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미안해
흥부전 속 제비 얘기 때문일까? 사람 사는 집 처마에 집을 짓는 사람 친화적 주거환경 때문일까? 한국인은 제비에게 우호적이다. 우리가 사는 연동면(燕東面), ‘연’의 한자어가 ‘제비 연’이다. 이래저래 제비와는 가깝다.
작년에 주택 앞 탁자에 제비 똥이 쌓인 것을 보았을 때는 이미 천장 기둥 위에 둥지가 지어졌고, 그 속에 제비 새끼들이 부화한 후였다. 새끼까지 낳은 제비 가족의 보금자리를 차마 철거할 수 없어 여름 내내 똥 치우기에 신경 써야 했다. 주일이면 아이들이 그 탁자 주변에서 뛰놀기 때문이다.
드디어 제비가 돌아왔다. 작년의 경험이 있기에 올해는 아예 아이들과 교인들이 오가는 근처에는 집을 짓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 며칠 전 아침, 교육관 입구 바로 위로 제비들이 왕래가 바빴다. 출입문 위쪽 모서리에 제비집 기초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열심히 건축자재를 물어오는 녀석들에게 미안했지만 더 짓기 전에 긁어내 버렸다. 날아들던 제비들이 무너진 기초를 보고는 놀라 돌아나갔다. 사람의 왕래가 없는 다른 지붕 아래에 터를 잡으라 소리쳤다.
다음 날 교육관을 빗겨 사무실 창문 앞 지붕 아래로 제비들이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 살펴보니 지푸라기 섞인 젖은 진흙으로 막 기초작업을 시작했더라. 미안하다. 주저함 없이 철거하였다. 주택 뒤편이든 식당의 반대편이든 사람의 통행이 없는 곳을 찾아 다시 시작하라!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아닌 것은 처음부터 정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 그래야 중요한 것을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