虎視牛行(호시우행)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을 때 한국국학진흥원은 공모 절차를 거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개신창래(開新創來)’ 즉 ‘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를 창조하자’를 선정했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얼어붙은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전국 경제인연합회장은 신년사에서 '거문고 줄을 바꾸어 다시 맨다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중소기업 회장은 '토적성산'(土積成山), 흙을 쌓아서 산을 만든다는 말을 선택했다. 그런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인크루트와 알바앱이 조사한 결과 고난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일반인들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뽑았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고 출발했던 2021년, 신축년도 이제 거의 지나가고 있다.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코로나는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우리 곁을 지키고 서 있으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이오타, 람다, 뮤, 오미크론까지 형형색색의 헬라 방식 옷을 갈아입고 변이를 일으키며 이러다간 오메가까지 가야 끝이 나려나 하는 우려감마저 든다.
이런 와중도 세상은 인공지능 AI 기술을 급속도로 발전시켰고 자율주행 자동차의 현실화와 하늘을 나는 비행 택시의 등장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가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코로나의 변이뿐 아니라 기술 혁신으로 인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변화무쌍한 시대이며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함과 순간순간 과단성 있는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때에 잠시라도 정신줄을 놓고 어리바리하게 있다가는 순식간에 시간의 휴지통으로 던져지고 존재감 제로의 처지가 되고 만다. 어느 공동체의 지도자이건 간에 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저들이 속한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대처하며 과거의 구태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으로 구성원들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본질을 지켜나가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서 멀리 내다보며 신속한 전략들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이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지도 못하고 결국 뒤처지고 말 것이다. 과거에는 나이가 많고 잔소리를 심하게 하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도 생각이 “꼰대”인 사람들이 있다. 그 생각이 신선하지 못하고 구태를 벗지 못한 나머지 영감들이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가오는 세상이 두려워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볼 때면 참 한심하고 안타깝기까지 하다.
코로나로 각국이 방역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한 가족 지구촌이라던 세상은 한순간에 멈춰서고 말았다. 하늘길이 끊어지면서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실물 세계에서 가상 세계 곧 메타버스(Metaverse)의 세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초월적(메타) 우주(버스)라는 의미의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땅을 사며 집을 짓고 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를 사용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단지 가상의 세계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실물 통화와 교환도 하는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메타버스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며 이것은 다시 한번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폭발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현실과 가상이 뒤섞이는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로 들어가면서 우리에게 곡 필요한 한자 성어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필자는 호시우행이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걸어라”라는 뜻이다. 2021년은 신축년, 흰 소의 해였는데 다가오는 2022년은 임인년 즉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한다. 시대를 읽고 시세를 파악하며 時兆 곧 시대의 징조를 분별할 줄 아는 공동체와 사람만이 이 변화무쌍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가정에 꺼지지 않는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연말이 되길 기대해 본다.
---(팟캐스트 방송)---
http://www.podbbang.com/ch/10726?e=24229195
---(Link-2)---
http://file.ssenhosting.com/data1/chunsd/211212.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