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바다를 접할 수 있다.
어제는 친구 부부와 동해로 여행을 따라나섰다.
버스 네대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갔다. 날씨가 다행히도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자주 보는 바다지만 푸른 바다가 보이니 기분이 좋아졌다. 얼굴을 스치는 겨울 바다 바람과 멀리 보이는 윤슬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영덕을 지나 차는 삼척을 향해 달렸다. 옛 생각이 올라왔다. 군 생활 막바지에 한 달 정도 근무했던 임원을 지났다.
그해 눈이 억수로 퍼부어서 분초에는 보급이 되지 않았고 물이 없어 눈을 녹여서 밥을 겨우해서
농가에 얻어온 새까만 된장으로 밥을 먹었다. 어찌 그리 맛이 좋았던지.
약 20여 일을 눈을 녹혀서 밥을 지어먹고 눈이 적게 오는 틈을 타서 분대원 5명이 허리에 끈을 묶어서
대대본부로 가서 겨우 보급품을 조금 받아왔다. 대대장이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격려와
특식을 갖고왔다. 그날 잔치가 벌어졌다. 그 초소가 있었던 임원을 지나니 감개가 무량했다.
오는 길에는 임원항에 가서 회덮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왔다. 횟집들이 집단으로 특화되어 있었다. 너무 좋았다.
언제 한번 함께 가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조금 올라가니 장호항이 나왔다. 아늑하고 정말 그림 같았던 항구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원래의 모습이 거의 없어져버렸다. 애석했다.
1991년 제17회 세계뱀버리가 고성 설악산에서 열릴 때 우리 가족은 부부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참여했다. 나와 아내는 운영요원으로 아들은 참관과 심부름꾼으로 함께 갔다. 설악산 지하수가 정말 시원해서 하루의 시작과 마침을 지하수 샤워로 열고 닫았다.
가는 길에 초곡리에 마라톤 영웅 황영조 집에 방문했다. 황선수 어머니께서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셨다.
황선수 동생이 집에 있었다. 얼마나 닮았는지 착각했다. 황선수는 바닷가에 나가 있어 만나지 못했다.
황선수 어머니는 제주 해녀 출신이었으며 건강하고 미녀였다. 황선수는 애견가였다. 여러 마리 개들이 집에 있었다.
다음 해 황선수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제페 하여 손기정 선수 이후 56년 만에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하여 황선수는 아세안 게임과 올림픽을 제패한 영웅으로 남았다. 황선수가 올림픽을 제패한 뒤에는 숨어서 도운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그중에 권영호 인터불고 사장이 스페인에 선박왕으로 있으면서 한 달 전에 황선수와 감독 코치를 자기가 경영하는 호텔에 침식을 무료로 제공해 주면서 충분한 연습을 하도록 도와준 일이 미담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지금은 대구 인터 불고 사장이 바뀌었다.
지금 초곡리에는 황영조선수 기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안타깝게 이번에는 방문하지 못했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군생활 마지막 해 68년 겨울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수 십 년 만에 내린 폭설이라고 했다.
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눈이 내려 소나무 가지들이 찢어졌다.
쩍쩍 가지 갈라지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봄이 되니 먼산에 소나무들이 하였케 보였다.
삼척 조금 덜 가서 맹방해수욕장 앞에 덕봉산이라는 자그마한 산이 있다. 둘레길을 잘 만들어 두어서 쉽게 걸을 수 있었다.
작은 산이라고 얕보면 안 되는데 겨울 바다 바람이 너무 좋아서 취했는지 신나게 걷다가 이번에는 왼쪽 무릎을 다쳤다.
걸음 걷기가 무척 불편했지만 참고 집에 까지 오는데 고생을 했다. 찜질에 약을 처방하고 북새통을 하고서 잠이 들었다.
무릎 보호대를 하고서 오늘 하루를 지냈다. 아무래도 내일은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될 것 같다. 당부 간 극히 조심해야 될 것 같다.
과유 불급이 라드니 맞는 말인 것 같다. 옛 추억을 반추한다고 조금 도가 지나친 것 같다.
내일부터 자중하면서 춘삼월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가끔 추억 여행은 먼 옛날로, 젊은 날로 나를 데리고 가는 것 같다.
첫댓글 맛나는 추억여행을 하셨네요. 그래도 건강이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