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뒤축 외 1편
인묵 김형식
부시시 잠 털고
주인 기다리고 있는
신발장 한구석 검정구두 한 켤레
오늘도 무사귀환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온몸 희생 하며
견디어 낸 구두 뒤축
얼마를 닳고 닳아 이 모양이 되었을까
그 얼굴 뒤집고 보니 어둠 속 그믐달
조용히 겹쳐 드는
야위고 여윈 그 얼굴
늙으신 우리어머니 구름에 달 가듯
자식 위해서라면
오체투지(五體投地) 마다 않는
어머니 자식사랑
무엇으로 보답할까
출근길에
가슴 울리는
하얀 발자국 소리
망치와 목수
인묵 김형식
꼭 이 자리에 못을 박아야
문짝이 뒤틀리지 않고 고정이 되는데
고민하다가
헌 못통 뒤져 쓸만한 못을 찾아냈다
휘어진 몸매 두둘겨 바르게 펴 세우고
조심조심 못을 박는다
십자가에 못박는 기분
반쯤 잘 들어가더니
비틀 기운다 아이고
예수님 바르게 모셔야 하는데
망치 입술로
못대가리 물고 살짝 펴는데
툭 부러지고 만다
어허 이걸 어쩌나 왜 불경스럽게 예수님을 이곳에 모시려 하는가 지옥 가겠다
빼낼 수도 없고
이제는 부처님이 화두들고 선정에 들어간다
얼리고 설리고 툭툭 치니
쑥 쑤우욱 들어가 박힌다
어유 됐다
머리 없는 못부처님
십자가에 예수님을 모셨다
망치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애지사화집 {문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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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의 구두 뒤축 외 1편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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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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