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스모도 세이초(松本淸張)란 일본 추리작가를 대한 것은 중학교 다닐때였다 마포에 있는 그 중학교를 가자면 공덕동 굴다리(지금 없어짐)을 지나야하는데 굴다리를 지나는 몫에 헌책방이 잇었다. 여기에서 나는 김래성의 마인(魔人)과 마스모도 세이초 , 알센루팡 코난도일과 같은 소설을 읽을 수가 있었다.마스모도 세이초는 그 생각이 동양적이고 형사구조가 한국과 같아서 읽기에 아주 편했다.모래 그릇은 일본에서 서너번 영화화 되기도 한 작품이다.
<모래 그릇> 는 작품의 제목만 얼핏보게 되면 왠지 허무한 인생살이 내지는 가장 기초적인 인간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사상누각 같은 공허감이라는 느낌마저 자아내면서 왠지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 을 언뜻 떠올리게 합니다. 이번 작품은 사회파 미스테리의 시원을 연 작품으로 평가되면서 기존의 본격 추리작품과는 사뭇 다른 정말 다른 느낌의 작품임을 직감할 수 있는데요. 작품의 배경은 1960년대 일본의 도약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통한 고속 성장기에 접어든 일본사회와 그로인한 신구세대의 갈등... 이런 거대 담론이 작품 기저에 깔려있고 여기에 인간 본성의 탐구하는 테제가 양념을 가해 한판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연륜을 감안하여 대해야할 작품으로 현대 사회파 미스테리의 작품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다소 실망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속도감이나 서스펜스 그리고 다양하게 설정된 트릭이나 결말의 대반전 같은 극적인 요서 내지는 엔터테이먼트같은 효과는 눈이 씻고 찾아봐도 없기 때문인데요. 그야말로 전원적인 풍의 잔잔한 내러티브의 속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마치 여행 에세이를 대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올만큼 고요하고 심적인 부담감 없이 내러티브가 일관되게 전게되는 점입니다. 처음 작품을 대하면서는 이해가는 부분이지만 결말부분으로 칫닫게 되면 달라지겠지라는 생각마저 여지 없이 무시하고 시종일관 소프트하게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죠. 기존의 추리스릴러(현대의 추리스릴러라고 해야 더 맞겠죠)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드라이한 맛과 상당히 다른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요.
아주 인간적이면서 목가적인 분위기와 맛을 느끼게 하여 정작 추리스릴러장르일까라는 의아심마저 갖게 하는데요. 사실 사건과 관련된 내용들만 제거하면 한편의 목가적인 휴먼드라마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듯이 작품 전반에서 풍기는 뉘양스는 정말 부드럽게 다가온다는 거죠. 여기에 이마니시라는 사건 해결사의 특징 또한 유니크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기존의 사건해결사와 완전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냉철한 판단력과 스마트한 추리력 그리고 작품 전반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여기에 외모적으로도 봐도 독특한 주인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여기에 등장하는 이마니시는 이러한 사건해결사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흔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동네 순경아저씨같은 느낌, 오지랖이 넓으면서도 그다지 스마트하지 않고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식사는 해야하는 인물, 출장갈때 출장비를 걱정해야 하고 하이쿠를 읊조리기도 하고 아내와 아들에 대한 평범한 걱정과 배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평범한 회사원을 보는듯한 캐릭터 설정을 보게 됩니다. 이게 바로 이번 작품에서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한데요.
이런 평범한 회사원의 이미지를 가진 이마니시가 사건을 풀어가면서 작품 전반이 마치 그와 딱 맞아 떨어지는 속도감(물론 시대적 배경이 그렇다보니 급행열차를 타고 전차를 타고 편지로 정보를 공유하는등 속도감 자체가 떨어질수 밖에 없겠지만요 오히려 이러한 부분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더 애달게 하고 있다는 것죠. 대충 갈무리해도 무방할텐데 굳이 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나열하여 독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지 말입니다) 과 더불어 스토리와 등장인물의 완벽한 조화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에 하나 여기서 이마니시가 아닌 다른 인물(좀더 스마트하고 빠릿한 인물이라면)을 주인공을 등장시켰다면 이번 작품은 그 빛이 반감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갖게 하죠. 그만큼 마쓰모토 세이초는 작품이라는 커다란 그림에 딱 알맞는 속도와 그 속도를 줄곧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을 적절하게 배치했다는 거죠.
첫댓글 작가님 참으로 일찍 이런 소설을 읽으섰네요 그러니 소설을 그렇게 많이쓰섰군요 올려주신글 감상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