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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다니는 도로 중앙선 경계봉에 붙어 있는 |
더러는 도로 중앙선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설치한 경계봉에 붙여놓기도 할 정도로 그만큼 많은 양의 홍보물이 있다. 더구나 이 같은 ‘지역주택조합’ 홍보물에는 분양가가 현재 거래되고 있는 일반분양아파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대로 적혀있다.
그러다보니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조건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지역주택조합’에 대해서 알아봤다.
참고 - 현재 전남 순천시 동외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2018년 2월 ‘장원지역주택조합’이 순천시에 신고했으며, 그해 8월 ‘반석지역주택조합’이 신고를 한 상태다.
◆ ‘지역주택조합’, ‘재개발조합’이나 ‘재건축조합’과 달라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존에 타인이 살던 집을 살 수도 있고, 새로운 공간을 분양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살던 집을 재건축 또는 재개발 할 수도 있고,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해 개발(시행)에 참여할 수도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 제2조에 의거하여 시‧도 구분에 따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하여 설립한 조합을 말한다.
전남 순천시의 경우 현재 동외동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주택조합’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조합’이라는 단어에 많은 사람들이 ‘재개발조합’ ‘재건축조합’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혼동을 예방하고자 지역주택조합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
◆ ‘지역주택조합’의 특징
첫째, ‘조합’은 절차가 간소하다
재개발과 재건축의 경우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근거로 하며, 지역주택조합의 경우는 ‘주택법’을 근거로 하는 점에서 양 사업의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의 경우 재개발에 비해 사업 절차가 간소하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조합원의 성격이 다르다
지주택 조합원의 경우 집을 지으려는 무주택 가구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해 직접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부동산을 개발하는 ‘투자자’와 같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도 조합원이 투자자와 같은 입장이라 할 수 있으나, 조합원 본인소유의 부동산을 기반으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지주택의 조합원과 큰 차이가 있다. 결국 내 부동산을 가지고 투자하느냐? 부동산이 없이 투자만 하느냐? 는 차이가 있다.
셋째, 토지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업 부지를 조합원들이 직접 소유한 재개발, 재건축과 달리 지주택의 경우 ‘조합원이 소유하지 않는 사업대상 토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넷째,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
일반적으로 분양하는 아파트와(일반분양아파트)는 달리, 시행사 이윤 및 금융비용 등을 부담하지 않는다. 사업이 성공하는 경우 인근의 일반분양아파트에 비해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지주택의 경우는,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 지역주택조합의 단점
1.성공사례가 드물다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하여 10년간 진행된 전국의 지역주택조합 155개 단지 중, 입주까지 이어진 사례는 34개 단지로 성공률은 22%에 불과하다.
광주광역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재개발 현장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5월 22일 기준으로 조합이 설립된 25곳 중, 11곳이 착공(7곳은 완공)을 하였고 나머지 14곳은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주택이나 재개발이나 ‘조합’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사업들을 살펴보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 속담이 떠오른다”는 지적들을 받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2.토지확보의 어려움
부동산 경매를 유심히 살펴본 분들이라면 알 만한 사례다. 지난 3월 대구 범어네거리 27평 골목길이 무려 101억에 낙찰된 사례가 있었다.
평당 3억7,000만원에 해당하는 전설의 낙찰금액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도로부지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결국 이 전설의 낙찰가는 지주택사업 완수를 위한 토지확보비용 이였다. 이런 방해요소들로 인해 전체 사업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3.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사의 비리(모럴헤저드)
대전 유성구 ‘대전교직원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경우, 이해관계자 간 법적공방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5월23일 조합원들로 구성된 비대위가 조합장(조합설립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 대표가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며, 대전지검에 고소를 하였다고 밝혔다.
향후 법적공방이 계속될수록 사업은 필연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광고비의 경우 회계장부에 과다계상 하는 경우 횡령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있다.
또한 서울 ‘중화지역주택조합’ 사업구역의 경우, 업무대행사 대표 백모씨(67)가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사례도 있다. ‘조합자금의 집행을 감시할 사람이 없다’는 점을 악용하여, 허위로 용역계약 건을 체결하거나 개인자금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4.추가 분담금의 발생
지주택의 경우 일반분양아파트에 비해 토지에 관한 *‘권원’확보 및 용도변경 등 행정상의 이유로 착공이 늦어지기 쉽다.
특히 토지에 관한 권원확보의 경우 시간과 금전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 분담금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권원’-토지에 대한 소유권 포함 토지사용승낙서의 권리.
다만 추가 분담금의 경우는 재개발, 재건축에도 발생할 수 있다. 사업부지가 주거환경이 우수한 경우 분담금발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5.허위광고 및 ‘MOU체결’에 대한 오해
조합설립신청 및 인가에는 사업구역의 토지확보율 80%(땅 소유권한)와 조합원 50%(입주세대수 절반)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토지확보율을 허위광고 하거나, 양해각서에 불과한 MOU체결을 과장되게 광고하는 경우도 내 집 마련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 MOU체결은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확정 계약이 아니다.
때문에 인‧허가가 완료되지 않거나, 착공신고를 ‘승인’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 이라는 단어를 확정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 일반시민들이 혼동하지 말아야할 부분이다. *인‧허가 및 분양 여부는 시 관련부서에 문의 하면 알 수 있다.
이런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주택사업은 장점도 찾아볼 수 있다.
전남 순천시 동외동 지역주택조합의 명함크기 광고홍보 전단. 노란색 바탕에 붉은 글씨로 크게 써진 '창립총회확정'은 조합의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며, 법적지위는 아직 없는 단계이다. 조합결성이 완료되면 법적지위가 확보된다. 따라서 '창립총회확정'이 인‧허가 및 분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단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 ‘지역주택조합’의 장점
1.성공사례는 있다
지주택이 실패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29일 여수 ‘죽림현대지역주택조합’이 기공식과 안전기원제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용주 국회의원, 죽림현대지역주택조합 및 지역주민 등 200명이 참석했다. 죽림현대지역주택조합은 지난 2015년 10월 추진위원회를 발족, 2016년 조합설립 창립총회를 열었으며, 지난 5월7일 여수시로부터 총 989세대의 착공승인을 받았다.
2.입지조건
순천시 동외동의 경우 지주택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된다면, 단지의 입지조건은 우수한 편에 속한다. 동천이 주는 리버뷰와 산책로를 포함해 기존 원도심의 학군 및 편의시설을 다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속한다.
3.분양가격
일반분양가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주택을 통한 내 집 마련은 가격측면에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추가 분담금은 현실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확정분담금’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계약 전에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4.건설사들의 부지확보 수요와 지자체의 지역경제 활성화(원도심 활성화)
건설사들이 신규아파트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주택의 경우도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 ‘지역주택조합’의 성공 요소
또한 지자체도 건전한 지주택사업의 경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어 거부할 이유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순천의 경우 동외동에 위치한 지주택이 성공할 경우, 침체된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처럼 지역주택조합의 성공요인은 ▲위치, ▲속도(기간), ▲행정지원, ▲브랜드 등 여러 요인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사업의 건전성’도 아주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만하다.
많은 조합원들의 소중한 자금이 모이는 만큼, ▲사업목적에 알맞고 ▲조합원의 이익에 부합하게 집행되는지를 잘 살피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시사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