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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7 08:21
최근 삼성전자(005930) (1,185,000원▲ 29,000 2.51%), LG전자(066570) (68,600원▼ 100 -0.15%), 애플, 모토로라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앞다퉈 ‘스마트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 시계를 통해 문자나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걸음 수, 소모된 칼로리를 확인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스마트 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스와치, 태그호이어 등 전통의 아날로그 시계 업체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로만손은 얼마 전 기아자동차(000270) (53,000원▼ 400 -0.75%)와 함께 스마트 시계 ‘K3워치’를 개발했다. 기아차 준중형 세단 ‘K3’의 시동을 걸거나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시계다.
K3원치를 개발한 로만손의 김병두 디자인연구소 팀장은 “스마트 시계의 발전은 아날로그 시계 업체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2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본사에서 만난 김 팀장은 “기아차와 협업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고,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헬스케어 기능을 갖춘 독자 브랜드의 스마트 시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공장이 개성공단에 있는 만큼 한국에서 개발과 생산을 모두 하는 스마트 시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로만손이 준비 중인 스마트 시계는 두 종류다. 두 제품 모두 시침과 분침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를 기반으로 둔 제품이다. 헬스케어 기능을 강조하며, 아날로그 시계 위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로만손은 국내 1위 시계 제조업체로서 1988년 설립돼 26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전 세계 70개국에 시계를 수출하고 있으며, 현재도 매년 100여종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2005년에는 개성공단에 공장을 세워 운영 중이다.
로만손에도 위기는 있었다. 1990년대 로만손은 오리엔트, 삼성시계와 함께 국내 시계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시계를 대체할 수 있는 삐삐와 휴대폰의 등장하면서 점차 입지가 줄어들게 됐다.
IMF 외환위기는 시계업계에도 큰 시련을 가져왔다. 김 팀장은 “시계의 주요부품은 해외에서 들여오는데, 외환위기 당시 환율 폭등으로 해외 부품 값이 치솟아 국내 시계산업이 고사 직전까지 갔다”며 “하지만 로만손은 IMF 시절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만손은 러시아, 중동, 터키 등에서 부자들이 소유하고 싶은 시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터키에서는 매년 ‘로만손 딜러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이 행사는 터키 시계전문가들이 꼭 참석해야 하는 행사로 꼽힌다.
김 팀장은 “소비자들 중에는 여전히 스위스 시계만 좋은 시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며 “해외 명품들과 브랜드를 떼고 기술력과 품질만 놓고 경쟁한다면 로만손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만손은 K3워치의 성공으로 더 분주해졌다. 이후 자동차, 통신, 교육업체 등에서 로만손과 협업을 하고 싶다는 제안이 줄을 잇고 있다.
김 팀장은 “세상이 디지털화할수록 아날로그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며 “스마트 시계를 비롯해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해 과거 로만손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홍익대 금속조형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오리엔트와 에버그린 시계를 거쳐 2008년 로만손 디자인 연구소에 합류했다. 그는 2012년 서울시청 신청사에 기존 ‘스와치’ 시계 대신 장착된 로만손의 대형시계를 디자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