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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이라는 병명은 1943년 존스 홉킨스 대학 의사인 리오 카너의 논문에 처음 등장합니다. 혼자 있고 싶어하고
일관성이 유지되기를 원하는 것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11명의 사례를 연구해서 <정서적 접촉에 대한 자폐성 장애>라는 글을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카너는 자폐증이 처음에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했는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심리적요인에서 찾게 됩니다. 또 누가 정신적 상처를 입혔을까 생각하다가 부모들...특히 엄마를 주요 용의자로 지적합니다.
여기서 카너는 아이를 잘못 키우면 잘못된 행동을 한다고 해서 잘못된 행동이 모두 잘못된 양육의 결과라는 논리적 오류를 범합니다.
카너는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놓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자기 몸을 자해하는 것은 부모가 정서적으로 차갑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은 아이가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인데 말입니다.
이런 논리를 열렬히 떠받든 사람이 브루노 베텔하임 입니다. 그는 1967년 <텅 빈 요새: 유아 자폐증과 자아의 탄생>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카너가 제시한 '냉장고 엄마'라는 개념을 대중화했습니다. 베텔하임은 자폐증이 잠재되어 있다가 잘못된 양육을 통해 발현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을 가족한테서 떼어 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후 베텔하임은 유명인사가 되어 사회복지사들은 그의 책에 근거해 아이를 냉장고 엄마에게서 떼어내어 가족은 해체되었고 아이들은 시설에 수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베텔하임은 의사도 아니었고 그 분야의 경력이란 심리학 수업을 세 개 들은게 전부였고 실제 직업은 목재판매상 이었습니다. 실제 수용된 아이들은 상태가 더 나빠졌으며 부모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아이가 식물인간에 가까운 상태가 된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나중에 그는 논문을 표절하고 데이터를 조작했으며 아이들을 학대하기도 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최근에 와서야 자폐증의 원인을 마음이 아니라 뇌에서 찾으려 합니다. 실체가 없는 냉장고 엄마가 아니라 신경과학, 유전학적 증거에서 찾게 된 것입니다.
배런 코헨은 영국에서 자폐아를 둔 부모 천쌍을 조사했는데, 아버지가 엔지니어링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가 전국 평균보다 두배나 높았습니다. 과학자나 회계사처럼 집중력과 추상화 능력을 요구하며 주로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빈도도 자폐아 가정에서 훨씬 높았고, 예술가는 평균보다 네 배 가까이 많이 나왔습니다. 베런 코헨의 연구 결과로 자폐증에는 '기크(geek, 괴짜, 기인, 요즘에는 컴퓨터 같은 데 몰두하여 세상 물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을 가르키는 말로 주로 쓴다) 신드롬' 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여러 자폐인의 뇌에서 편도가 크거나 소뇌가 작거나 하는 특징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해부학적으로는 대부분 정상과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뇌 MRI로는 자폐증을 전혀 진단할 수 없습니다 . 템플 그랜딘의 경우에는 MRI상 왼쪽 뇌실이 오른쪽보다 훨씬 더(57%) 길어서 단기 기억력과 관련이 있는 두정엽 피질까지 뻗어 있었습니다(이로 인해 여러 가지 짧은 정보를 빨리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추측합니다). fMRI와 DTI(diffusion tensor imaging, 확산 텐서 영상)결과 ILF(하세로 다발)은 보통 뇌보다 훨씬 굵고 IFOF(하후두전두다발)은 엄청나게 가지를 많이 뻗어 1차 시각피질까지 도달해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시각적 기억이 뛰어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광범위한 발달 장애 범주 하에 자폐성 장애, 아스퍼거 장애, 레트 장애, 소아기 붕괴성 자애, 달리 분류되지 않은 광범위성 발달 장애 등으로 구분했지만 최근 출시된 DSM-5에서는 이들을 각기 독립된 장애가 아니라 동일한 연속선상에서 자페 상태의 심각도나 지능 및 심리 사회적 발달의 정도에 따라 발현되는 임상 양상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개정했습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정의를 메인으로 해서 왜 그런 특징들이 나오는지 정리해보았습니다.
