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SBS 연기대상의 3대 이변은, 첫째. 뿌리 깊은 나무 보다 시청률이 높은 싸인팀에게 개나 소나 다 받는다는 뉴스타상마저 챙겨주지 않은 SBS의 차별이었고 둘째, 최우수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싶었던 최우수상 리스트의 수애. 셋째, 그럼에도 상 받으러도 나오지도 않았던 수애의 불참 소식이었다.
사실 과거에야 상을 받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대체로 연말 연기 대상의 자리를 빠지지 않고 참석해서 빛내주었지만 요즘의 연기대상은 상을 받을 사람에게 미리 언질을 주기 때문에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중 상을 받지 않고 돌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바쁘신 몸인 드라마 배우들이 상을 받지도 않는데 연말 시간을 쪼개어 그 자리에 참석할 리는 없고 정확히 어떤 상을 받는다고 알려주진 않더라도 최소한 상을 받기 때문에 참석해야 한다는 사실쯤은 대부분의 참가자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야 자기가 상을 받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가 본인이 수상자의 이름을 스스로 호명하고 펑펑 울음을 터뜨리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존재했지만 지금이야 어디 그런 미담이 존재할 수 있는 여유가 있던가.
같은 떼상이라도 어떻게 나눠주느냐에 따라 막장과 명품이 갈린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던 SBS 연예.연기대상에서 무더기로 쏟아지는 최우수상의 이름에 올라온 수애라는 이름을 그녀가 미리 듣지 않았을리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있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상반기 작품도 아니고 바로 연기대상 시작 전까지 달려왔던 천일의 약속을 막 끝낸 SBS 메인 드라마의 여주인공이었던 수애가 상의 유무에 관계 없이 이런 자리는 좀 나와줘야 하는 것은 정석이겠으나 어차피 그녀는 수상자의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고 그렇다면 상을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날 수많은 배우들이 SBS의 무더기상을 받고 갔으나 그중 참석하지 않은 사람은 오직 수애 하나 뿐이었다. 수많은 연로하신 선배 배우들과 탑스타들, 그리고 아이돌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는 핫스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워낙 SBS 한해 농사가 잘되었기 때문에) 오직 수애 하나만큼은 뿔난 염소처럼 그 자리에 못박은채 자리를 빛내주지 않았다. 김래원 혼자 덩그마니 받은 최우수상에서 김래원은 사라진 파트너에 대한 뻘쭘함을 아쉬움으로 전달했다. 무관을 대리상으로 대신해서 받은 정유미는 (그래도 뉴스타상은 받았군!) 수애의 불참 이유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대리 소감을 전달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사람들은 무슨 사정이 있겠지 싶으면서도 혼자서만 불참한 수애가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6개월 이상 한여름에서 초겨울까지 같이 고생한 스태프 여러분들에게 우선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같이 고생한 선후배 연기자 분들, 특히 많은 지도편달을 해주신 김해숙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최고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역할을 주신 김수현 선생님께 존경한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제가 연기하는 감정과 늘 함께 해주신 정을영 감독님께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점 시청자와 SBS관계자 여러분께 죄송함을 전합니다. 2012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께 선보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비판을 의식한듯 뒤늦게 수애가 밝힌 수상소감은 마치 소속사가 대리 수상 소감을 발표한듯 정유미의 대리 소감보다 더 무성의하고 무미건조한, 그리고 어떤 미안함의 마음도 담겨있지 않은 것이라 네티즌의 분노를 제대로 샀다. 사실 필자 역시 수애의 불참에 별다른 생각이 없다가 그녀가 밝힌 뒤늦은 수상소감을 보고 더 분노했는데 불참 이유에 대한 명확한 이유조차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그녀의 무성의함이 시청자와 함께 연기한 동료들 모두를 얕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혼자 불참한 수애를 두고 천일의 약속팀이 대상을 받지 못한데에 대한 울분으로 단체 보이콧을 한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루머도 들려오는데, 아마 필자의 예상으로는 이 작품이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나온 네티즌의 추측이 아닐까 싶다. 김수현 작가는 과거 올인과 맞붙은 그녀의 작품 완전한 사랑에서 시한부 연기를 보여준 김희애가 대상을 받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부족하다 느껴졌던 송혜교-이병헌 커플이 나란히 상을 받자 그에 대한 울분으로 김희애에게 그깟 치사한 상 보이콧 해버리자는 공개선언을 남겼던 역사가 있다. 천일의 약속의 수애의 캐릭터는 알츠하이머의 생과 사를 다루었던 극단적 연기로 역시나 연기대상이 환호할 완전한 사랑의 센 캐릭터 김희애를 따라 만든 듯한 캐릭터이긴 하다. 누가 봐도 대상표 드라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김희애라서 허용 되는 오만이었다.
설마 천일의 약속에서 그정도의 연기를 보여주고선 대상을 받을 것이라 확신했던 것일까? 그래서 그녀는 참석조차 하기 싫었던 것일까. 이유조차 명확히 말할 수 없다면 시청자로서는 이런 생각이 들수밖에 없다. 사실 이게 진심이라면 더 황당한 것이 천일의 약속의 수애는 최우수상을 받는 것도 부끄러울 만큼 형편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이 수애의 연기력을 추켜세웠으나 까놓고 말해 수애의 연기는 정말 치매 환자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사이코패스로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이데아가 없었다. 느끼하기 짝이 없는 김수현의 문어체 말투를 더욱 정 떨어지게 묘사한 것도 그녀였다. 가난해서 피자 라지 한판도 못 시켜먹는다는 서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명품 의상을 빼입고 나타나 김수현이 거짓말에 가까운 변명으로 그녀를 옹호하게 해줘야 했던 사태를 만들기도 했었다. 까놓고 말해 천일의 약속에서 김래원이 룸래원이라는 이미지만 없었더라도 연기 천재라 극찬을 받았을 것이지만 수애는 이런 김래원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최우수상으로도 만족하지 못하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시건방진 배우의 치기 어린 오만이 아닌가.
정말 사정이 있어 불참할 수 밖에 없었다면 최소한 대리수상하게 된 정유미나 아니면 동료 배우 김래원에게라도 대신 수상소감을 전달하거나 아니면 미안한 마음이라도 남겼어야 그녀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죽하면 김래원이 섭섭하다는 말을 남길 만큼 펑크에 가깝게 불참해버린 그녀의 무단 외출이 상을 받은 직후도 아니고 거의 만 하루가 지나서야 발표를 한다는 것은 저 짧은 한마디를 남기는 것이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나 싶어 더욱 부아가 터진다. 이것은 결국 네티즌의 비난을 의식해서 하지 않으려던 소감을 억지로 남긴 것으로 밖에는 해석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