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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반대급부로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의 새 취미 풍속도를 살펴보면 핸드메이드 취미 생활을 하는 이가 늘고 있다고. 가죽 공예, 자수, 요리 등 뭔가 재미도 있고 배워서 써먹을 수 있는 그런 취미가 조용히 커지고 있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단순한 생활 속에서 아날로그의 온기감을 느낄 수 있는 취미. 덤으로 실생활에 유용하고 집 인테리어 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취미를 살펴보자. 핸드 위빙, 스트링 아트, 프랑스 자수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취미이면서 만든 제품을 플리마켓(벼룩시장)에 판매하거나 친구에게 선물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초보자도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핸드위빙(Hand weaving)
<이미지 출처 :the blue coat.org.uk>
핸드위빙은 가로세로로 실을 엮어서 직물을 짜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뜨개질이지만 핸드위빙은 취미 생활을 위한 보다 손쉬운 뜨개질을 의미하며, 해외에서도 많은 이들이 취미 생활로 하고 있다. 1m 크기가 넘는 대형 수직기로 직물을 짜는 것이 전통적인 위빙이라면, 핸드위빙은 말 그대로 손으로 쉽게 직물을 짤 수 있는 소형 사각 나무틀을 사용한 방식이다. 작품 크기 자체가 작다 보니 제작 시간과 난이도도 그만큼 낮아서 취미로서의 접근성이 꽤 좋다.
무엇보다 카메라, 오디오, 레포츠 등 다른 여러 취미와 비교했을 때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시간, 장소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취미 생활로 안성맞춤이다. 다양한 실과 여러 재료를 사용해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성인에게도 좋지만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 다양한 색상의 실을 사용하면 아이들의 색채감각 미술수업으로도 좋다. 특히 임산부들의 태교 취미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핸드위빙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은 차분히 뭔가에 집중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핸드위빙에 집중하며 스트레스와 잡념을 잠시나마 떨칠 수 있다. 또 완성된 작품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한다면 값비싼 제품보다 더 가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한 언론에 소개된 핸드위빙 작가 이진주 씨는 “직물을 잇는 방법이 단순한 핸드위빙은 일곱 살 어린아이도 쉽게 배울 수 있다”며 “기본 기술이 숙달되면 가로로 긴 나뭇가지나 꽃송이를 이용해 실과 함께 엮어 이색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감성이 폭발하는 핸드위빙으로 만드는 소품들
<이미지 출처 : 텐바이텐>
거창하게 스웨터, 방석, 장갑, 모자 같은 것을 만들기 어렵지만, 벽에 걸어 놓기 좋은 태피스트리(Tapestry), 화분 받침, 컵 받침 등을 만들 수 있다. 자기가 원하는 그림이나 문구를 털실로 짜 넣어 벽에 걸어둔다면 제법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태피스트리(Tapestry)
실내 벽면에 걸어 장식하는 직물
▶ 핸드위빙을 시작해볼까? 준비물
<이미지 출처: 텐바이텐>
핸드위빙의 준비물은 간단하다. 사각형의 직조기(나무틀)가 우선 필요하다. 나무틀의 크기에 따라 작품의 크기도 결정되므로 틀의 크기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고정된 세로 실에 가로로 실을 엮을 때 사용하는 돗바늘, 다양한 실, 가로줄을 아래로 촘촘하게 당겨주는 나무 빗 등이 필요하다.
실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두께, 색상, 소재에 따른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울사, 면사, 리넨사(린넨사), 혼방사, 특수사 등 대부분의 실을 사용할 수 있다. 똑같은 방법으로 핸드위빙을 하더라도 소재가 다른 실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핸드메이드의 장점이 뚜렷한 취미 생활이다. 사용자는 여러 종류의 실을 사용하며 자신에게 맞는 느낌과 소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초보자라면 지나치게 빳빳한 실보다는 탄력도 적당히 있고 부드러운 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울사 : 양모를 가공하여 만든 실
면사 : 목화를 가공하여 만든 실
리넨사 : 아마라는 식물의 줄기를 가공하여 만든 실
혼방사 : 다른 종의 섬유를 혼합하여 만든 실
특수사 : 금색, 은색 등의 특수한 색상의 실이나 레이스, 스판 등 특수한 소재로 만든 실 등
탄성이 좋은 실을 사용할 때는 힘 조절이 중요하다. 직조기에서 제작물을 빼면 크기가 생각보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을 세게 잡아당기면 네모난 모양이 잘 나오지 않으니 초보라면 힘 조절이 특히 중요하다.