DSM-5(2013년) 자폐 스펙트럼 장애
A. 다양한 맥락에 걸쳐 사회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함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현재 또는 과거에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표현됨(예시된 내용은 증례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님).
1. 사회적-정서적 상호작용 및 범위에서의 결함. 예를 들어 비정상적인 사회적 접근; 상호 주고 받는 대화를 정상적으로 나누지 못함; 관심이나 감정, 정서를 공유하지 못함; 사회적 상호작용을 개시 또는 반응하지 못함.
정상인의 뇌는 직접 시선을 받았을 때 오른쪽 측두정엽이 활성화되는 반면, 자폐인은 상대방이 시선을 돌렸을때 활성화되었습니다. 즉 정상인이 상대가 눈을 맞추지 않으려 할 때 느끼는 것과 자폐인이 상대가 눈을 맞출때 느끼는 것이 비슷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빨간불과 초록불이 반대로 들어온다는 겁니다.
자폐인에게 질문을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대답하는 사람이 질문한 사람과 같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어야 정답을 말했는지 잘못된 대답을 했는지 판단할 수
가 있습니다. 우리는 너와 나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지만 자폐아는 나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인이 한 질문에 자폐인이 하는 대답은 ''틀렸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밑의 그림에 나오는 샐리와 앤의 문제는 자폐증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명한 테스트입니다. 대부분 자폐아는 자기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르게 생각한다거나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자기가 아는 걸 샐리는 모른다는 걸 상상할 수 없습니다. 또 자폐아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손가락이 가리키는 데를 따라가지도 않습니다. 그 사람이 자기와 다른 걸 생각하거나 보고 있을 리가 없는데, 시선이나 손가락이 향하는 데를 뭐하러 굳이 보겠습니까...
2.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사용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에서의 결함. 예를 들어,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잘 통합하지 못함; 눈맞춤과 신체적 언어 사용이 비정상적임 또는 제스터 이해와 사용에서의 결함; 얼굴 표정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전반적으로 결여.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하는 자폐아가 있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안아주면 미친듯이 팔을 휘젓고 날뜁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실제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아주 좋아하지만 그걸 행동이나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으며, 누군가가 자신을 안으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껴서 어쩔수 없었다고 합니다. 자폐아이의 반사회적 행동이 고통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3. 관계를 발달시키고 유지하고 이해함에 있어서 결함. 예를 들어,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 맞게 행동을 조정하는데에 어려움을 보임; 상상 놀이를 공유하거나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보임; 또래들에 대한 흥미 결여.
템플 그랜딘은 사고하는 방식에 따라서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언어-사실로 생각하는 아이와 그림으로 생각하는 아이, 패턴으로 생각하는 아이 입니다.
언어-사실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전부 외웁니다. 야구 기록을 줄줄 읊지만 수학 실력은 보통이고 레고 같은 블럭이나 그림에는 큰 흥미가 없습니다. 이 아이들이 세상에 참여하는 방식을 배우는 데에는 글을 쓰는게 도움이 됩니다.
그림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당연히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레고 같은 조립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것을 즐깁니다. 주로 블럭을 통해 상상 속에서 보는 물체와 일치하는 사물을 만들어 내고 싶어 합니다.
패턴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패턴을 훨씬 쉽게 봅니다. 그래서 수학과 음악을 잘하며 기능 뒤의 형태를 쉽게 파악합니다.
B.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패턴이나 관심, 활동이 현재 또는 과거에 다음과 같은 항목들 중 적어도 두가지 이상으로 표현됨(예시된 내용은 증례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님)
1. 상동증적, 반복적인 동작 운동, 사물의 사용 또는 언어 사용(예를 들어, 단순 상동증적 운동;장난감을 줄 세워 놓음;사물을 툭툭 던짐;반항어증'개인 특유의 문구 사용 등).
