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온대 지역 한반도’는 옛말… 서울에 열대 과일 바나나가 ‘주렁주렁’
노원구 농장서 10년 전 심은 바나나 열매 맺어
폭염 등 기후 변화로 열대 과일 재배 가능해져
▲ 7월 3일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에 열린 바나나 열매. 바나나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과일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국내에도 열리기 시작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한 나무 위에 열린 길쭉한 열매들…. 아직 익지 않아 초록색이지만 길쭉한 모양이 바나나가 맞습니다. 지난 달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에 있는 바나나 줄기에 열매가 열렸어요. 이를 본 사람들은 그 광경이 신기한 듯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구석에선 "신기하다"며 입을 모아 놀라움을 보인 사람들도 있었죠. 열대 과일인 바나나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죠. 특히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도 아니라 노지(露地)인데도 말이에요.
바나나는 우리나라에선 자랄 수 없는 과일로 알려졌는데요. 이 말이 무색하게 사람 키와 비슷하게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답니다. 바나나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바나나가 열릴 수 있을까"란 궁금증에 농장 주인이 심었다고 해요. 농장 주인은 바나나를 심은 뒤 어미줄기 주변에 새로 난 어린 순(줄기에 돋아난 싹)을 겨울엔 온실로 옮겼다가, 여름이 되면 다시 땅에 심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바나나를 살뜰히 가꿨지만 열매가 열리진 않았는데요. 처음 바나나를 심은 지 7년 뒤, 바나나 줄기는 꽃이 피더니 올해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했답니다. 농장 주인은 처음엔 뛸 듯이 기뻐했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어요.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 변화로 한반도 기온은 점점 상승 중인데요. 이 때문에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바나나가 우리나라에서 열매를 맺은 거였기 때문이죠.
▲ 기후 변화는 과일 재배지를 바꿔놨어요. 예컨대 인도₩동남아 등에서 열리던 망고는 덥고 습해진 제주도에서도 생산되고 있어요. 또 경남 통영과 전남 영광에서도 재배되고 있죠. 스페인에서 주로 생산됐던 올리브도 전남 고흥에서 나고 있고요. 국내산 과일들의 재배지도 달라졌어요. 예컨대 제주도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감귤은 제주도 내 재배 면적이 감소했고, 전남의 감귤 재배지는 3배로 늘었어요. 이젠 경기도를 넘어 서울에서도 감귤 농사를 하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게 됐죠. 패션프루트로 불리는 백향의 재배지는 제주도와 남부 지방을 넘어 수도권인 경기도 평택까지 올라왔답니다.
나라의 위치에 따라 기후가 달라져요. 적도(赤道)를 기준으로 위도(緯度)가 어디인지에 따라 한대, 온대, 열대 등으로 기후가 달라지는데요. 기후 변화로 인해 온대 기후였던 우리나라의 날씨가 열대 기후처럼 변하고 있어요. 이에 과일 재배지가 바뀌고 있죠. 점점 심해지는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이어지고, 폭우로 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등 기후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에 우리나라도 평균기온이 올라 열대기후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6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22.7℃를 기록, 1973년 이후 가장 무더운 날로 손꼽혔습니다. 작년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선 12월에도 낮 기온이 20℃에 달해 반팔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죠. 이에 바나나가 충분히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날씨가 된 겁니다. 기후 변화로 망고, 파파야, 용과, 패션푸르트 등 다양한 열대 과일도 재배되고 있죠. 전라남도 완도군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애플망고가 생산되고 있고요. 기존에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과일들도 재배지가 달라지고 있어요. 원래 사과는 연평균 기온 8~11℃의 비교적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과일인데요. 날이 점점 더워지는 탓에 강원도 영월·정선·양구 등 비교적 추운 곳으로 재배지가 옮겨졌죠. 감귤도 제주와 남해안 일부에서만 재배됐지만, 요샌 중부지방은 물론 강원도에서도 재배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