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저장고가 지구상에 두 곳에 있다. 노르웨이 스발바르Svalbard Global Seed Vault와 한국 경북 봉화군의 씨드 볼트이다. 이는 종자은행보다 더 큰 목적을 갖고 있다. 봉화 씨드 볼트는 9만점 지구종말 급의 큰 재앙을 대비해 9만점의 다양한 야생식물 씨앗을 세계각국에서 받거나 수집해 마이너스 20도에서 보관한다. 씨드 볼트는 2015년에 준공되어 2019년 12월부터 국가보안시설로 등록됐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씨앗 저장고는 작물 위주로 씨앗을 저장한다. 한국의 씨드 볼트는 다양한 야생종 씨앗을 보관한다.
해발고도 600미터에 위치한 이곳은 일반인 출입금지이고 한국판 노아의 방주에 비견된다. 자연재해, 재난 등으로부터 작물과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종자 보호시설이기 때문이다. 일년에 4번 시민에게 개방하는 요새와 같은 곳이다. 종자 저장에는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모두 만족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봉화는 고산 지대라 기온이 낮아 춥다. 이러한 자연 환경덕에 씨드볼트에 필요한 온도로 맞추는 데 최적이다. 종자 본연의 온도보다 밖의 온도가 높으면 종자 안의 수분이 증가하고 종자가 숨을 쉰다. 이로인해 대사 작용이 활발해진 종자는 땅에 심지 않으면 더 빨리 퇴화하고, 빨리 생명력을 잃는다.
씨드 볼트 내부
2010년 6월 백두대간의 상징성과 고산지역 특징을 고려해 봉화가 시드볼트 설립 최적지로 선정되었고 2015년 12월 완공되었다. 봉화는 흉년, 전염병,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 중 한곳이며, 전란(戰亂) 등을 대비해 조선왕조실록을 나눠 보관했던 태백산 사고지(史庫址)가 있는 장소다.
국제기구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설립한 국가시설이고 백두대간수목원 안에 터널을 뚫어 지하에 만들었다. 씨드 볼트는 건물 외벽 두께만 60㎝인 강화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지진과 미사일 공격에도 안전하다. 지하 46m 아래, 길이 130m 터널형으로 건립된 시드볼트는 영하 20℃, 상대 습도 40% 이하에서 최대 200만 점까지 저장할 수 있다. 전기(電氣)와 보존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사라져가는 야생식물종자를 위탁받아 무료로 영구 보관해준다.
장기저장고가 설치된 지하 터널은 폭 7m, 길이 34m 규모이고, 진도 7.0까지의 지진,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게 지하벙커용 강화콘크리트로 시공했다. 연구동에서 현미경실·정선실·장작업실·전자현미경실·발아실험실·엑스레이실이 있다. 재현 시설 안에는 장기저장고 체험실이 있다. 장기저장고는 분류한 종자들을 오래 보관하는 곳이며 비상시 종자를 이곳에서 꺼내 쓴다. 장기저장고에는 기부한 곳에 따라 A부터 L까지 분류돼 있다. 가장 오래된 종자는 고려대학교에서 1985년 기증한 쥐보리 종자로 33년 됐으며 우리나라의 야생의 풀 종자만으로 구성한 항목도 있다. 정선실에서는 종자를 흙과 분리하거나 불량 종자를 거두는 작업을 한다.
씨드 볼트 유리병에 보관된 종자
유리병에 저장해야 오래 저장할 수 있고 종자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조건으로 최적화해 만든 것만 사용한다. 유리병 성분과 규격은 국제적 특허를 얻을 만큼 중요하게 여겨진다. 종자 크기에 따라 유리병 크기도 제각각이고, 네모로 만들어 공간 활용이 용이하다. 시드볼트는 2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고가의 시설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 병을 한 점이라고 하고 씨드 볼트에는 3312종류 종자가 총 4만7000여 점 있다.
