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유머는 아니지만... 너무 감동적인 경기라 관전평을 올립니다 ^^;
다음엔 새롭고 재미있는 로맨틱 코메디 소설로 찾아 뵙겠습니다 ^^:
<관전평>
1. 최고의 프로축구리그에서 뛰는 이탈리아 선수들
영국, 스페인과 더불어 세계 3대 프로축구클럽이 있는 나라 이탈리아...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고 모든 주전 선수들이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이탈리아...
오늘 그들은 자신들이 이제껏 최고의 무대라는 곳에서 어떤 플레이로 경기해 왔는지
우리들에게 여실히 보여 주었다...
물론...
나의 이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닌 경멸의 말이다!
정직하게 흘린 땀과 노력으로 결실을 맺어야 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그들은 '노련한
경기운영'이라는 이름으로 해서는 안 되는 저질스런 행동을 했다. 물론, 나 역시 스
포츠를 총성 없는 전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스포츠라는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은 오늘 상대의 기를 꺾어 놓기 위해 우리 선수들을 교묘하게 팔꿈치로 가격했
다. 그들과 공중볼 다툼을 하던 대부분의 우리 선수들은 얼굴 등을 감싸면서 주저
앉아야 했다. 오죽하면 해설자들이 우리 선수들보고 너무 곱게 한다고 말할까...
또, 그들은 우리 선수들을 돌파하다가 조금만 부딪치면 '어억!!'하면서 엄청난 제스
추어로 바닥에 쓰러졌다. 경고를 받은 뚜띠의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대부분의 이탈리
아 선수들은 자신들이 잡고 늘어질 때는 '시침 뚝!', 자신들이 잡힐 때는 '어억!!'
하는 짓을 반복했다...
프로 최고의 리그라는 곳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이런 비신사적이고 비스포츠 정
신을 '경기 운영'이라는 말로 정당화 시킬 것인가!
그에 반해,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는 어떤가! 순수하기가 서울에 갓 상경한 농촌 총
각같은 우리 선수들은 상대가 아픈 태클을 걸어 올 때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
앉았지 말도 안 되는 '오노스러운 액션'은 한번도 취하지 않았다!
만약, 오늘 이탈리아가 이겼다면 난 강팀에게 패했다는 슬픔보다 정직이 부도덕에게
졌다는 슬픔으로 침통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프로클럽에서 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난 그들이
그곳에서 '비스포츠적인' 노련한 경기운영을 배우기 보다, 정직하고 성실한 플레이
를 배워오길 소망한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나카타를 좋아하는 이유는, 성실하고 노
련한 경기운영 속에서도 상대의 거친 태클을 결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결코
시뮬레이션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에 들어와서 히바우드의 오노
액션과 호나우드의 개인주의에 다소 실망한 나는 우리팀의 경기를 보면서 감격 감격
또 감격하고 있다. 정말...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다...
2. 빗장 수비의 이탈리아
유로 2000에서 이탈리아와 네델란드의 경기...
이탈리아와 네델란드의 90분 경기는 경기 내내 그라운드의 절반만 사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탈리아는 네델란드의 숨막히게 밀어 붙이는 파상공세를 막아내고(페널티킥을 두
번이나 허용했는데도 네델란드는 전부 실축했다-_-;) 결국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따
내고 만다. 정말 빗장수비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3-5-2의 기본골격에서 미드필더 중 한 명을 전진배치한 3-4-1-2의 변칙
라인을 사용한다. 상대편이 들어오면 일곱 명의 선수들이 두 줄로 예쁘게 늘어서서
결코 뚫리지 않는 라인을 강하게 구축한다. 이런 수비를 바탕으로 기회가 나면 미드
필드를 거치지 않고 바로 1선으로 찔러 주는 그들의 축구는 개인기가 뛰어난 공격수
들이 있기에 가능한 플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비 위주의 축구를 하기에 자
국 국민들에겐 '재미없는'경기를 펼친다는 불평을 듣고 있다.
오늘 이탈리아는 예선의 모든 경기를 포함해서 가장 멋지고 강한, 그리고,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게임메이커의 또띠가 공수의 조율을 최고로 멋지게 했고 공
격의 비에리는 자신의 명성에 걸맞게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한 개인기로 최상의
기량을 보여 주었다.
난, 오늘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이탈리아에게 감사한다. 그들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
주었기에, 최고의 기량인 그들을 이겨 낸 우리의 강력함이 더욱 돋보였다!
