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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다가오는 이감독을 얼핏 돌아 본 우아영은 오진숙에게 화살을 돌렸다.
“어쨌든 네가 설사하는 바람에 똥냄새가 방으로 들어 왔나봐! 그 똥냄새 타짠가 봐, 진짜 영리하네? 어떻게 화투장설사까지 알아 차리냐?”
이감독이 고개를 쑥 빼고 말했다.
“아고! 미스오가 똥 설사 했구나! 첫판에 똥치면 90% 설사다. 너!”
오진숙이 냉랭하게 쐈다.
“핸드백은 열어봐야 알고 화투장은 세어봐야 알아요. 걱정 붙들어 매세요.”
우아영이 휴지로 코를 틀어막자 오진숙도 따라했다. 두 여자는 일단 코에 휴지를 박고 똥냄새로 중단됐던 게임을 재개했다.
우아영이 바닥에 깔린 오진숙의 설사 패를 쳐다보며 의미 있게 웃었다.
“선이 윗 것들 한테 설사상납 했겠다?”
우아영이 배시시 웃으며 손바닥에서 석장의 붉은 화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흔들었다. 홍 사리 석장이다.
“요거이 머지라?”
“옴마야! 흔들어삐리나?”
우아영은 꺼내 흔들었던 석장의 화투를 제자리에 가지런히 꽂고 다른 한 장의 화투를 꺼내 들었다.
모든 시선이 우아영의 화투장에 쏠렸다.
“아랫 분들이 바치는 상납을 윗 것들이 안 먹으면 토사구팽당할 우려가 있응께. 자 보더라고잉.”
우아영이 전라도사투리 흉내를 내며 똥피로 오진숙이 설사한 똥광 위에 내리꽂았다.
오진숙이 발작했다.
“옴마야!”
오진숙의 발작은 계속됐다.
우아영이 뒤집은 패는 서비스 조커쌍피였기 때문이다.
“옴마야!”
오진숙이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지를 때 우아영은 또 한 번 더 패를 뒤집어 내리 꽂았다.
“찰싹!”
“옴마야! 아부지야!”
우아영이 뒤집어 내리친 패는 삼광에 찰싹 달라붙었다. 색깔도 선명한 어깨 완장 두른 사꾸라띠다.
우아영이 주위를 둘러봤다.
뭔가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니까 고리대금업자가 일수 받으러 온 그런 눈빛.
아버지까지 부르며 뒤집어진 오진숙은 우아영이 쓸어가는 삼광을 보며 발작했다.
우아영이 바닥의 패를 쓸어 담은 후 말했다.
“뭣들 해? 고 처음 해 봐?”
“뭘? 말로 해!”
“정말 수준 낮아 못 치겠네? 냄새가 고약해서 물도 오염됐나?”
우아영이 쓸어 담는 바닥 패 위에 마지못해 오진숙과 도치씨는, 피 한 장씩을 기분 나쁘게 픽 픽 던졌다.
“진짜 고 처음해 봅니까? 도치오빠!”
도치씨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어쩌라고? 피 줬잖아?”
깐깐하게 우아영이 말했다.
“바닥 쓴 건 안 봤어요? 설사 한 장. 바닥청소 한 장. 도합 두 장!”
슬쩍 넘어가려던 도치씨와 오진숙은 영악한 우아영의 계산에 빠져 나갈 길이 없었다.
달랑 두 장의 피를 무릎 앞에 물어다 놨던 오진숙은 남은 피 한 장을 우아영에게 던지며 끙끙 앓았다.
“옴마야! 내 피 다 나갔다!”
먹고 죽으려 해도 없는 피를 어쩔 것인가? 도치씨가 힘없이 말했다.
“난 없는데?”
“좋아! 도치오빠는 가리!”
낚시가면 미끼가, 노름판에서는 현금이, 자동차엔 타이어가 있어야 달릴 수 있고, 잡을 수 있고, 판을 펼칠 수가 있듯, 고판엔 피가 승패를 가른다. 게다가 피가 부족해서 피박쓰면 입맛은 금세 소태맛이 된다.
우아영에게 피를 모조리 빼앗긴 도치씨와 오진숙은 참담했다.
반면, 단 한판에 우아영의 앞마당엔 잡초가 무성했다.
난초도 있고 흑사리도 있고 사꾸라도 빨갛게 폈다. 계절안타는 낙엽 한 장도 굴러들어 왔다.
그 뿐만 아니다.
검붉은 똥이 쫘악 깔렸다. 순식간에 우아영의 앞마당은 화려한 똥풀밭으로 변했다. 사람 똥이라면 진저리를 치겠지만 고판의 똥은 참 기분 좋다.
그래서 우아영은 입이 함지박만 하게 찢어졌다.
“어머머! 뭐가 이리 많노?”
우아영이 스스로 놀래며 감탄해할 때 우아영의 앞에 앉은 도치씨와 우아영은 너무 빈약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우아영의 패를 멀거니 쳐다보고 있기만 했다.
우아영의 무성한 무릎앞마당에 비해 도치씨와 우아영의 텃밭은 잡초 한포기 없이 을씨년스러웠다. 마치 가을걷이 끝난 배추밭 같았다.
이감독이 오진숙의 어깨 넘어 바닥을 쳐다보며 끼어들었다.
