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디로 갔을까 길 잃은 나그네는, 음~ 어디로 갈까요 님찾는 하얀나비.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
가수 조관우가 '나는 가수다'에서 불렀던 김정호의 노래 '하얀나비' 가사입니다. 한서린 조관우의 목소리는 국악기 없이도 국악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가수 장혜진은 "안개 낀 산수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했지요. 슬픈 '하얀 나비'가 안개 낀 산수화 속을 나르는 추억의 장면이었던 셈입니다.
특히나, 우리 민족의 한이 담긴 전통 음악 창을 음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조관우는 '하얀 나비'를 편곡하면서 "지나오면서 아팠던 한을 그대로 넣으려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흑인 음악에 영가가 있다면 우리 음악엔 창이 있다'고 말한 이유이겠지요.
하얀 나비에서 노무현이 오버랩된 초자연 현상
그런데 '하얀 나비'를 들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벌써 바보 노무현이 하늘나라로 떠난 지 2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노무현이 노제를 앞두고 떠나던 날 아침, 봉하마을 빈소의 영정 사진에 내려앉은 '하얀 나비'가 있었지요. 그 날, 저는 우연히 아파트 근처 텃밭을 갔는데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슬픈 운명이 오버랩되어 지나가더군요. 사실 노무현 노제가 열리던 날은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았고 천사 모양의 오색 채운을 비롯한 초자연 현상들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과 조관우의 슬픈 통곡
나는 지금도 조관우라는 가수를 잘 모른다. 그리고 예전에는 더 했다. 그가 미성을 가진 가수라는 것은 알았지만 무슨 노래를 불렀으며 얼마 만큼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지 알지 못했다 . 적어도 이태 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 해 5월. 기절할 만큼 술을 마시고 술이 채 깨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산 시민 장례식장을 우두망찰 지키고 있었다. 밤이 이슥하도록 드문드문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을 위하여 불침번을 서듯 조를 짰다. 난 그 조원 중 한 명이었다. 새벽 3시가 넘자 그 넓은 미관광장이 텅 비었다. 스산한 바람이 불었지만 님은 커다란 사진 속에서 슬프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때 한 사내가 쭈뼛쭈뼛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내게 와서 다짜고짜 입고 입던 검은 양복 윗도리를 빌려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 이유를 묻자 연예인 한 분이 참례를 하고 싶은데 예를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사내의 속뜻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불콰해진 얼굴에 술냄새까지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다시 오시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망설이던 사내는 결국 자리를 떴다. 난 그게 끝인 줄 알았다.
얼마 후 장례식장 한 켠에서 한 남자의 구슬픈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 나에게 옷을 빌려 달라던 사내가 남자를 달래고 있었다. 하도 울음이 구슬퍼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다. 술에 취한 한 남자가 바닥에 엎드려 펑펑 울고 있었다. 가신 님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 드리고 싶다고 서럽게 울었다. 자신이 가진 재주라고는 노래하는 것 밖에 없으니 님을 위해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 남자는 바로 가수 조관우였다.
두 달이 지난 후, 일산 미관광장에서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타이틀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추모콘서트가 열렸다. 그리고 가수 조관우는 두 달 전 약속을 지켜 무대에 올라 가신 님을 기리며 서럽게 노래를 불렀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
그가 부르는 노래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이태가 지났다. 다시 2주년 추모 공연이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렸다. 추모의 열기가 많이 가셨다. 처음 공연에 참가했던 많은 가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돈 한 푼 생기지 않는 무료 공연, 공연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아마추어 공연에 선뜻 참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
하지만 그 두 번째 공연에서도 조관우는 조용히 무대에 서서 가슴을 후벼파는 한이 서린 목소리로 가신 님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오늘 '나가수' 라는 TV프로에서 조관우가 노래를 불렀다. 강한 자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죽지 않고 살아 남으려 처절하게 노래를 부른다. 나는 조관우라는 가수가 부디 이 살벌한 정글에서 끝까지 살아 남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설령 그가 살아 남지 못한다고 해도 그는 언제까지 내 마음 속의 가수다.
가수는 진심을 노래할 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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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잠시-시간을 묶어두는 창고'의 zamsi님 글 중에서 -
하얀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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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동영상의 노래는 '하얀나비'의 원곡 가수 김정호의 구슬픈 노래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
음 음~음~음~음
음~ 어디로 갔을까 길 잃은 나그네는
음~ 어디로 갈까요 님찾는 하얀나비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
음 음~음~음~음
언제나 변함없이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서 가슴을 후벼파는, 한서린 노래를 하고있는 조관우의 모습
남행열차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빗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 잃어버린
첫 사랑도 흐르네.
깜박깜박이는 희미한 기억속에
그때 만난 그 사람 말이 없던 그 사람
자꾸만 멀어지는데
만날수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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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호남선 마지막 열차
기적소리 슬피 우는데
빗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
잃어버린 첫사랑도 흐르네
깜박깜박이는 희미한 기억 속에
그때 만난 그 사람
말이 없던 그 사람
자꾸만 멀어지는데
만날 수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만날수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조관우는 '콘서트 7080'에서 '광야에서' 노래를 불러 우리 시대의 아픔을 대중들에게 선사한 바 있다
첫댓글 아...........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오늘읽었는데.. 감사합니다.
정말 몰랐던 내용이네요. 나가수의 열혈팬이긴 한데...간통사건으로만 저분을 기억하다 프로그램에서 만나고는 생각과는 다른 사람이구나 느꼈어요. 좀 엉뚱하면서도 어린애처럼 순수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원글님 좋은 정보...고맙습니다
예 암뜬 정은 많은 사람같아요..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아서 당황했습니다.
가사가 가신 두분을 생각나게 한데다가,
조관우의 한서린 노래가 들리는듯해서~
저두 울었어요
조관우의 하얀나비... 참으로 좋았는데....
김정호의 한이 느껴지죠
괜찮아요 나도 예전에 누구의 마음아프게 한적 많았죠.. 이해해요 어쩔수없잖아요 이게 그때의 댓가인가봐요..
요즘들어 더더욱 그립네요 그분의 미소가..
저두 그리워요...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정말 지식인의 혜안이 느껴지는 멘트 저두 나중에 써먹겠습니다.
아.... 그랬군요.... 글읽다가... 그리운맘에 아쉬움맘에... 그져 눈물만 흐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