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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고
도치씨를 두 여자와 함께 패닉 상태에 빠트린 이감독이 기절직전의 세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거 참 이상하네? 어떻게 똥이 본인도 모르게 나 오냐? 진짜 감각이 없었다니까! 하여튼 미안하게 됐수.”
이감독은 어쩔 수 없이 아직도 밤엔 차디찬 냉기가 느껴지는 우물로 나갔다. 그리고 똥 묻어 말라비틀어진 자신의 엉덩이와 노란아웃도어를 청승맞게 쪼그리고 앉아 씻고 빨았다.
“쏴아아아!”
“어푸푸! 어 프프프!”
가끔 뒤집어지는 두레박의 물소리와 이감독의 추위에 사래치는 소리가 연거푸 들렸다. 찬 우물물을 뒤집어쓰며 추위에 몸서리치는 이감독의 목소리는 마치 사자 입으로 들어가며 울부짖는 멧돼지울음소리 같았다.
“어프프 어추 어추 어따가!”
이감독의 처절한 소리들은 고스란히 방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도치씨 말대로 이감독이 생똥을 싼 곳은 방안이 아니고 이북면 포지리 수로 옆의 논두렁. 즉 군인들의 검문을 받고 자동차등록증을 가지러 뛸 때였다. 탕탕탕! 등 뒤에서 세발의 공포탄소리가 들렸을 때 이감독은 총을 맞았다고 생각했다. 총을 맞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신의 힘이 순식간에 빠져 나가고 다리에 힘이 풀려 논두렁에서 논바닥으로 처박혔다. 그때 푸드득 거리며 똥을 쌌으나 이감독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두려움과 공포와 총을 맞았다는 절망감이 이감독의 혼을 완전히 빼놨기 때문이다.
이후, 오한에 걸린 이감독은 민박으로 왔고, 따끈한 아랫목에 들어 눕자,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때문에 덮은 이불로 인해 이감독의 똥은 아랫목에서 술 익듯 잘 발효되어갔지만 그 냄새는 두 겹으로 덮은 이불덕분에 밖으로 새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오한이 사라지고 몸의 균형을 찾자 이감독은 고판에 끼어들기 위해 오진숙의 옆으로 엉덩이를 끌고 다가갔는데. 이때 방수복인 노란아웃도어가 방바닥에 끌리면서 아웃도어 안에 가득 갇혔던 고약한 배설물 냄새가 일시에 터졌던 것이다.
봄이라지만 아직도 3월 말의 밤은 춥다.
이 냉한 밤에 우물물까지 뒤집어쓰며 말라비틀어진 똥 닦는 이감독의 처절한 소리는 다시 방안으로 생생하게 스며들었다.
쏴아!
“어부부부 에취! 어프프프 에에취이이.”
이감독의 재채기소리에 도치씨와 두 여자는 서로 번갈아 쳐다보며 배를 깔고 웃었다.
웃던 우아영이 판을 재촉했다.
“안 칠거야? 쌩똥은 쌩똥이고, 고는 어디까지나 고 아녜요?”
두 번째 고를 한 우아영이 곱상하지 않은 눈길로 두 사람을 채근했다. 이감독이 우물로 갔을 때 오늘의 고판은 ‘나가리’라 생각해서 안심했던 두 사람. 도치씨와 오진숙은 실망했다. 아니 우아영의 치밀한 기억력에 난감했다.
도치씨가 풀죽은 소리로 말했다.
“해야지.”
“누가 안한댔나? 스리고야 스톱이야? 계산해줘? 아영언니?”
“얘! 위험한 장사가 남는 게 더 많은 법이라잖어? 재벌이 달리됐게? 위험한 장사했으니까 재벌된 거지.”
도치씨가 끼었다.
“그 말은 맞아! 위험한 사업해서 잘되면 재벌이고, 못되면 오리 알 되는 거지! 오리알만 되나? 철밥통이지.”
“철밥통이 뭐에요? 군인 갈 때 우리오빠가 철밥통이라던데?”
“군인들 철밥통은 알루미늄이고 오리 알 된 놈들 철밥통은 양은이야! 질이 틀려!”
계속 말을 늘어놓으려는 도치씨에게 우아영이 발끈했다.
“도치오빠!”
“왜 불러?”
“자꾸 질질 끌 거에요?”
“괜히 나한테 신경질이야?”
