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동 <지구촌어린이마을>…새 희망을 찾다
[초대석] 중국동포•외국인노동자 협동조합 만드는 김해성 목사

김해성 목사는 성남 태평동에서 노동 인권운동을 펼쳐온 가운데 90년대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을 운영하다 2000년도에 서울 가리봉동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그때 김해성 목사는 빈손으로 허름한 반지하 공간에서 시작할 때라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14년이 흘러간 지금, 김해성 목사는 많은 일을 이루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인전용병원, 쉼터, 상담, 통역 15개 언어로 방송되는 MNTV, 한국어, 컴퓨터교육, 어린이집, 지구촌학교, 중학교, 예비학교, 위탁형 학교 등 구로구에는 외국인과 중국동포를 위한 시설들이 그의 손에 의해 하나 둘 세워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일들이 정부지원 보다는 민간 후원으로 이루어져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올해부터는 협동조합으로 가리봉동에 지구촌어린이마을, 무료급식소, 공공화장실, 노동 취업 상담소를 설립해 운영하는데 관심을 갖고 김해성 목사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한국사회에서는 ‘협동조합’ 붐이 일고 있다. 중국동포, 외국인, 다문화 관련 단체들도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들이 심심찮게 오고간다.
그 가운데 김해성 목사는 중심에 서 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자마자 이주민다문화협동조합을 결성해 1호로 허가를 받았다는 것만 보더라도 김해성 목사는 협동조합에 대한 남다른 이해가 빨랐다.
중국동포 외국인들이 주축이 된 협동조합 결성운동에 대한 김해성 목사의 생각은 무엇일까?
“저는 34년전부터 철거민, 빈민촌, 그리고 공장에 다니면서 인권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한 우물을 팠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 중국동포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다문화가정과 자녀들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오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무료로 대규모로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한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김해성 목사의 고민은 무엇일까?
“여전히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는 불쌍한 사람으로 남아있고 김해성 목사는 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착한 사람으로만 남아있다는 거예요. 중국동포 외국인노동자가 도움 받는 존재에서 자립하고 주체적으로 일어서도록 해주자. 그래서 협동조합을 만들 때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기자는 김해성 목사와 인터뷰 전에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가리봉동 <지구촌어린이마을>을 먼저 둘러보았다. <지구촌어린이마을>은 지난 4월초 문을 열었지만 7월 1일 현재 50여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고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중국동포 자녀들이다.
어린이마을은 중국동포 부모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출자해서 건물을 구입하고 리모델링을 스스로 하고 보육교사도 중국동포들이 주로 한다. 비용은 한 달에 7만원씩 낸다. 50명이라 해도 한달 어린이마을 수입은 35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7명의 보육교사 월급도 되지 않는 비용이다. 모자라는 비용은 중국동포교회에서 지원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구성되어 조합원에 의해 운영된다. 수익창출을 해야 지속된다. 현재로서는 수익창출이 월 7만원씩 받는 교육비가 전부이지만, 김해성 목사는 어린이마을을 자립할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먼저 어린이마을을 만들게 된 배경부터 들어보았다.
가리봉동에 어린이마을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배경은?
먼저 ‘어린이집’과 ‘어린이마을’이라는 용어의 차이점부터 알아야 될 것같다. ‘어린이집’은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어린이보육기관에 붙이는 명칭이다. 김해성 목사는 2011년 3월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지구촌국제학교를 개소하면서 ‘어린이집’까지 개소하였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어린이 집이다.
현재 오류동의 어린이집에는 정원 39명으로 이미 정원이 찬 상태이다. 그런데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어린이집이지만 정부지원을 거의 못받고 있다고 한다. 정부 지원 대상은 내국인의 자녀 또는 다문화가정의 자녀인데, 정부가 규정한 다문화가정은 한국인과 결혼한 배우자와 그 자녀들을 일컫는다. 지구촌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들은 대부분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이거나 중국동포 자녀들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지구촌어린이집은 정부지원 없이 교육, 교재, 식사까지 모든 것이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불법체류 외국인의 자녀들은 태어나면서 불법체류자가 되고 또 무국적자가 됩니다. 이런 아이들이 약 2만명 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일반 어린이집에서 받기를 기피하죠. 그러다보니 아이를 방안에 가둬두고 문을 잠근 채 출근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한국사회와 정부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해성 목사의 일침이다. 어린이집이 필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지구촌어린이집은 규정상 39명을 초과할 수 없는 상태에서 128명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김해성 목사는 가리봉동에 <지구촌어린이마을>을 설립하였다.
“어린이집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린이마을이라고 명명을 하였고, 또 중국동포들이 스스로 만들어 운영해 나간다는 취지로 협동조합 체제로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 김해성 목사의 설명이다.
어린이마을은 정부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중국동포와 외국인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되는 곳이다. 일반 어린이집에 보내면 월 50만원 이상 비용이 들어가지만 7만원만 내면 아이를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저렴한 가격이다. 대신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는 조합원이 되어야 하고 한달에 한번씩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교육에 참가하여야 한다.
어린이마을 협동조합은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졌다. 방문취업제 시행후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 중국동포 부부가 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기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어린이마을협동조합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김해성 목사는 "중국동포들이 자립 발전해 나가기 위해선 협동조합을 만들어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한다.
협동조합의 성공사례가 있냐고 묻자, 김목사는 성남 주민교회에서 90년대 초 지역주민과 함께 만든 신용협동조합을 들었다. 김해성 목사가 성남에서 활동하면서 이루어낸 협동조합의 모법사례이다. 주민교회는 월세를 사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 이들에게 저리로 전세보증금을 대출해주고, 서서히 원금을 갚아나가도록 해주었다. 이런 방식은 월세 살이를 많이 하는 중국동포들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김 목사는 말한다.
협동조합의 성공은 조합원에 달렸다.
“지구촌어린이마을이 현재 한달에 7만원을 받지만, 조합원으로 참여한 중국동포들이 의식이 깨이고, 스스로 만들어가자는 의지가 커지면 7만원이 아닌 그 이상의 돈을 내면서 으뜸가는 어린이마을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이란 그 수익과 혜택이 특정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전체에게 골고루 돌아간다는 것이죠.”
이주민다문화협동조합장 직함을 갖게 된 김해성 목사는 어린이마을협동조합 모델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게 되면, 지구촌학교, 외국인전용병원 등 지금까지 일궈온 모든 시스템을 협동조합으로 만들어 자립구조를 만들어 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동포, 외국인노동자는 도움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립하는 존재이며, 한국사회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
협동조합이 시대의 흐름이 된 가운데,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은 김해성 목사의 시대적 사명이 되어 있었다. <지구촌어린이마을:안내전화: 02-863-5005>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296호 2013년 7월 11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