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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치르는 큰 행사이다보니 기대만큼이나 우려 또한 큰 것이 사실이다. 행사준비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또 2002년 친환경농업을 힘차게 선언한 울진의 농업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현장을 다녀왔다.
‘울진은 친환경 혁명중.’
울진군 경계를 넘어서자 엑스포를 알리는 입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험준한 장군봉 자락의 다랑논에선 오리 농군이 꽥꽥거리며 손님을 맞는다.
울진군의 올해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은 676㏊, 화학비료와 농약을 끊어 언제든지 친환경농업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한 면적까지 합치면 1,292㏊로 전체 농경지 5,617㏊의 무려 23%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성과를 불모지 상태에서 불과 2년 만에 일궈냈다는 점이다.
사실 울진군의 농업여건은 열악하다. 우리나라 최후의 오지라 부를 만큼 교통이 나쁘고, 전국에서 몇번째 안가게 면적이 넓지만 그 86%가 산이다. 결정적으로 원자력발전소 탓에 소비자들이 이 지역 농산물을 꺼려 판로가 매우 불안정했다. 농가 한 가구당 소득이 1,875만원으로 경북 평균(2,233만원)의 84%밖에 되지 않았다.
2002년 김용수 군수가 취임하면서 친환경농업으로 돌파구를 찾아보자고 했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잘 돌아보니 울진군만큼 친환경농업에 딱 맞는 곳이 없었다. 오지여서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었고 2급수 이상 좋은 물을 농업용수로 끌어다 쓸 수 있었다.
“농업인을 교육하기 전에 우리부터 관행농업의 때를 벗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모든 지도사들이 전국의 유명 친환경농업교육을 쫓아다니며 인식을 달리하고 새 기술을 배웠습니다.” 조종근 울진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은 ‘과연 내가 지금 농업인을 교육할 정도의 기반을 갖췄는가’ 항상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부쩍 늘어난 친환경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데 농협이 앞장서고 있다. 이재황 농협울진군지부 지도계는 “〈새숨쌀〉이라는 연합브랜드를 개발해 얼마 전 한농유통과 판매계약을 맺었다. 농업인들이 ‘수매제도가 없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대단위 친환경농업단지인 한농복구회도 판로안정에 도움을 주었다.
앞으로 해결할 과제도 많다. 엑스포 행사장의 유기농 경작지 조성을 책임지고 있는 박현근씨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국제기준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축분퇴비·키토산·목초액 등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유기농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지적이다. 25년간 유기농업을 해온 강문필씨는 “지금 군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어찌어찌 따라가지만 스스로의 고민 없이 군에서 어떻게 해주겠지 하는 의존적인 농업인이 일부 있는 것 같다”면서 “억지로 동원되는 마음에서 벗어나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친환경농업에 임해야 지금의 열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엑스포 조직위원회 O054-780-2336
〈울진=윤덕한〉dkn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