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가슴에 파란 낙엽이 스쳐갈 때
울고 싶도록 그리운 당신
물결도 잠든 어느 날에 호숫가에서 맺은
사랑의 역사 허무해도 못 잊어 애태우는
낙엽 지는 내 마음
영원한 불세출의 가수 배호(1942~1971)의 ♪파란 낙엽’이다.
종로 창신동 당고개를 넘어 봉제공장 골목으로 접어드니 120년
전 창건 당시 모습을 간직한 ‘안양암’이 나온다.
그 안양암을 오른쪽으로 돌아 나오면 40년 전통 낙산냉면 식당
이 보이는데, 거기가 독립운동을 했다고 알려진 부모가 해방 후
창신동에 살았다는 ‘배호 집 터’다.
배호는 근처 창신 초등학교를 다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부산으로 내려가 이모의 모자원에서 생활하며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닌다.
배호가 다녔던 창신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후문.
음악을 하기 위해 학교를 중퇴한 배호는 혼자 서울로 올라와
외삼촌에게 드럼을 배우면서 부평 미군부대 클럽에서 2년간 악
단 생활을 했다.
어쩌다 배호의 옛날 영상을 보면 드럼 치면서 노래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연우에서다.
♪능금빛 순정
배호
사랑이 그립거든 손짓을 해요
말 못할 순정은 빨간 능금알
수줍어 수줍어 고개 숙이다
조용히 불러주는 능금빛 사랑
배호의 노래를 20곡 이상 알고 있는 가운데 ‘능금빛 순정’을 제일
좋아한다.
지금까지 노래방에 가서 최소한 100번 이상 불렀으니 말이다.
배호의 흐느끼는 듯한 호소력 짙은 음색은 당시 가요계를 평정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던가.
1966년 신장염에 걸려 가수 활동을 중단하고 청량리 단칸방에서
투병생활을 하던 그가 배상태 작곡가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불멸의 대 히트곡인 ♪돌아가는 삼각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삼각지역에는 그 유명한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가 걸려
있고, 1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삼각지역 벽에 걸려 있는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 한숨짓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 왔다 울고 가는 삼각지
삼각지역 14번 출구에 있는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비
옛날에 이 지역의 도로가 한강, 이태원, 서울역 등 세갈래로 나있
어 그 모양이 세모졌다고 하여 삼각지라고 불렀다.
‘돌아가는 삼각지’가 발표 된 다음해인 1967년, 우리나라에서 최
초로 입체 교차로가 생긴 지역이라서 이 노래가 더 알려졌다.
하긴 필자도,
1994년 지하철이 건설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 삼각지에
올라 여러 번 노래를 불렀던 추억도 간직하고 있으니까.
천재 가객 배호의 수려한 가창력 때문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30세에 요절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