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감독이 칩거하던 오두막집, 영상미의 대가답게 역시 멋있다.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 소운/박목철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제작한 나라야마 부시코란 영화를 보며 우리나라의 김기덕 감독을 떠올렸다.
지금은 다시 재기 한 거로 알지만, 한동안 세상을 등지고 폐인같이 지내던 시절의 자화상이 아리랑이다.
세상을 등지고 어려운 삶을 살던 암울한 시기에, 달랑 카메라 한 대를 놓고 혼자 찍은 영화이니 스토리도 없고
재미가 있을 리 없지만, 진솔한 김기덕의 모습이 담겨있는 진정한 김기덕의 영화가 아리랑이라 하겠다.
* 상패를 안고 미소 짓는 김기덕 감독의 모습,

아리랑은 다큐라고 분류되어 있으나, 본인은 드라마라고 굳이 정의한다.
소운이 우리나라 감독 중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김기덕 감독이다. 섬, 활, 파란 대문 집, 사마리아, 나쁜 남자.
해안선, 수취인 불명, 등 그분 작품은 빠지지 않고 거의 다 보았다고 생각된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처음 대한 건 -악어- 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상황을 억지로 설명하지 않는 기법이
맘에 들어 그분을 좋아하게 된 것 같고, 특히 그분 영화에서 포착한 영상미는 언제나 압권이었다.
종종 등장하는 섬뜩함이 싫다는 분도 계시지만, 영화상 시상식장에도 낡은 구두를 꺽어 신고 입장하는 평범한
분이 아닌것은 분명하다.
몇 년 동안 숨다시피 세상을 등지고, 거의 폐인(廢人)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는 소리를 얼핏 듣긴 했지만,
잊고 있던 김 감독의 작품 아리랑을 찾아서 보게 되었다. 다시 재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몹시
지쳐있는 모습을 아리랑에서 보였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다행히도 그 후 화려하게 재기하여 몇 편의 영화를 더 찍었고, 상도 받은 걸로 알고 있어 지금은 한결
마음이 가볍다. 시대가 낳은 천재 영화인이 그대로 스러지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아리랑은 제목에서도 뭔가 한 같은 응어리가 묻어난다고 생각했다.
허름한 언덕 위의 폐가(廢家), 추위를 피하려고 실내에 텐트를 치고 그 속에 들어가 잠을 자는
비참한 모습이 아리랑의 무대이다. 화목 난로에 눈을 녹여 라면을 끓여 먹는 궁핍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영화를 찍고 싶다는 절규도 담겨있고, 자신과의 아픈 대화도 담겨있다.
소주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스스로 찍은 대단한 김기덕 감독이다.
* 김기덕 감독이 3년간 칩거하던 오두막이다. 화목 난로로 추위를 피하고 실내엔 텐트까지 쳐 놓았다.


세상을 등진 사유를 독백하는 모습은 처절했다.
비몽 이란 영화를 찍던 도중, 여배우가 목을 매는 장면에서 실제로 매달리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김 감독이 겨우 끌어내려 살려내긴 했지만 엄청 충격을 받았고. 자신의 영화 때문에 사람이 죽을 뻔
한 데 대한 자책이 영화에 짙게 배어있었다. 또 하나, 세상을 등진 더 큰 사유로 측근의 배신을 들었다.
믿고 의지하던 조감독이 김 감독을 배신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떠나 버린 데 대하여, 김 감독은 심한 허탈감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의욕과 욕망을 한 번에 잃었으니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만은 그의 독백에 짙게 배어있었다.
소주에 취해 욕설도 하고, 자신의 그림자와 말도 주고받고, 가식이 없는 대화가 아리랑을 끝까지 보게 한다.
수십 명이 동원 되어 만드는 돈 드는 영화에 대한 회의도 있고, 옹색한 1인 영화에 애정도 보였다.
아리랑을 보며 생각해 보았다. 진정한 예술은 학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기계 수리를 하며 산 삶, 늘 외로움은 동반자이고 친구도 없다 했다.
그런 분이 국제적 영화제에서 수차례 수상을 하며 주옥같은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니 대단하다.
* 담요을 뒤집어쓰고 독백도 하고 그림자와 대화도 하고, 눈을 녹여서 라면도 끓여 먹는다.



눈과 얼음으로 얼어붙은 산하,
웃옷을 벗고 무거운 맷돌을 매단 스님이 부처님을 가슴에 안고 힘겹게 산을 오른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 나오는 이 장면은 자신에 대한 돌아봄 이 아닌가 생각했다.
올라 본들, 보이는 것은 얼어붙은 동토가 전부 아니겠는가? 힘겹게 살아온 자신, 움켜쥔 몇 개의 트로피,
달리 생각하면 다 허상(虛像)이 아니겠는지,
아리랑의 끝은 총을 지니고 차례로 몇 명을 살해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마지막 한 알의 총알, 총성이 크게 울린다.
아마 김기덕 감독은 자신과 자신을 배신한 아픔을 그렇게 마음에서 하나씩 지웠을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 한 발의 총성은 미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獨白은 끝이 난다.
* 마음에 가득한 회한과 미망을 지우는 상징 총이다.

김기덕 감독이 울었다, 소운도 가슴이 찡했다.
한국이 낳은 천재적 감독이 흘린 눈물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아리랑을 부르며 절규하던 김기덕 감독, 그렇게 찍고 싶다는 영화를 마음껏 찍는 김기덕 감독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아마도 아리랑의 한풀이가 없었더라면, 몇 발의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면,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인의 가슴에는 아리랑의 한풀이가 있는 것이다.
* 김기덕 감독이 울었다.


*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상업성이 없어 늘 흥행에서는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높은 예술성을 해외에서 평가합니다. 아리랑도 재미로 보려 하면 어렵습니다.
혼자의 독백이 거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소운은 시린 마음으로 감명깊게 몇 번을 봤습니다.
나라야마부시코에 대한 감상기를 쓰다, 다 날아가 버리는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다시 쓰려니 맥이 빠집니다. 우리에겐 김기덕 감독이 있는데, 먼저 소개 하는 게 순서라 생각하고
묵은 자료들을 뒤적였습니다.
그러시군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잘보고갑니다~
섬인가? 기억납니다
김기덕 감독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는게 딱히 하는게 없어도 늘 바쁘네요.
잘보고갑니다
네,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단한 감독.
최근에 PD수첩에서 제기된 의혹을 보면 분노를 금하기 힘듭니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예술적 감각은 뛰어난 분인데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