“두 사람 피박은 따 놓은 당상이네? 우와! 1타8피, 2광. 돌아오면 눈감고 쳐도 완고onego! 흔들고 스리고 피박 광박. 그러면 계산이 어찌 돼지?”
우아영이 재까닥 말했다.
“스리고 기본 점수라 해도 5점. 삼오 15. 알파! 따따따불! 합계 60점이 잖아요?”
이감독이 말했다.
“야! 미스 우는 광고출연료만 정확히 계산하는 줄 알았더니 고계산도 딱 소리 나네?”
바로 그때 오진숙이 오만 쌍을 찡그리며 빽 소리쳤다.
“뭐야?”
일제히 오진숙을 쳐다봤다.
“진숙이가 이상해요! 미치는 중인가 봐요. 얘가 충격이 너무 심한보네요.”
우아영의 말에 오진숙이 이감독을 쳐다보며 토할 거처럼 숨을 가쁘게 쉬며 말했다.
“가 가독님이 이상해요.”
“뭐? 감독님이 미쳤다고?”
“아니고요. 감독님이 가까이 오니까 똥냄새가 지독해졌어요. 우우욱!”
오진숙은 입을 손으로 막고 입덧하듯 울컥거렸다.
도치씨와 우아영이 이감독가까이 코를 들이댔다.
두 사람도 오진숙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우아영은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토를 삼키느라 연신 침을 삼켰다.
“쿠욱쿠욱.”
우아영의 등을 두드려주며 도치씨가 말했다.
“이감독! 똥쌌지?”
“아니야! 똥을 왜 싸?”
“아까 검문 받을 때 똥싼 거 맞지?”
“아니라니까! 아무리 내가 둔해도 똥싼 걸 모를까? 치매 걸릴 라면 한참 더 살아야하는데?”
“아무래도 조사해봐야겠어! 이 냄새는 생똥이 익은 냄새가 틀림없어!”
“아니라니까!”
도치씨는 일어나 이감독에게 다가갔다.
“왜 이래? 나 아니라니까!”
“좋은 말할 때 일어나요!”
“나 아닌데.”
이감독이 말끝을 흐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두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저 저건!”
“어머머! 배신자!”
두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가리키는, 이감독의 노란아웃도어 엉덩이에 파전만한 얼룩이 져 있었다. 도치씨가 이감독의 엉덩이에 코를 가져가다 뒤로 발랑 넘어졌다. 두 여자는 뒤로 반쯤 넘어간 상체를 간신히 한 손으로 받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조금 정신을 차린 오진숙이 말했다.
“도치형부 얼른 좀 치워줘요. 우리 억울하게 죽어가고 있어요.”
도치씨가 이감독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감독. 당신 정말 지저분한 인간이네? 똥 싸놓고 잡아떼다니! 천하에 둘도 없는 더러운 인간이야!”
“이상하네? 난 아무것도 못 느끼겠는데 똥이라니? 하필 똥으로 누명 씌워요?”
“꼭 확인해봐야 자백하겠소?”
“해봐! 없으면 어쩔 거야?”
두 여자의 앞에서 체면도 자존심도 다 접고 이감독은 아웃도어 바지를 쑤욱 내렸다. 그러나 아웃도어 바지가 엉덩이에 걸려 얼른 내려가지 않았다.
이감독의 엉덩이에 아웃도어가 걸린 것은, 걸린 게 아니라 엉덩이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엉덩이에서 아웃도어를 분리하고 남은 바지를 내렸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이감독의 팬티가 나타나자 두 여자와 도치씨는 경악했다.
“으악!”
“저게 저게!”
도치씨가 이감독 엉덩이의 불순물들을 관찰하고 치를 떨며 말했다.
“이건 발효된 생똥이 아랫목에서 말라비틀어진 거다!”
첫댓글 이감독이 결국 범인이었군요.
도치는 명예회복 했구요
그런데 우아영의 16점 스리박은 이감독 때문에 날라 갔나요
ㅎ
인생도 사랑도 고스톱도 다 그런겁니다...ㅋㅋㅋ
멋진주말되세요
똥이개떡되어 붙었으니 두여자들에게 도치만 오해 받을만 했네요~~ㅎㅎㅎ
그렇습니다., 큰일날뻔 했시유~ㅎㅎㅎㅎ
얼마나 아팟으면 생똥을 누었을까
이감독 정말 많이 아팠는가봅니다.
아 정말 생통은 아무나 누는게 아닙니다...ㅋㅋ
진찌 아팠어요
멋진주말되세요
말라비틀어진 이감독 똥 내음이 얼마나 독했을까
두여인 속도모르고 도치에게만 오해를 했다는것
도치는 씻지ㅣ못할 오점을 남겼네요.
ㅎ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일어주셔서....ㅎ^ㅎ
멋진 주말되세요
낚시한번 잘못가서 별일이 다 벌어집니다.
초소에 끌려가는가 하면 똥까지 쌓아버린 웃지못할 넌센스
ㅎㅎㅎ
비단 낚시뿐이겠어요? 골프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축구도 그렇고...모든 스포츠가 다 요지경 함정이 있지요.
멋진 주말 아낌없이 쓰시고 행복하세요.
고 설사한번 했다 생각하시고 돈 절대 아끼지 마세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