현미경실에서는 종자를 세세하게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입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같은 종자를 여러 상태에서 50장을 찍어 합성해 3D 사진처럼 기록한다. 종자에 따라 20~300배까지 확대한다. 종자를 자세하게 기록하는 건 종자마다 무늬가 다르기 때문문이다.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종자를 분류해 저장한다.
스바르바르 국제종자 저장고 Svalbard Global Seed Vault
스바르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는 2008년 2월 UN산하의 식량농업기구(FAO)가 여러 재난에 대비해 전세계 식량작물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하려고 만들었다. 노르웨이 본토와 북극 사이에 있는 스발바르제도 외딴섬 산속의 폐쇄된 탄광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핵전쟁이나 지구 온난화 등으로 특정 작물이 죽게 되면, 각국 정부는 농업 산업 재건을 위해 종자를 요청할 수 있다.
저장고에는 약 450만 그루의 작물을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옥수수, 쌀, 밀, 보리 등과 같은 주요 작물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수집한 약 100만 가지의 종자 표본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식량 작물 및 식물 정보 저장소로 꼽힌다.노르웨이령 북극해의 영구동토층 바위 120m 아래 지어진 국제종자보관소는 농작물 멸종과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해 세계 각국에서 맡긴 약 450만 점의 종자를 보관할 수 있어 ‘인류 최후의 씨앗금고’라고 불리기도 한다. 식량작물의 종자보전에 주력한다.
실제로 2015년 시리아 알레포에 있는 종자은행이 내전 중 파괴되자 전쟁이 끝나고 스발바르 저장고에 보관된 종자를 뿌려 수확했다. 모로코와 레바논에서 이후 새롭게 작물 수확에 성공한 후 종자는 저장고로 반환됐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는 자생식물이 4500여 종에 달한다. 이 중 30~40%가 약용으로 사용되는 등 야생식물종자 연구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종자를 자연 상태에 두면 기후변화나 서식지 파괴로 멸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연구진 양성이 절실하다. 야생식물을 사람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이 작물이다. 쓸모없는 잡초라고 하기 쉽지만 작물보다 종류가 많고 향후 식량과 약용, 산업자원으로 활용될 가치가 높다.
최근, 미국 농무성에서 60년 전 종자은행에 저장한 토마토 종자를 발아시켜보니, 90% 이상 발아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경남 함안에서 옛 연못 바닥에 퇴적된 연꽃 종자를 발굴해 발아에 성공했다. 이 종자가 바로 700년 전 고려시대 연꽃인 ‘아라홍련’이다.
산불이 난 곳에 운이 좋아 종자가 날아왔다고 해도, 싹이 나서 자라나기까지 식물과 땅이 서로를 기억하고 맞춰가야 하니까 또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자연적으로는 최소 100년은 소요되지만 종자를 잘 보존했다가 토양에 뿌려주면 30~40년으로 적응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지구에서 식량을 구할 수 없는 날을 상상해 보자. 전세계의 식재료·식문화 유지 등을 위해 1989년 설립된 국제조직 슬로푸드인터내셔널(Slow Food International)은 2015년을 기준으로 1년에 2만7000여 개의 식재료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한 시간에 세 개꼴로 사라지는 셈이다. 기후와 환경변화로 인해 식물종(種)이 급속히 사라지고 고산식물의 자생지는 줄어들고 있다.현재 가장 위기에 처한 작물로 바나나가 있다. 전세계의 모든 바나나는 단일 품종으로 재배되어 전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국제생물성다양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감자는 기후변화 탓에 2055년에 완전히 멸종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초콜릿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나무의 경우에도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정도 올라가면 앞으로 40년 안에 고사한다.
야생식물종자 연구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종자를 자연 상태에 두면 기후변화나 서식지 파괴로 멸종하기 때문에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연구진 양성이 절실하다. 가장 안정적인 종자보전시설인 시드볼트를 기반으로 종자를 연구하고 산업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집중할 때이다.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