“제가 도치오빠 속셈 모를 줄 알아요?”
“고 때문에 그러냐? 치사하긴! 고 해! 고하면 될 거 아냐? 허지만 스리고 설사하면 개털 된다! 내말 참고해서 신중히 생각해라! 아영이 건강생각해서 그러는 거다.”
우아영은 도치씨를 보고 생긋 웃었다.
“겁나? 도치오빠?”
“뭐가 겁나? 스리고 해봤자. 겨우 60점 가지고?”
오진숙이 도치씨 계산을 수정했다.
“아영언니 점수가 지금 몇 점인데 60점이래요? 따따따블인데? 그리고 도치형부는 피박광박이잖아요?”
도치씨, 오진숙의 말에 이마를 북북 긁었다. 세 줄의 선명한 손톱자국이 혈관처럼 솟아올랐다. 따따따블! 아 씨팔 다 털렸네?
우아영이 말했다.
“인정상 스리고만 할께요! 이게 라스트 고에요.”
입으로는 봐주는 척, 손으로는 장비의 삼지창보다 더 무시무시한 쓰리고 붉은화투장을 뽑아 들고 서서히 머리위로 쳐드는 우아영. 높이 쳐드는 우아영의 화투장을 따라 두 사람은 마녀의 요술지팡이에 이끌리듯 일사분란하게 화투장을 따라 시선을 옮겨갔다.
홀라당 털리느냐? 구사일생하느냐?
절대절명의 운명이 우아영의 손안에 든 붉은 화투장에 달렸다.
두 사람 즉, 도치씨와 오진숙이 위기를 모면할 길은 오로지 한길밖에 없었다.
설사! 필즉설사必卽泄瀉!
오진숙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입속주문을 외웠다.
“아이고 부처님. 제발 아영언니 저 년의 손에 든 화투장을 설사로 둔갑시켜주이소! 소녀 살길이 설사 뿐이옵니다.”
도치씨도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아영아! 이 불쌍한 도치오빠를 위해 한번만 설사해라! 죽어도 그 은혜 그 사랑 안 잊을께!”
허지만 두 사람의 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우아영.
우아영은 뜸을 들였다.
“자! 갑니다아!”
평소, 겁난 것은 안보고 두려운 것은 안 듣는 도치씨.
나지막하지만 확신에 가득한 신의 목소리로 우아영이 외쳤다.
“쓰리잇 꼬!”
도치씨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철썩!”
화투장 맞붙는 소리가 들린 그 순간.
“옴마야! 아부지야!”
오진숙의 날선 비명소리가 터졌다.
우아영이 저승사자처럼 도치씨를 불렀다.
“도치오빠!”
도치씨는 눈을 번쩍 떴다.
“도치씨!”
눈을 번쩍 뜬 도치씨 앞에 우아영은 없었다.
도암이 높이 쳐들었던 여의주 같은 옥구슬을 쑥 내밀며 도치씨에게 말했다.
“이 옥구슬은 옥황상제가 지신地神을 통해 내게 보낸 구슬이오!”
첫댓글 이감독 검문시 놀래어 쌩똥 쌓은줄 알았슴니다.
지금 까지 읽어온 중에 제생각 맞았네요~~ㅎㅎ
역시 젠틀맨님의 해안은 높습니다
미리보기 하기가 수;운것 아닌데...ㅋㅋㅋ
고운주말되세요
세명만 모이면 고스톱 친다더니
여기서도 고스톱 이야기에 꽃이 피었군요.
잘읽었슴니다.
정다집님 오랜만이네요
잘계시죠?
편한 주말 가족과 단란한 시간되십시오
역시 범인은 이감독 맞군요,
놀라긴 무척 놀랐군요.
기절했으니까 똥싼줄도 몰랐으니까요..
ㅋㅋㅋㅋ
사느냐 죽느냐 기로에서 똥이 문제겠어요?
편하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좋은글 제미있게 읽었슴니다.
너무 화창한 날씹니다
오늘도 멋진 날 만드세요
짝지어 낚시갔다가 남자의 체신머리를 구겼네요.
이감독 망신살만 쩠으니 쥐구멍이라도 들어가야겠지요.
아닙니다. 쥐구멍 안들어 갑니다
나온 배만큼 배짱이 두둑하걸랑요...ㅋㅋㅋ
행복한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