2. 같은 방식을 요구함, 일상적 활동을 융통성 없이 고수함, 의례적인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행동패턴(예를 들어, 사소한 변화에도 극도로 고통스럽워함;변화를 어려워함;사고방식이 경직되어 있음;의례적인 행동;매일 같은 길로만 다니려고 하거나 같은 음식만 먹으려고 함)
3. 흥미가 매우 제한적이며 고정되어 있는데, 흥미의 강도나 초점 면에서도 비정상임(예를 들어, 특이한 사물에 대해 강한 애착 또는 집착을 보임;흥미가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고 반복적임).
4. 감각 입력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거나 과소 활성화됨. 또는 환경 내에서 특정 감각 양상에 특이한 관심을 보임(예를 들어, 고통/온도에 명백하게 무관심함; 특정 소리, 재질에 혐오 반응을 보임;사물을 지나치게 냄새 맡거나 만짐;빛이나 움직임을 주식하고 시각적으로 즐김)
생후 2년 동안에 인간의 뇌 안에서는 신경들이 엄청난 속도로 서로 연결됩니다. 이런 신경 통로중 자주 사용하지 않는 상당수가 '신경 가지치기'를 통해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가지치기가 일부 생략된 경우에는 공감각이나 절대음감, 뚜렛증후군 같은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언어와 시각중추가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어떤 단어를 들었을때 색채가 같이 연상됩니다. 셉티머스 피스 같은 경우에는 음악과 향기를 접목시켜 <향수의 예술>이란 책을 펴내서 향수 제조법에 혁신을 일으킵니다. (밑에 사진 참고)
자폐인은 자기 감정에 압도될 때가 많습니다. 동물이 겁이 났을때 하는 행동이나 자폐아가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 오는 압도적인 감각의 물결을 극복할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비슷한 원리라는 겁니다. 같은 이유로 자폐인은 동물의 감정을 더 잘 공감할 수 있습니다. 템플 그랜딘 같은 경우도 동물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에 세계 최고의 정육설계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동물이 덜 고통받도록 설계되어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빛, 소리, 냄새, 맛, 접촉이라는 다섯 가지 방식으로 우주와 소통합니다. 우리 감각은 현실을 다른 사람 사람들과 같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진화했습니다. 그런데 자폐인들은 다른 사람과 똑같은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뇌가 다르게 해석합니다. 가령 뻣뻣한 옷을 입으면 온몸에 불이 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수있고, 사이렌 소리가 누군가가 자신의 두개골을 드릴로 구멍을 뚫는 듯한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자폐인 10명 가운데 9명은 감각 장애를 한 가지 이상 겪는다고 합니다.
감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다 같은 방식으로 자극에 반응하지 않으며 그 고통의 정도도 다릅니다. 또는 어떤 특정한 감각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언어로 표현 못하는 자폐인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훨씬 더 많이 세상과 교감합니다. 다만 감각의 과도한 혼란 속에서 살기때문에 외부 세계를 효율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세상과의 관계도 표현하지 못할 뿐입니다.
C. 초기 발달 기간 동안 증상이 나타나야 함(다만, 제한된 능력을 넘어서는 사회적 요구가 있어야 비로소 명백하게 나타날 수 있음 또는 이후에 학습한 전략을 사용해 가장할 수 있음).
D.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현재 기능 중 여타의 중요한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손상을 초래함.
E. 이러한 장해가 지적 발달 장애 또는 전반적 발달 지연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음. 지적 장애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흔히 동반되어 나타남; 자페 스펙트럼 장애와 지적 장애, 사회적 의사 소통 장애를 함계 진단내리려면, 예상되는 일반적인 발달 수준 이햐이여야 함.
결국 어느 진단을 붙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증상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하고 정상인과 다른 점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특별한 차이점을 통해 최대한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게하는 방법을 찾고 연구하는 겁니다.
자폐인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이해해 나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자폐는 장애이자 능력입니다.
오히려 자폐는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고유한 특성이 지나치게 많이 발현된 것일 수 있습니다.
자폐인을 이해하는것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이해해 나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첫댓글 !
제일 밑의 사진은 창녕 우포늪입니다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