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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축구단의 주장으로 한 해 동안 팀을 이끌어 온 박중희 선수 |
"K3리그 4강 플레이오프 화성신우전자와의 경기. 종료 5분여를 앞둔 상황. 그만 골을 내주고 말았다. 팽팽했던 경기가 조금씩 기울어진다. 선수들의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5분이란 시간은 충분하다. 1%의 가능성을 향해 계속 문을 두드려본다. 그러나 쉽게 열리지는 않는다. 오늘만큼은 주심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소리가 원망스럽게만 느껴진다. 마음이 무겁다.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니까. 다시 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일들을 겪게 됩니다. 그 무수한 일 속에서 웃고, 울고, 때로는 아쉬워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이 모이게 되면 비로소 우리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한 편의 전기(傳記)영화가 만들어지게 되는데요. 바로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입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승리는 기쁨을 가져다주고 패배는 아쉬움과 슬픔을 가져다줍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내내 우리는 여러 가지 일을 겪습니다. 그것이 축구이고 또한 인생이겠죠.
2007 K3리그 플레이오프 경기는 아마도 용인시민축구단 선수들에게 있어 너무나 아쉬운 경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 골문을 향해 날린 회심의 슛팅이 아깝게 빗나갈 때마다 그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화성신우전자에게 아깝게 골을 허용했을 때는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었습니다. 그리고 주심의 종료휘슬이 울렸을 때 비로소 한 편의 단편영화가 완성되었습니다. 결말은 좋지 않게 끝났습니다. 그래도 그것 역시 축구이니까. 아쉬움은 뒤로 하게 됩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한 번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닻을 올린 용인시민축구단.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K3리그 경기를 치르면서 결과에 좌절하고 실망할 때도 많았지만,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끈끈한 믿음을 바탕으로 10승 6무 2패 통합순위 3위의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었습니다. 비록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가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그들이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이 축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축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이며,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보게 합니다.
내년 정식 출범하는 2008 K3리그를 위해 용인시민축구단은 곧 선수보강 및 구단정비 등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또한 올해보다 더 많은 지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용인시민축구단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열렬한 응원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찍게 될 그들의 ‘축구’에서는 시민들이 훌륭한 주연입니다.
꼭 용인시민축구단뿐만 아니라 올해 참가한 모든 K3리그 팀, 그리고 내년에 참가하게 될 팀까지... 모두 그들만의 훌륭한 영화 아니 축구를 찍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축구에 끝없는 절망이라는 건 없다는 것, 그리고 내일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말입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 더 멋진 ‘축구’를 위해 계속 뛰어봅시다!
K3리그 용인시민축구단 명예기자 안기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