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경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늙은 나라다.
65세 고령자가 전 인구의 30%에 달한다.
고령 인구 급증으로 여러 사회 이슈가 터져나오지만, 그중 가장 심각한 게 간병 인력 부족이다.
흔히 '노인 돌봄'으로 번역되는 '개호(가이고)'는 노쇠나 질병으로 혼자 거동이 어려운 부모를 돌보는 행위를 뜻한다.
일을하며 고령 부모를 돌보는 사람은 '비지니스 케어러'라고 부른다.
이들은 2020년 262만 명에서 2025년에 307만 명, 2030년 318만 명으로 늘어나 노인 돌봄을 하는
전체 인구 833만 명의 약 40%에 이를 전망이다.
부모의 간병과 일을 병행하기가 어려워지자 간병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것이 '개호이직'이다.
그 숫자는2017년 9만9000명에서 2022년 10만6000명에 이어 2030년에 11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대 들어 저성장에 빠진 일본 경제에 개호이직은커다란 부담이다.
고령 부모를 돌보는 비즈니스케어러는 40대 중반 이상이 많아 직장에서 한창 중요한 업무를 맡는 관리직에 해당한다.
이들이 회사를 떠날 경우 노동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경제 손실액만도 2023년에 9조 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40세 이상 회사원의 휴직을 강화하는 내용의 '육아 및 개호휴직법' 개정안을 지난달 확정, 내년에 입법화하기로 했다.
지금도 연간 최대 93일간 쓸 수 있는 '개호 휴직'이나, 연간 5일의 유급 '개호휴가' 제도가 있지만
실제 이용자가 10% 선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도 달라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는 휴직 기간을 연간 180일까지 늘렸고, 유급 휴가 일수도 10일에서 15일로 확대했다.
주요 기업의 인사 책임자들은 사원의 이직을 예방하는 업무가 가장 중요한 인사 정책이라고 말한다.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는 우리나라에서 '개호이직'은 먼 나라 일이 아니다.
고령 부모를 돌보다가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불가피하게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일과 부모 간병을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기업들도 간병을 위해 휴직하는 직원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개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기업의 성쇠를 좌우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