일본놈들이 대진운이 좋아 쉽게쉽게 16강에 올라간 것과 비해, 세계 5위 포르투칼을
꺾고, 세계 6위 이탈리아를 꺾은 우리팀은 더욱 돋보이게 되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가 상대한 팀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친선게임을 했던 프랑
스를 필두로 잉글랜드, 포르투칼, 이탈리아, 또, 4강에서 만날 스페인 등은 세계 축
구의 최강자들이고 우린 그들과 대등한 혹은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강자
와 정면승부를 함으로써 따낸 승리!!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뚫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 '국민의 모든 염원'을 담은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체력에 있었다. 전,후반을 모두 다 뛰고 연장 30분을 풀로 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정신력이었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 버티게 해 준 정신력은 연
장에 들어서서 이탈리아 선수들이 걸어 다닌 것에 비교해 우리는 날아다닌 것을 보
면 알 수 있다. 주저앉고 싶을 때 한 번 더 뛸 수 있었던 우리 선수들!! 너무 감사
하고 사랑스럽다...
3. 히딩크 감독의 승부!
프로야구 엘지 트윈스의 김성근 감독을 보고 '고독한 승부사'라고 한다. 승부사가
빛나는 경우는 찬스 때가 아닌 위기 때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승부'를 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승부사라 할 수 있다.
오늘, 우린 전반의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급격히 위축당해 물 먹은 스폰지처럼 힘
겹게 뛰어 다녔다. 파상공세를 펼쳐야 함에도 오히려 적은 숫자의 공격진에게 위협
적인 위기를 몇 번이나 당했다.
그런 위기가 닥쳤을 때!!
히딩크 감독은 과감하게 수비수를 모두 빼고 세 명의 교체카드를 모두 공격수로 바
꾼다!!
이 얼마나 놀라운 승부수인가!!
물론, 이 승부수는 평소 선수들의 '멀티플레이어'를 강조하고 훈련시켜 온 덕분에
가능했다. 우선, 김태영을 빼고 황선홍을 넣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드필더의 유상철
이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김남일의 부상에 이천수를 기용한 것도
미드필더 2선의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공수 가담을 믿었던 것이고, 홍명보를 빼
고 차두리를 넣은 것은(개인적으로 이장면을 오늘 승부수의 하일라이트라 생각한다)
저쪽의 공수 핵인 또띠의 퇴장으로 더 이상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과감히 공격수를 투입한 것이리라!(물론, 이것도 박지성이 2선으로 내려올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반, 이제껏 보여 준 특유의 변칙 공격이(설기현과 황선홍, 안정환 등의 자리바꿈)
살아나지 않자 후반 바로 지적해서 전술을 바꾼 것도 명장의 한 단면이었다.
아쉬운 점은, 차두리가 교체 투입된 후 볼을 잡으면 소극적으로 패스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차두리는 지쳐 있는 모든 선수들을 압도할 만큼의 스피드와 체격을 가지고
있다. 차두리는 공을 잡으면 자신 스스로가 치고 들어가야 했다. 그 시간대에선 아
무도 차두리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차두리는 박지성과의 자리바꿈의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두리의 활발한 움직임이 연장 후반 우리
에게 기회를 잡게 하는 축이 되었다. 흔히 '슬럼덩크'의 '강백호'와 비교되는 차두
리가 경기를 거듭하며 세련된 플레이를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참으로 대단하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변변한 시설도 없고, 지원도 없고, 오직 '왜 이렇게 못 하냐!
라는 꾸중과 압박과 학연, 지연 등등... 온갖 불합리함으로 가득차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것이냐!!
대한민국 국민 또한 대단하다!
3류 시민의식이라 비아냥받고, 세계로 나가도 남 잘 되는 거 절대 못 보고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파하고, '우리 한국은 어쩔 수 없어' 등등의 소리를 듣는 국민들이!
세계가 깜짝 놀랄만큼! 천지가 진동할만큼! 단합되고 훌륭한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
이 어찌 놀랍지 않은가!!
위기 때마다 저력을 보여 주는 우리나라!!
이 나라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감동이 채 사라지지 않은 이 밤에 온 국민이 감동 속에서 눈물을 흘릴 때...
난 조용히 소망하며 기도하는 하나의 바램이 있다...
그것은...
지난 '씨랜드 화제' 사건 때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올림픽 메달리스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를 버리겠다'며 오열을 하고 호주로
이민을 가신...
그 분께서... 이 경기와 이 장면을 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조금만 용서하시고... 이 나라를 사랑해 주시길...
진심으로 기도하며 관전평을 마치도록 하겠다...
홈페이지 : www.210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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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뜨거워-최신유머
Re:넘 멋진 글이네염 마지막 부분이 압권임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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