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꽤 발생해서 이번 군산시의 대처가 더욱 빛나 보였습니다. 만약 다른 지역에서도 이처럼 대비를 철저히 했더라면 다시 장마를 잘 이겨내고 피해 복구에 집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이상기후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이제는 으레 있던 장마 기간도 수해를 걱정해야 할 재난으로 발전했습니다. 또 폭우가 내리지 않으면 폭염이 이어질 만큼 한국의 여름 기후가 만만치 않아지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 보호 차원에서의 범위를 벗어나 더 넓은 범위의 해결책을 인류가 내놓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안타깝게도 방법적으로 기존의 이익 추구 활동을 환경 보호라는 이름으로 전면 중단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행 중인 정책들 중에서도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아직 논란이 있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맑은 하늘을 전보다 더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인류의 모든 경제활동을 전면 중단하는 것만이 다시 맑고 깨끗한 지구를 찾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군산시의 경우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과거에 있었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대비를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인류의 이익과는 상반된다는 인식에서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좁은 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연이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잃고 나서야 오랫동안 기후를 일정하게 유지해왔던 자연의 섬세한 비밀들을 알아채곤 합니다. 이제는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물론, 날씨 예보를 늘 확인하고 잘 대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겠지요. 주간 날씨를 다시 확인해 보니 주말에 또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네요. 모두들 안전에 유의하시며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해가 갈수록 이상기후가 점점 심해지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