못과 실을 이용한 예술작품 만들기, 스트링 아트(String Art)
스트링 아트는 단어 그대로 여러 개의 끈(String)을 직선으로 연결해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라인 디자인’, ‘직선 마술’이라고도 부르는 이 방식은 직선을 이어 곡선을 만드는 형태로 수학의 함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그 시작은 19세기 영국의 여성 수학자 메리 에베레스트 불에 의해 시작됐다.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던 메리는 곡선 모양의 그래프를 펜으로 그리기 쉽지 않자 본인이 잘 하는 바느질을 이용해 그래프로 곡선을 나타냈다. 컴퓨터가 없던 당시 바느질이 완벽한 곡선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도구가 된 것이다. 이후 바느질을 이용한 수학 학습은 PC가 발생하기 전까지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비록 교육 용도로서의 바느질은 사라졌지만, 이것이 예술로 새롭게 등장했다. 나무판자에 못을 박고 그 위에 털실을 연결해 장식품을 만드는 것을 스트링 아트라 부르게 됐는데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복잡하고 화려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스트링 아트의 전문가들은 실의 높낮이를 조절해 입체감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다만 다른 실 관련 취미 생활과 달리 도안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작가로서 활동하고자 한다면 직접 도안을 고안해야 하고, 단순히 취미로 한다면 공개된 다른 도안들을 보고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 한 분위기 하는 스트링 아트 소품들
<이미지 출처 : 72페이지, 미디공>
스트링 아트의 경우 인테리어 소품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와이어전구를 사용해 간단한 무드등도 만들 수 있고 다른 바느질 류 와 달리 입체감을 강조한 미술품으로도 만들 수 있다. 숙련될수록 한층 정교한 미술작품을 만들 수 있어 단순 취미 생활을 넘어선 아트 활동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바느질보다 쉬워 어린아이들의 학습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형형색색의 실을 연결하는 작업만으로 다양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어 집중력 향상, 소근육 발달, 창의력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판자, 못, 실만 있으면 스트링 아트 준비 끝!
<이미지 출처 : 미디공>
스트링 아트 준비물은 간단하다. 판자와 못, 실 종류만 있으면 가능하다. 다만 망치도 필요한 만큼 초반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안심 키트도 있으니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 취미로도 꽤 괜찮을 듯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나무판에 도안을 대고, 도안의 중요 위치에 못을 박은 후 종이를 제거하면 된다. 그 못 주변으로 규칙적으로 실을 연결하면 글자, 새, 세계지도, 집, 풍경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아기자기한 느낌이 살아 있는 자수, 프랑스 자수
프랑스 자수는 서양 자수, 유럽 자수를 말하는 것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달하였기에 프랑스 자수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프랑스 자수는 동양 자수보다 비교적 도안은 간단하지만, 10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스티치 기법이 있어 보다 입체적이고 섬세한 디자인의 자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자수는 쉽게 익힐 수 있어 독학이 가능하며 또한 재료의 준비가 간편하고 응용 범위가 넓어 실용적이다.
스티치(stitches)
바늘로 뜬 한 땀이나 한 코. 또는 그렇게 수놓는 방법.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 모든 일상 소품에 적용할 수 있는 프랑스 자수
▲ 프랑스 자수를 놓아 만든 컵 받침과 바늘꽂이
프랑스 자수는 티 코스터(컵 받침), 동전 지갑, 손거울, 파우치 같은 작은 것부터 커튼, 셔츠, 베개 등 원하는 곳에 자수를 새겨 넣어 자신만의 작품이자 일상용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예쁘면서도 실용적인 완성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주부들뿐만 아니라 학생들, 직장인들도 많이 배우고 있다.
