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온지 3일째
고 영예
집 나온지 3일째
하도 소식이 없어 목마른 넘이 우물 판다고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아들한테
"아이구 보고 저븐 우리 아들 잘 있었더나?"
"그럼요, 제가 누구라고 잘못 있겠습니까 마음 편이 일 다보고 오십시요
저는 바쁜관계로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허걱, 하나도 보고 싶은 음성이 아니다
아침마다 챙겨 달라는것이 얼마나 많은데 아쉬은 기색은 도통 보이질 않는다
이번에는 딸한테
"이쁜딸 ~ 학교 댕기느라 수고가 많제?
지용이 챙기느라 애쓴데이
엄마 오늘 집에 갈까?"
"제가 일찍 학교에서 와 지용이 챙겨 주니까 걱정 하지 마세요
운전 면허 학원 갔다가
피아노 학원갔다가 제가 꼼짝 안고 집에 있으니까
엄만 집생각하지 말고 일보고 오세요
토요일 아빠랑 같이 오시던지요"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
지들 만끽하는 해방감 방해 하지 말라는건지 전화를 끊으면서 뒷 맛이 영 찝찝하다
섭섭도 하고 괘씸도 해서 다시 전화 걸었다
아까와는 아주 다른 목소리로 (조금은 협박하는 조로)
" 니들 집 엉망으로 해놓으면 알제? "
"걱정하시지 말라니까요....엄마 가실때 그수준 계속 유지 하고 있습니다요~"
우리집 분명 폭탄 맞았을텐데
약올르라고 하는 말일게다
내가 지들 하는 행세를 잘 알건만 어찌나 큰소리 치는지 슬그머니 전화기 내리는 날보고
남편이 한말 거든다
"당신 설자리 없어 섭섭하나?"
"섭섭하긴 뭐가 섭섭하노
속 시원 하제"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
내 모습이 별로 안이쁜지 손 꼭잡으며
"우리 애들 많이 컸다 그쟈?"
고개만 끄덕 끄덕
월요일 애들만 남겨두고 집 비운지 3일째
주말 부부 핑계로
남편 옆에 있으면 어지간히 좋을줄만 알았는데 잘있다고 큰소리 치는 애들이 자꾸만 마음에 밟힌다
월말 마감 시켜 놓고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차도 마시며
드라이브도 하고
오랫만에 맘놓고 회포도 풀고 꼭 신혼 여행 온거 같은데 긴 끈은로 메달아 놓은 두녀석이
날짜가 지날수록 선명하게 다가 온다
양말은 잘 챙겨 학교 가는지
수저와 물통은 안잊고 가는지
교복 와이셔츠는 잘 씻어 입는지
지각은 안하는지
아무래도 오늘쯤은 "엄마 빨리 집에 오세요"
라고 전화가 올거만 같은 기대감을 안고
해를 서산으로 돌려 보낸다
카페 게시글
┖수필&에세이
집 나온지 3일째
고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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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01 16:5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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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모의 마음이 이러하거늘 우리는 과연 부모님께 같은 마음인지 자꾸자꾸 뒤돌아 보입니다
그래서 내리 사랑이라고 하지 않습니까.ㅎㅎ애들아 보고싶다 하고 지금이라도 달려가실거 같으네요
내가 어느 세월 지날때쯤 내 아들 내 딸이 내 마음 알아줄래나요, 나 역시 내 엄마 마음 알아 본게 첫아이 낳고 얼핏 이었으니... 다 컷네요, 맘 놓고 쉬었다 가셔요...^^*
ㅎ~그러게요. 첫째넘은 맨날 엄마 어디 안가나 묻지요..아직 유치원 아들은 맨날 어디 가지마라 하지요.ㅎㅎ 구래도 가지마라고 잡는 아들이 더 귀엽더라구요. 마음이 괜시리 좋아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남편이 젤이죠..ㅎㅎㅎ
ㅎㅎㅎㅎㅎ 벌써부터 그래서야 원~ 그래도 기특한 마음이 더 앞서지요? ^^ 그게 행복인게지요....보고싶다고 얼릉오라고....엄마 없어서 학교든 뭐든 제대로 안된다고 투정부리는것 보담은 훨씬 낫잖아요....^^ 행복한 투정이십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