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7일(금), 맑음, 양평 들꽃수목원
매년 봄이면 내가 순례자처럼 도는 몇 개의 식물원이 있다.
양평의 들꽃수목원도 그중 하나다. 자연공부 하러온 유아원과 유치원생들이 노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고, 초등학생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를 듣는 것도 즐겁다.
시인 안도현의 식물을 보는 눈이 예리하다. 그의 트위터에 올라온 ‘식물도감’ 연작시이다.
1. 자주닭개비
2. 자주닭개비
3.
산수국 헛꽃 들여다보면
누군가 남기고 싶지 않은 발자국 남겨 놓은 것 같아서
발소리 가벼워질 때까지 가는 것 같아서
―― ‘식물도감’ 연작
4. 다이시아(디아스치아 바버라에, Diascia barberae Hook. f.)
5. 다이시아(디아스치아 바버라에, Diascia barberae Hook. f.)
6. 다이시아(디아스치아 바버라에, Diascia barberae Hook. f.)
함박꽃 열리기 세 시간 전쯤의
꽃봉오리 주워 와서
빈 참이슬병에 꽂아두었네
―― ‘식물도감’ 연작
7.
8.
연두가 초록으로 넘어가지 전에
연두의 눈에 푸르게 불이 들어오기 전에,
연두가 연두일 때,
연두가 피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모과꽃이 핀다.
―― ‘식물도감’ 연작
9. 장미
10. 장미
11. 장미
작년에 죽은 친구야
벚나무 아래 놀던 사진 속에서 빠져나가지 말아라
―― ‘식물도감’ 연작
12. 장미
13. 장미
14. 장미
산수유 가지에 새가 앉아 있다가
골똘히 무슨 생각 하더니 날아간다
꽃 이름을 몰라서 갸웃 거렸을까
새야,
다음에 올 때는 식물도감을 들고 오너라
―― ‘식물도감’ 연작
15. 촛대초령목(--招靈木, Michelia figo (Lour.) Spreng)
목련과 상록관목이다. 중국이 원산지다.
이명으로 함소화(含笑花), 함수화(含羞花), 백난화(白蘭花) 등이 있다.
꽃의 중심에 서 있는 암술을 모습을 촛대에 비유하여 촛대초령목이라 한다.
16. 만백유
17. 애니시다(Cytisus scoparius (L.) Link.)
콩과의 소관목이다. 양골담초(洋骨擔草)가 정명이다. 일본명인 エニシダ(애니시다, 金雀花)
가 유통명이 되었다.
호박씨의 한 알을 묻었다
나는 대지의 곳간을 열기 위해
가까스로 땅에 열쇠를 꽂았다
―― ‘식물도감’ 연작
18. 바위취
19. 털달개비
20. 작약
길가 도랑 풀숲에 처박힌 트럭 바퀴 하나
물봉선이 귀를 대고
엿듣고 있다
―― ‘식물도감’ 연작
21. 괭이밥
22. 괭이밥
23. 노랑백화등
왼쪽으로 감고 오르는지
오른쪽으로 감고 오르는지
다투다가 능소화는 폭염을 맞닥뜨렸다.
―― ‘식물도감’ 연작
24. 붓꽃
25. 붓꽃
26. 제라늄
튀기 위해
끈질기게 붙어 있다
강아지풀
―― ‘식물도감’ 연작
27. 클레마티스
28. 클레마티스
29. 클레마티스
잔디 깎다가
방아깨비 두어 마리 허리도 잘랐다
그러고도 나 저녁밥을 잘 먹었다
―― ‘식물도감’ 연작
30. 고들빼기
31. 고들빼기
32. 매발톱
33. 병꽃나무
34. 이팝나무
시누대 잎사귀는 빗방울 튕겨내는 솜씨가 다들 달라서
어스름이면 그리하여 잎사귀 아래로 다스리는 어둠의 농도도 제각각 달라서
―― ‘식물도감’ 연작
35. 애기해바라기
36. 콩꽃
37. 시계초
38. 시계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