▶ 프랑스 자수의 준비물
▲ 프랑스 자수에 필요한 준비물 자수실, 수틀, 가위, 천 등
프랑스 자수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역시 실. 실 종류에 따라 광택, 색감, 볼륨이 달라지므로 역시 실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일반실을 사용할 경우 잘 끊어지므로 자수 전용실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프랑스 자수 실로는 프랑스 제품인 DMC와 독일 제품인 앵커(Anchor)를 많이 사용한다. 일부 DMC/앵커의 색상 번호와 호환되는 제품들도 있지만, 기왕이면 이 두 회사의 정품 실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DMC가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인 데 반해 앵커는 한결 선명한 느낌이다. 물론 사용자가 두 회사 제품을 비교한 후 취향에 따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바늘도 선택해야 한다. 실의 가닥 수에 맞춰서 바늘 호수를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일반 바늘로는 어려우며 별도의 바늘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자수 바늘 브랜드로는 존 제임스, 올림푸스, 크로바 등이 있다. 종류가 다양하니 구매 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바늘의 호수가 클수록 바늘 끝이 가늘다.
실과 바늘이 준비됐다면 다음으로는 수틀을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 자수를 할 때는 천이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에서 수를 놓아야 더욱 쉽고 깔끔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수틀은 꼭 필요하다. 오늘날에는 수틀도 나무로 된 것과 플라스틱으로 된 것 등 종류가 다양하다. 또 크기가 다양하고 원형부터 타원형도 고를 수 있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나무 수틀이 플라스틱 수틀보다 비싼 편이다. 초보자는 좀 더 팽팽하게 천을 잡아주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다.
▲ 자수실은 보빈에 잘 감아 실의 색상 번호를 표기하여 보관하기
그리고 보빈(실패)도 있으면 유용하다. 색실이 엉키지 않게 보관해 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구매한 실을 보빈에 둘둘 감아서 사용하면 한결 편리하다. 이때 보빈에 실의 종류를 알 수 있는 숫자를 적어 놓으면 편리하다. 보빈도 종이로 된 것과 플라스틱으로 된 것이 있고, 짧은 것과 바(Bar) 형태로 된 긴 보빈도 있다. 딱히 작품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니 본인이 사용하기 편리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수를 새길 천도 중요하다. 미술로 치면 종이인 셈인데, 도화지와 한지의 느낌이 다르듯 자수에서도 천의 종류에 따른 결과물의 느낌이 달라진다. 주로 천의 조직감이 두드러지지 않는 리넨, 면, 광목 등을 사용한다. 너무 얇은 천보다는 조금 두툼한 천이 편리하다. 지나치게 신축성이 우수한 네오플랜, 니트 등은 자수용 천으로 적합하지 않다. 천의 두께 역시 구매할 때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수’로 표기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얇은 천이다. 10수, 20수, 30수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20~30수 정도를 선택하는 게 연습용으로 무난하다.
이 밖에 가위, 단단한 자, 수성펜 등 자수를 돕는 재료들도 필요한 만큼 갖추는 게 좋다.
네오플랜(네오프랜): 합성 고무의 일종
현대인들에게 힐링이 되어주는 취미
지금까지 이런 취미들은 여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단순히 자수와 뜨개질을 넘어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남자들의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핸드위빙은 특히 태교에 좋다는 얘기에 바느질이 서툰 예비 엄마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스트링 아트는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두루 즐기기 좋아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며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거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프랑스 자수는 집안 인테리어를 높이는 효과가 높다. 무엇보다 비용이 저렴한 데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바쁜 현대인들의 힐링요소가 되는 듯하다. 야외활동이 줄어드는 올겨울, 이런 취미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획, 편집 / 이은화 leeeun@danawa.com
글, 사진 / 이상훈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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